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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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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약해요”

등록 2004-09-16 00:00 수정 2020-05-03 04:23

[몸살리기]

▣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술을 마시면 이성이 더욱 아름답게 보일까. 오스트리아 빈대학의 미테마이르 교수는 피시험자들에게 이성의 사진을 보여주고 잘생겼다고 느끼는지, 못생겼다고 느끼는지 등급을 매겨보도록 했다. 남성들은 술이 거나해지면 여성의 외모를 평소보다 더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들은 정반대였다. 술에 많이 취한 여성일수록 남성의 외모를 오히려 깎아내렸다. 미테마이르 교수는 “여성들은 남성의 외모보다는 성격과 같은 다른 특성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여성의 약물에 대한 반응이 남성과 크게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1993년까지는 남성만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했다. 여성들이 임상실험에 참여하려면 월경주기와 임신, 태아, 갱년기 등에 따라 복잡한 실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성만의 임상실험 결과를 여성에게도 적용하는 오류를 범했다. 약물 용량을 결정할 때 남녀 모두 체중보다 체표면적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정확하다. 체중이 같다 할지라도 여성은 지방과 수분이 많고 남성은 뼈가 무겁고 크기에 약물 분포 밀도가 달라진다.

남녀간의 투약 효과와 부작용을 비교하면 이렇다. 항응고제와 혈전 용해제를 사용할 때 심장마비 예방 효과가 여성에게는 적으며, 아스피린을 사용할 때도 심근경색 예방효과는 남녀가 같지만 뇌졸중 예방효과는 여성이 적다. 고혈압 약을 사용할 때는 여성에게 부작용이 더 많다. 일부 칼슘 차단제를 사용할 때도 여성의 동맥 압이 더 내려간다. 부정맥 약으로 치료할 때 여성에게서 급변사가 더 많다. 흡연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여성은 남성보다 담배로 인한 유해 작용이 1.6배 높다.

여성들이 술에 약한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여성은 프로게스테론 분비가 많아 평활근을 이완시켜 고형물의 위 배출이 지연되고 약물의 소장 통과 시간이 길어진다. 여성은 약물의 위장 흡수 속도와 경구용 약물의 약효 발현도 느리다. 약산성 약물(아스피린 등)의 흡수가 느린 것은 여성의 위액이 강한 산성이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위액 내의 알코올 분해 효소(탈수소효소)량이 많아서 술이 흡수되기 전에 위에서 상당 부분 산화(파괴)된다. 이에 비해 여성은 같은 양을 마셔도 혈중 농도가 남자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조금만 마셔도 취하기 일쑤다. 알코올이 친수성이라 여성의 체액 내 농도를 더 높이고, 뇌로 가는 알코올 양이 남성보다 많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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