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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참위, 128TB 자료 속 세 번째 ‘진실탐사’

앞선 두 차례 조사위, 세월호 침몰 원인 명확히 못 밝혀

14개 조사 과제 선정… 참사 원인·수사 방해 ‘실체 규명’ 임무
등록 2019-04-12 10:53 수정 2020-05-03 04:29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켜온 세월호 천막이 3월18일 철거되고 있다. 박승화 기자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켜온 세월호 천막이 3월18일 철거되고 있다. 박승화 기자

2014년 4월16일. 모든 이가 침몰하는 ‘세월호’를 보며 충격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던 그날로부터 5년이 흘렀고 세 번의 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두 차례 조사위원회는 무엇이 세월호 침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지난해 8월6일 두 번째 조사위인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마저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을 비롯한 선체 문제 등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내인설’과 외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열린안’ 두 가지를 모두 내놨다.

4·16연대, ‘황교안 수사 외압’ 사참위 조사 신청

앞서 두 개의 조사위원회가 풀지 못한 숙제는 지난해 12월11일 본격 활동을 시작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이어받았다. 사참위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 규명 역할도 맡아 조사하고 있다. 먼저 사참위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14개의 직권 조사 과제를 선정했다. 조사 과제에는 참사 당시 청와대와 해경, 유관기관과 선원의 대응 적정성, 국군기무사령부 등 정보기관의 진상 규명 방해와 은폐 개입, 외부 충돌 가능성 검증, 참사 관련 증거자료 조작과 편집 의혹 등이 포함됐다. 또 다른 조사 과제들은 현재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 1월30일 ‘4·16연대’는 참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수사 외압과 관련한 내용의 조사를 신청했다. 첫 조사 사건 신청이다.

사참위가 정리하고 규명할 일은 여전히 많이 남았다. 먼저 방대한 자료 검토가 필요하다. 1기 특조위가 남긴 자료만 41테라바이트(TB), 2기 선조위는 87TB 규모다. 두 차례 조사위원회에서 제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일 역시 큰 숙제다. 한 사참위 조사관은 “조사 대상에 1기 특조위와 선조위 내용이 모두 포함돼서 범위가 매우 넓다. 또 명확히 소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사참위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사참위는 최근 직권 사건 중 하나의 중간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세월호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녹화 영상이 저장된 디브이아르(DVR)를 정부기관이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28일 사참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해군이 수거했다고 밝힌 DVR와 검찰이 증거로 확보한 DVR가 서로 모양이 다르다고 밝혔다. ‘바꿔치기’ 등의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DVR는 2014년 6월22일 수거됐다. 당시 해군이 수중에서 DVR를 수거하는 과정을 찍은 영상에는 DVR의 오른쪽 손잡이 안쪽 고무 패킹이 떨어졌고 열쇠 구멍도 잠긴 상태(수직 방향)였다. 하지만 검찰이 이틀 뒤 확보한 DVR에는 다시 고무 패킹이 붙었고, DVR 수거 35분 뒤 촬영한 영상에는 열쇠 구멍이 잠금 해제(수평 방향)였으며 잠금 걸쇠도 부러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월호 DVR에는 침몰하기 3분 전까지만 기록됐는데, 사참위는 정부 등의 조작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사참위는 아직 확실한 근거를 확보하진 못해 제보를 받고 있다. 이 밖에 사참위는 침몰 원인을 확정하려고 전문기관에 여러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진상 규명 방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국군기무사령부, 국가정보원, 경찰 문서를 확보하려 한다.

사참위 활동 기간은 1년이며, 1년을 연장해 내년 말까지 이어갈 수 있다. 활동 기간 연장은 큰 무리 없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방대한 과제를 모두 조사해 사고 원인을 둘러싼 여러 논란을 극복하고 제대로 결론 내는 일은 쉽지 않다.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이 사참위 안팎에서 하나로 모일 때에야 가능한 일이다.

2015년 특조위, 해경 교신 내역 확보

첫 조사위원회인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참사 이듬해인 2015년 1월1일 시작됐다. 발족 직후 예산도 없고 인력도 없던 특조위는 같은 해 8월4일에야 정상 가동됐다. 세월호 특별법에는 특조위 활동 기간을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1년’으로 하고 필요할 경우 6개월 연장할 수 있으며 3개월의 ‘백서’ 작업 기간을 두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특조위가 구성된 것이 2015년 8월4일이 아니라 1월1일이라며 특조위를 2016년 9월30일 강제 해산했다.

특조위는 강제 해산 전에도 방해와 비협조로 일관하는 청와대,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 등과 힘에 부치는 싸움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해경의 교신 내역을 확보해 구조 당시의 문제점을 밝혔고, 세월호에 제주해군기지 건설 현장에 납품될 철근이 실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특히 참사 당시 박근혜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방송 뉴스에서 해경 비판을 하지 말라’는 취지의 압력을 넣은 사실을 밝혔다. 특조위는 이 의원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지난해 12월 법원은 이 의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이 의원은 의원직을 잃는다.

두 번째 조사위원회인 선조위는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올라온 나흘 뒤인 2017년 3월29일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미수습자 수습과 침몰 원인 조사, 선체 보존 등의 역할을 맡았다. 선조위는 미수습자 9명 중 4명의 유해를 수습했고 선체를 바로 세웠지만, 결국 침몰 원인을 확정하지 못했다. 선조위는 국외 해양연구소인 네덜란드 ‘마린’에 용역을 의뢰해 실제 세월호 모형을 물에 띄워 실험했다. 실험 결과 바닷물이 각각 나눠진 공간에 침입하는 것을 막는 수밀문이 열려 있어 세월호가 101분 만에 빠르게 침몰한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수밀문만 닫혔어도 세월호가 65도로 기운 채 오랫동안 떠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또 침수·침몰 과정과 사고 당시 화물의 이동 등도 재구성해냈다.

2017년 선조위, 방향타 조절 밸브 결함 확인

선조위는 바로 선 선체를 조사해 기계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도 밝혔다. 배 뒤쪽 방향타를 조절하는 솔레노이드 밸브의 고착이 드러난 것이다. 유압을 흐르게 해 방향타를 조절하는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착되면 배가 급격하게 회전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2015년 4월28일 광주고등법원은 세월호 항해사와 조타수에게 적용된 업무상 과실 선박 매몰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세월호를 건조할 당시 우현 최대 타각 35도로 한 선회 시험이 사고 당시 세월호 항적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이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현상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선조위가 당시 법원의 의심대로 실제 기계 고장이 있었던 정황을 확인한 것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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