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민군포로 방장련씨

“나는 한국전쟁 때 퇴로가 막혀 유격전을 벌이다 국군에게 사로잡힌 인민군포로이다. 당연히 제네바협약과 정전협정에 따라 협정 발효 뒤 60일 안에 북으로 송환됐어야 할 사람이다. 그러나 남한 정부는 나를 남한법에 따라 처벌한 뒤 48년 동안 불법으로 억류했다.”
엄연히 인민군포로인데도 송환되지 않고 남한에 ‘억류’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있다는 사실은 국군포로 즉각 송환론의 맹점을 더해준다. 50년 7월5일 인민군에 자원입대해 인민군 전사로 남하한 뒤 체포된 방장련(67·경기 부천시)씨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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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씨는 1933년 3월 함경남도 북청군 성대면 평리에서 태어났다. 철도공무원의 아들로 6·25 직전까지 단란한 삶을 누렸다고 한다. 그러나 전쟁은 당시 평양 3고급중학교 1학년(17살)인 그의 삶을 뒤바꿔놓았다. 그는 “그해 6월30일 미군이 평양시를 무차별 폭격하면서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움텄다”고 했다.
그는 인민군 독립 105연대 15대대 82mm 박격포 중대 소속으로 전남 영광에 주둔했다. 그러나 인천상륙작전 뒤인 50년 9월29일 후퇴명령을 받았지만 추풍령에서 퇴로가 막히자, 대대장의 명령에 따라 전주의 운장산과 정읍의 내장산 등으로 들어가 빨치산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16개월 뒤인 52년 1월 국군 토벌대에게 동료 인민군 3명과 함께 사로잡혔다.
그는 자신이 당연히 북한 인민군 병사였고, 전쟁 수행의 일환으로 유격전을 전개한 만큼 당연히 전쟁포로의 대우를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 초반에는 광주 제1포로수용소로 이송돼 pw(prisoner of war)라는 표시가 붙은 옷을 입고 포로 생활을 했다. “당시 남한 정부는 ‘자유대한’이라고 외쳤고, 나는 당연히 제네바협약에 따라 포로로 북한에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53년 10월 그는 갑자기 대구형무소로 이송됐고, 53년 6월27일 당시 부역자 처벌을 위해 만들어진 ‘전시하 비상사태 특별조치법’에 따라 단기 5년 장기 1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명백한 전쟁범죄라고 주장했지만 그들은 귀를 막았다”며 당시 자신과 같이 부당하게 처리된 인민군포로가 3천∼4천명쯤 되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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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10월 27살로 특별사면을 받아 출소한 그는 북으로 돌아가기 위한 끈질긴 노력을 시작했다. 62년에는 지도 한장을 손에 들고 산을 넘어 북을 향했다. 그러나 강원도 양구 인근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63년에는 강원도 속초에 정착해 남북의 경계선을 넘는 이른바 ‘월선 조업’ 어선을 탔다. 혹시라도 월북 기회를 얻으려니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 뒤에도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송환을 요구했다. 78년 8월에는 검찰총장에게 “인민군포로인 나에게 남쪽 국내법을 적용한 것은 위법이므로 북쪽으로 송환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속초지청은 “합법을 가장한 공산주의운동을 한다”고 협박했으며 ‘보호관찰법’에 의한 감시를 풀어줄테니 진정을 취하하라는 회유도 뒤따랐다. 하지만 그는 “북한행을 한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79년 1월17일에는 다시 판결문의 위법사항을 적시해 중앙정보부장에게 진정서를 냈다.
국군포로와 장기수 북송 문제가 쟁점화된 지난 8월 초순부터는 비전향 장기수 사이트(http://nadrk.ork/long) 등 인터넷 공간에서 그는 자신과 같은 인민군포로의 존재 및 부당한 상황을 알리는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현재 박길우, 최병선, 김광익씨 등 북송을 원하는 인민군포로 5명의 연대서명도 받았다고 한다.
그의 요구는 분명하다. 인민군포로를 억류하는 것은 전범행위다. 그런 만큼 포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즉각 송환하라는 것이다. 물론 남한에서 이룬 가정 문제도 좀처럼 풀기 어려운 숙제다. 그는 “일단 동반 송환을 원칙으로 하지만, 개개인의 자유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며 “심적인 안정과 자유를 위해 가족을 남겨두더라도 나는 북으로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신승근 기자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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