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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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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자 식별법

등록 2003-01-22 00:00 수정 2020-05-02 04:23

숨지 않는다… 기꺼이 싸운다… 까다롭다… 예측이 불허하다

나쁜 여자들의 특징은 자신이 나쁜 여자임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인터넷을 통해 나쁜 여자되는 방법을 전파하고, 서로 의논하며 틈만 나면 새로운 내용을 업그레이드한다. ‘나쁜 여자’를 공식 이름으로 내건 독일의 한 사이트(www.boesemaedchen.de)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날라지고 있는 ‘나쁜 여자 감별법’은 다음과 같다.



나쁜 여자는 자유롭다

나쁜 여자는 숨지 않는다

나쁜 여자는 제 머리로 생각한다

나쁜 여자는 자신에게 충실하다

나쁜 여자는 잃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

나쁜 여자는 숨기지 않는다

나쁜 여자는 기꺼이 싸운다

나쁜 여자는 불안을 일으킨다

나쁜 여자는 까다롭다

나쁜 여자는 눈이 높다

나쁜 여자는 길들여지지 않는다

나쁜 여자는 예측이 불허하다

나쁜 여자는 다르다



이걸 읽는 당신, 당신은 나쁜 여자인가



이 사이트는 최근 나쁜 여자 선발대회 공고를 내걸었다. ‘자신의 각별히 나쁜 점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은 참가신청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나는 독립적이다’, ‘나는 한다면 한다’, ‘나는 유머감각이 끝내준다’, ‘나는 너무 예쁘다’, ‘나는 결점이 없다’, ‘나는 재치가 번득인다’, ‘나는 팔방미인이다’ 등을 자랑할 수 있다. 유사 이래 남성에게는 장점으로 꼽혔으나 여성에게는 금기로 작용했던 품행인 자신감과 당당함을 ‘나쁜 점’이라는 역설로 비꼰 것이다. 이 공고에는 ‘서서 갈기는 자세로 오줌 누는 인간은 자동 탈락’이라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다.
인터넷이라는 날개를 달고 펼쳐지는 나쁜 여자들의 국경 없는 연대도 주목할 만하다. 1997년 3월 미국여성연합 NOW는 여성단원이 단 한명도 없는 비엔나 필하모니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뉴욕 공연 안 보기 운동을 펼쳤다. 그 결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남성만의 악단 규정을 바꾸는 절차가 시작됐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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