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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블로호, 북한의 깜짝 선물?

1968년 사건으로 북한 전리품 된 푸에블로호,

북-미 적대관계 청산의 모멘텀 될까
등록 2019-02-23 13:32 수정 2020-05-03 04:29
2009년 6월 대동강변에 전시된 푸에블로호 앞에서 반미 집회를 하는 평양 시민들. 로이터 연합뉴스

2009년 6월 대동강변에 전시된 푸에블로호 앞에서 반미 집회를 하는 평양 시민들. 로이터 연합뉴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한국전쟁 때 숨진 미군 유해 발굴·송환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미군 유해 발굴·송환은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제4항에 명시돼 있다. 이 합의에 따라 지난해 7월 미군 유해 55구가 미국으로 송환됐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미군 유해 문제와 더불어 1968년 북한에 나포된 ‘푸에블로호 선체 반환’도 다뤄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방송 (VOA)는 스콧 팁턴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푸에블로호 반환 문제 협의를 요구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팁턴 의원은 편지에서 “푸에블로호 반환은 북-미 대화에 포함돼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며 역사적인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과 이 문제를 직접 논의할 수 있는 또 한번의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북·미 대결의 상징 푸에블로호

그는 “나포 때 잡힌 승조원들은 11개월 동안 고문에 시달리다가 미 정부에 의해 자유를 되찾았지만 푸에블로호는 여전히 나포 상태인 유일한 미 해군 선박”이라며 “이제는 본국인 미국으로 돌아올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존 파소 공화당 하원의원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편지를 보내 푸에블로호 반환을 대북 협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해군 누리집은 푸에블로호가 태평양함대 소속이고 ‘환경탐사선’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는 정보수집함이었다. 푸에블로호는 1968년 1월23일, 북한 원산 앞바다에서 북한군에 나포됐다. 나포 과정에서 푸에블로호 승조원 83명 중 1명이 숨졌다. 북한은 영해를 침범해 간첩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공해상에서 납치됐다고 맞섰다. 미국은 핵 항공모함 등을 한반도로 보내며, 전쟁 일보 직전의 극한 대치가 이어졌다.

1968년까지 미국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푸에블로호 석방 협상 과정에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해야 했다. 미국이 사과문에 서명하자 북한은 승조원 82명을 1968년 12월 돌려보냈다. 하지만 푸에블로호 선체는 돌려주지 않았다. 선체는 북한에서 51년 넘게 ‘대미 승전’의 상징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푸에블로호는 평양 보통강 구역에 있는 전승기념관 야외전시장에 있다.

지금도 미 해군 누리집은 푸에블로호(USS PUEBLO)의 상태(Status)를 현역(Active, in commission)으로 표시하고 있다. 각국 해군은 보유 함정을 현역함, 전역함, 퇴역함 등으로 분류해 관리한다. 함정의 전역, 퇴역 개념은 장병과 같다. 현역 함정은 대개 선령(배 나이) 30~40년이 되면 전역하거나 퇴역한다. 푸에블로호는 1944년 7월5일 진수해, 선령이 74년 8개월이다. 미 해군이 75살인 푸에블로호를 이례적으로 현역으로 분류한 것은 반드시 되돌려받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푸에블로호 퇴역의 의미

푸에블로호 선체가 미국으로 송환되면 미 해군은 퇴역함으로 분류할 것이다. 이는 탈북한 국군 포로가 소속 부대의 전역식 행사에 참여하면 현역 군인 신분이 종료되는 것과 비슷하다. 한국 정부는 국군 포로가 북한에 억류된 시기를 현역 복무로 인정해 억류 기간에 대한 보수를 지급한다.

1968년 이후 푸에블로호는 북-미 냉전과 대결의 상징이다. 북한이 푸에블로호를 미국에 돌려준다면, 북한과 미국이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관계로 들어서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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