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리기]
▣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파행은 잘못 걷는 것을 일컫는다. 의학적으로는 걸으면 다리가 아프고 좀 쉬면 괜찮아지곤 해서 비정상적으로 걷는 것을 파행(claudication)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파행에는 혈관에 문제가 있을 때와 신경에 문제가 있을 때의 두 가지 경우가 있다. 동맥경화(동맥의 벽이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혈관 구멍이 점점 좁아지는 병)가 진행되어 혈액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통증이 생긴다. 우리 몸의 조직과 세포는 쉬지 않고 산소와 에너지 공급을 받아야 하는데, 이때 에너지 공급은 주로 당의 형태로 받게 된다. 단백질이나 지방질이 부동산이나 은행에 저축된 돈과 같은 에너지원이라면 당은 현금과 같은 것이다. 필요한 물건을 그때그때 사려면 현금이 가장 편리하듯이 세포가 그때그때 즉시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당이란 말이다.

우리가 걸을 때는 다리와 발의 근육이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한다는 것은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운동을 말하고, 이러한 근육운동은 에너지를 더 많이 요구하게 되고, 좁아진 혈관이 충분한 산소와 영양(주로 당)을 제때에 공급해주지 못하면 결국 그 막힌 부위 이하의 근육에는 통증이 생기게 된다. 동맥은 흔히 사타구니나 무릎 부위에 잘 막힌다. 이런 경우에는 근육을 가장 많이 쓰게 되는 장딴지에 통증이 잘 생긴다. 걷다가 아프면 자연히 걷는 걸 멈추고 잠시 쉬게 되고, 쉬면 근육운동을 멈추게 되니까 산소와 에너지가 덜 필요하고 따라서 통증도 없어진다. 그러고 나서 걸으면 또다시 통증이 온다.
엄지발가락과 발목 중간쯤의 발등에 손가락 끝을 살며시 대어보면 동맥이 발딱발딱 뛰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동맥경화로 동맥이 막혀 있다면 맥박이 잘 만져지지 않는다. 때로는 발이 창백하거나 싸늘하게 찬 경우도 있다. 병원에 가서 혈관 검사를 하면 어디가 어느 정도 막혀 있는지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이렇게 혈관이 막혀서 파행의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걷는 운동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 될 수 있다. 잘 걷지 못하면 응급실행이 될 것이고 제대로 걸으면 치료가 된다. 한꺼번에 많이 걷는 것보다는 약 먹듯 규칙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걷는 게 좋다. 넓은 도로가 막혀 자동차들이 좁은 길로 계속 다니게 되면 결국 샛길이 큰길이 되듯이, 가는 가지 혈관들이 굵게 바뀌기도 한다. 파행 환자가 발을 더운 물에 담그는 것은 응급실행을 재촉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되니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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