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2일 저녁 7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청소년수련관. 권도은, 김노을, 이지민, 이한결 등 초등학생 4명이 모였습니다. 미세먼지 수치가 안 좋아 야외 체육을 못한 불만을 토로합니다. 이날뿐 아니라 그들의 일상적인 대화에 ‘미세먼지’가 등장한다고 합니다. “매일 습관적으로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권도은)하거나 “마스크를 항상 갖고 다닌다”(이한결)고 하니까요. 아이들에게도 미세먼지는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주는 존재입니다. 초등학생이 바라보는 미세먼지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은 어린이 교양지 의 추천을 받아 만난 초등학생들(2019년 1월 발행 182호 ‘고그토론’ 참여자)과 미세먼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들의 ‘미세먼지 토크’를 지상 중계합니다.
참여: 권도은, 김노을, 이지민, 이한결(모두 11살·문래초 5)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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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은 미세먼지 때문에 제일 화나는 건 체육을…
김노을 못하는 것!(화난 목소리로)
이지민 대신 교실에서 하잖아. 책상 뒤로 밀고 창문 닫고 공기정화기 틀고.
권도은 운동장에서 못하잖아. 1학년 때에는 미세먼지 이렇게 심하지 않았는데….
이지민 그니까. 4학년 때부터 교실에 공기정화기 다 설치했어.
권도은 미세먼지 ‘나쁨’일 때 마스크 안 가져오면 보건실에 들러서 마스크 빌려야 하고. 정말 귀찮아.
이한결 난 (마스크를 가져오지 않으면) 창피해.
김노을 4학년 때 안양천 생태체험 가려고 했는데 못 갔어, 미세먼지 때문에.
이한결 나도.
권도은 6학년 언니들은 4학년 때 미세먼지 수치가 좋아서 갔는데, 우리 4학년 때에는 미세먼지 나쁨이 됐어.
김노을 미세먼지가 ‘운발’이야. (체험학습 있는 날 미세먼지 수치에 따라) 어떤 학년은 가고 어떤 학년은 못 가고. 애들아, 그거 알아? 이번 월요일 과학의 날인데 미세먼지 나쁨이래.
이지민 체험학습 또 못 가네.
권도은 지난번에 우리 가족은 영화 보러 가려고 했는데 못 갔어. 미세먼지 나쁨이어서. 그날 집에만 있었어. 근데 요즘에 어린이들이 뛰어놀아야 하는데 먹기만 하고 안 뛰어노니까, 아니 못 뛰어노는 거지. 그것 때문에 소아비만이 많이 늘어난다고 들었어.
이한결 밖에 못 나갈 땐 집에서 전자기기 갖고 놀아.
권도은 맞아. 5살 때만 해도 안 그랬는데 뱃살이 갑자기 늘었어.
이지민 미세먼지 이야기하니까 4학년 때 이분(이한결)이 쓰신 시 ‘미세먼지’가 생각나네. ‘미세먼지가 나를 계속 졸졸 따라다닌다’는 그 시 말이야.
김노을 맞아. 미세먼지가 나만 졸졸 따라다니는 거 같아. 습관적으로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해. 학원에 있을 땐 분명 ‘미세먼지 좋음’이었는데 학원 끝나자마자 ‘미세먼지 나쁨’으로 바뀔 때, 이런 날이 제일 최악이지.
<font size="4"><font color="#008ABD">우리는 어른보다 미세먼지를 더 마셔요</font></font>
이지민 미세먼지 심할 때 나가면 목이 칼칼해. 기침도 나고. 계속 물만 마시고 싶어.
권도은 미세먼지가 1급 발암물질이라고 하잖아. 그걸 많이 들이마시면 수명이 줄어들겠지.
이지민 폐에 안 좋은 거야.
권도은 그니까. 우리같이 자라는 아이들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
김노을 어린이는 어른보다 숨을 더 많이 쉰대. 그래서 미세먼지를 흡입하는 양이 더 많대. 우리가 미세먼지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거야. 끔찍하다.
이지민 음… (미세먼지 심한 날) 짜증나. 학원에 갈 때 좋은 마음이 되고 싶은데 미세먼지가 많아서 나쁜 마음으로 가게 돼. 그러니 선생님께 화풀이를 해.
이한결 미세먼지가 많으면 하늘이 뿌옇잖아. 그래서 비 올 것 같기도 하고 우중충해.
권도은 미세먼지 수치에 따라 기분이 달라져. 미세먼지 예보를 확인하고 나쁘면 절망하고, 좋으면 “오예!” 이러는데. 요즘에는 나쁨인 날이 더 많네.
이지민 나도 흐린 하늘 보면 기분이 안 좋아. 학교에 가기도 싫고 공부하기도 싫어.
김노을 우리 할머니가 “아휴, 우리나라 못 살겠어. 미세먼지가 왜 이렇게 심해”라고 하셔. 할머니는 외국에 많이 나가시는데 그곳 공기가 너무 좋대. 특히 스웨덴이 좋은데, 복지도 잘돼 있고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잖아. 내가 생각하기에는, 미세먼지 걱정과 불안이 없으니 행복지수가 높은 게 아닐까.
권도은 난 좀 억울한 생각이 들어. 어른들은 깨끗한 공기 마시면서 학교 다녔잖아. 밖에서 놀고 싶을 때 놀고. 근데 우리는 엄마 아빠 어릴 적보다 학원도 많이 다녀야 하고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그런데다 미세먼지 때문에 더 놀지 못하고.
김노을 그래서 어른들은 우리 마음을 잘 모르나. 어른들은 미세먼지가 많을 때 그냥 나가지 말라고만 해.
권도은 어른들이 우리 의견도 안 물어보고 ‘나가지 마’ ‘마스크 써’ 명령조로 말해. 부모님은 마스크 안 쓰면서.
이한결 우리를 위해 하는 말이잖아.
권도은 그런 거라도 우리 생각을 안 물어보잖아. 그래서 내 의견이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그런 말 들으면 별생각 않고 하라는 대로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너무 다 명령조더라고.
김노을 그런 명령하는 어투는 좀 바꿔주셨으면 해. 난 나중에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할 거야. ‘나가서 놀고 싶을 때는 놀아. 그런데 미세먼지가 심하니 마스크를 잘 챙겨 써야 한다.’ 아이의 생각도 물어보면서 그렇게 말할 거야.
권도은 선생님도 ‘오늘 미세먼지 나쁨이니까 못 나간다’고 하고 그거 말고는 딱히 다른 얘기를 안 해.
이지민 다들 달리 방법이 없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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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은 미세먼지 줄이려면 전기자동차 같은 친환경 차량을 많이 늘려야 하는데. 지금은 경유차가 많아.
이지민 난 어른들 담배 피우는 걸 줄였으면 해. 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있을 때 그걸 뒤에서 다 마시게 돼. 담배 연기도 초미세먼지잖아.
권도은 미세먼지가 다 중국에서 오는 거로 알았는데 요즘 뉴스를 보니까 우리나라에서 생기는 미세먼지 양도 꽤 많다고 해.
이지민 그러니 공장을 줄여야 해.
권도은 무엇보다 석탄화력발전소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하고.
이한결 중국 베이징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잘 세워 수치가 낮아졌다는데 그걸 배워야 하지 않을까.
권도은 무작정 따라하지 말고 우리나라만의 대책을 세워야지.
이한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스크를 갖고 다니는 것뿐이야.
권도은 난 너무 귀찮아서 마스크 안 하고 다녀. 근데 진짜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미세먼지 나쁨이네. 어떡하지 나 나중에 일찍 죽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들어. 그리고 불만이 있는데 마스크 쓰는 거랑 밖에 나가지 않는 거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어른들은 왜 다른 방법은 생각하지 않는 거지.
권도은 우리 집에서는 공기정화기를 각 방에 한 대씩 둘 수 없으니 미세먼지 정화에 도움이 되는 식물을 20개 정도 뒀어. 부모님이 그 식물에 물 주는 일을 나보고 하래.
김노을 도은이네처럼 식물을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시에도 나무가 많아지면 공기가 좀더 좋아질 텐데. 요즘에는 나무 심기 운동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권도은 미세먼지 심할 때 나가지 못하게 하려면 우리가 뛰어놀 수 있는 실내체육관이라도 많이 만들든가. 우리 오빠는 농구를 좋아하는데 실내에서 농구할 데가 없어 속상하대. 학교 체육관을 개방하지 않는 날에는 갈 곳이 없대.
<font size="4"><font color="#008ABD">이대로 간다면 우리의 미래 모습은?</font></font>
김노을 나중에는 마스크 대신 방독면을 써야 하는 거 아니냐.
권도은 이대로 간다면 우리 미래가 (모든 환경을 인공으로 만든 플라스틱 도시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처럼 될 수도 있어. 그 영화 보면 공기를 사 먹거든. 지금 우리가 편의점에서 물 사 먹듯이.
이지민 이야기가 실제 우리 미래에 일어날 수도.
이한결 나중에 도시마다 미세먼지 막는 보호막이 있을 것 같아.
김노을 입안에 넣는 공기정화기가 나올 것 같아.
이지민 좋은 생각이다. 알약 같은 거?
권도은 미세먼지 때문에 아픈 목을 상쾌하게 해주는 약? 좋다, 좋아!
김노을 그런데 미세먼지가 무조건 나쁘기만 할까? 좋은 점이 있나?
이한결 음… 사람들의 준비성을 키워줘. 마스크를 준비하고 나중에는 방독면을 준비하게 될 테니.
김노을 또 좋은 점. 운동하러 가기 귀찮을 때 엄마가 나가지 말라고 하면 나이스 샷!
모두 하하하.
아이들은 미세먼지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미세먼지는 최악의 골칫덩이다.”(김노을) “미세먼지는 우리가 자초한 것이다.”(이한결) “미세먼지는 전깃줄이다.”(이지민) “미세먼지는 우리가 만든 결과물이다.”(권도은) 숨 쉴 권리, 밖에서 뛰어놀 권리를 빼앗아간 미세먼지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생각입니다. 미래 세대인 아이들은 기성세대에게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과 해결책을 요구했습니다. “미세먼지를 소홀히 생각하지 말고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해요, 제발!”(권도은) 아이들이 그리는 잿빛 미래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font color="#008ABD">정리</font>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font color="#008ABD">사진</font>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font color="#008ABD">녹취</font> 원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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