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이데올로기’에 반대하는 기자의 무자녀 옹호론
누가 나에게 ‘네 인생을 가른 단 한 순간’을 물어봐준다면, 단언컨대 나는 그것을 출산(=임신)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내 몸 안의 생명, 그리고 내 몸 속에 들었다가 문득 모습을 드러낸 한 존재. 그것이 물론 송두리째 내 삶을 바꿔버린 ‘경이’의 세계였음도 말하고 싶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이를 갖는다는 것을 단 한번도 내 문제로 생각하지 못하고 삼십여해를 보냈다(대개는 누구나 그럴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되었을 때 그것은 당혹이었다. 그리고 생활의 대전환이 강제됐다. 23시간과 1시간. 그럭저럭 아이 키우는 삶에 익숙해지면서 나는 혼자 이렇게 뇌까렸다. ‘하루 24시간을 물리적으로 나눈다면 23시간은 괴롭고 힘들고 1시간은 기쁘고 충만하다. 하지만 1시간이 나머지 시간들을 충분히 상쇄한다’고.
그 충만함에 대하여 나를 비롯한 ‘우리’는 흔히 과장하고 부풀리는 것 같다. 아이가 주는 기쁨을 뽐내면서 은연중에 아이 낳지 않는 삶,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들을 ‘결핍’이나 ‘결핍된 존재’로 치부한다. 그러고는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언어폭력을 행사한다.
어느덧 기혼 남녀들이 많아진 일터의 무수한 점심 식탁이나 회식 자리에서 종종 아이 얘기가 꽃을 피운다. 그러다 문득 말수가 줄어든 이에게 화살이 돌아간다. “왜 아이를 안 낳지 낳고 키워봐, 아이를 키우지 않고는 인생을 안다고 할 수 있나” 등등. 술기운이라도 좀 오른 상황이면 출산옹호 강경파가 확신에 찬 어조로 한바탕 충고를 하게 마련이다. “생각을 바꿔봐. 안 낳으면 결국 후회할 거야.” 급기야 협박조에 이른다. 우리의 무수한 식사시간에는, 10년 가까운 결혼생활에도 아이 낳지 않고 사는 삶을 선택한 친구(동료)가 있었다. 그에게 그것은 숱하게 되풀이된 장면이었을 수 있다. 그 친구는 말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내 선택이다. 그 선택을 나는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다. 그러니 (당신들도) 자신들의 선택을 강요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한국은 전 사회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일상적으로 ‘아이를 낳으라’고 다그치는 사회다. 아이가 없다고 하면 ‘그 좋은 걸 왜 안 낳느냐’ 하고, 하나 낳고 나면 ‘이 무서운 세상에 하나만 덜렁 떨어뜨려놓고 어쩌려느냐’고 한다. 이것은 나에게 또는 숱한 가임기 부부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일단 ‘부부’들에게만 한정함을 용서하기를!). 아이 낳지 않고 사는 생활을 선택한 그 친구는 내가 기억하기에 삶 자체를 받아들이고 즐기는 인물이었다. 아득바득 무언가를 쟁취하려는 사람들 틈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여유로운 사람으로 기억한다. 결국 그 친구 부부는 이민을 갔다. ‘맘이 가는 대로 사는 삶’을 용인하지 않는 이 사회에 대한 싫증이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의 일상을 규율하는 ‘주류 이데올로기’가 주는 피곤함!
그러고 보면 내 주변에는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들은 어찌 보면 ‘23시간의 충만함과 1시간의 결핍’을 살아가는 이들일 수 있다. 어느 누구도 결핍 없는 삶을 살 수는 없는 게 아닐까.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면서도 지구환경과 자원남용을 막으려고 아기를 낳지 않는 ‘출산파업’ 헌신파들도 있다니 말이다.
허미경 기자/ 한겨레 문화부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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