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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콘 또 특혜 시비

경기도 스타트업캠퍼스 운영사업자 단독입찰 선정돼…

용역 집행도 '내부 거래' 흔적
등록 2018-02-13 16:13 수정 2020-05-03 04:28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테크노밸리에 자리잡은 ‘스타트업캠퍼스’ 건물. 경기도가 1600억원들 들여 설립한 전국 최대의 스타트업 전문 육성 기관이다. 경기도청 제공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테크노밸리에 자리잡은 ‘스타트업캠퍼스’ 건물. 경기도가 1600억원들 들여 설립한 전국 최대의 스타트업 전문 육성 기관이다. 경기도청 제공

허인정 이사장의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ARCON·이하 아르콘)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경기도 스타트업캠퍼스의 위탁운영자로 선정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르콘은 서울 성수동의 언더스탠드에비뉴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성동구 부지를 장기 무상제공받는 특혜를 누렸다는 감사원 지적을 받았던 바 있다. 아르콘 쪽에 지원된 경기도 예산 집행의 투명성 시비도 불거지고 있다.

지방계약법 경쟁 절차 따르지 않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016년 5월26일 스타트업캠퍼스 총장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당시 김 의장은 “스타트업캠퍼스가 업(業)을 찾아가는 플랫폼이 되도록 하겠다”고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경기도청 제공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016년 5월26일 스타트업캠퍼스 총장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당시 김 의장은 “스타트업캠퍼스가 업(業)을 찾아가는 플랫폼이 되도록 하겠다”고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경기도청 제공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테크노밸리에 자리잡은 스타트업캠퍼스는 창업을 원하는 젊은이들의 아이디어를 찾아내 사업화한 뒤, 창업, 성장, 해외 진출을 하는 스타트업의 전체 발전 과정을 지원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전문 육성 기관이다. 1600억원이 투입된 지상 8층 건물 2개동과 5층 건물 1개동에 ‘요즈마캠퍼스’ 같은 세계적인 액셀러레이터(창업한 기업이 조기에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와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K-ICT 본투글로벌센터, 기술 지원을 하는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이 입주해 있다.

경기도는 스타트업캠퍼스 건물과 시스템은 도가 직접 나서서 만들지만, 운영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잘 아는 민간 영역이 맡아야 한다는 통 큰 원칙을 세웠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후 2016년 3월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게 스타트업캠퍼스 총장을 맡아줄 것을 제안해 승낙을 받았다. 그해 5월 초대 총장에 취임한 김 의장은 민간 전문가 중 운영총괄 기관을 선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의장이 총장을 맡았지만 명예직이었고, 카카오가 직접 운영을 맡을 수도 없었다. 스타트업캠퍼스를 잘 꾸려나갈 교육·운영 사업자로 김 의장이 허인정 이사장의 아르콘을 직접 추천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허 이사장의 아르콘을 사업 운영 기관으로 미리 낙점했다는 뜻이다. 이후 아르콘을 사업자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편법과 무리수가 이어졌다. 하나씩 짚어보자.

경기도는 2016년 8월16일 산하 공공기관인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당시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하 진흥원)에 스타트업캠퍼스의 창업교육 등 운영을 담당할 사업자 선정 과제를 내려보냈다. 진흥원은 이튿날 ‘스타트업캠퍼스 창업교육 등 운영사업 제안요청서’를 공고하고 수탁사업자를 모집했다. 그런데 마감 시한인 8월31일까지 단 1건의 제안서가 접수됐다. ㅇ제안자는 아르콘. 단독입찰이었다.

진흥원 쪽은 이 과정에서 경쟁입찰을 요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진흥원 관계자는 “진흥원 내부 운영규칙의 위탁사업자 선정 절차(제19조)를 적용했고, 그에 따라 단독 심사를 통과한 아르콘을 최종 사업자로 결정했다. 그게 팩트라는 점만 설명드린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옹색하다. 그러면서 “당시 담당자가 퇴사해 왜 그런 절차로 진행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감사원에서 감사를 하더라도 어떤 결론을 내릴지 장담 못하겠다. 지방계약법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을 잘못이라 판단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진흥원의 실무자들조차 “불법이 아니다” “옳은 절차였다”고 당당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아르콘만을 위한 심사 기준

당시 심사 기준도 문제로 지적된다. 진흥원은 비영리법인으로 사업자를 제한하면서 거액의 매칭펀드 투자를 요구했다. ‘돈 많이 부담할 수 있는’ ‘비영리법인’이란 서로 모순되는 조건을 참가 자격으로 동시에 요구한 것이다. 경기도가 지원하는 금액의 30% 이상을 자부담하면, 해당 항목에서 10점 만점을 받도록 배점표를 공지했다. 경기도가 2016년 책정한 애초 사업비 총액이 22억5천만원이니, 6억7500만원(약 7억원) 이상을 자부담해야 해당 항목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익명의 한 제보자는 “기부금 받아 살림을 꾸리면서 7억원이라는 생돈을 내놓을 수 있는 비영리법인이 도대체 어디에 있겠나. 허 이사장의 아르콘을 사업자로 선정하기 위해 경쟁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아르콘은 제안서에서 해마다 8억원의 사업비를 자부담하겠다고 적어, 매칭 투자 계획평가에서 10점 만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범수 의장은 3년동안 해마다 자신의 카카오 주식 1만 주를 아르콘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아르콘의 매칭 투자 전액을 넉넉하게 공급해주었다.

이렇게 지원을 받고도 아르콘은 심사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기준점수(총점 105점의 85% 이상)를 가까스로 넘겼다. 심사위원 7명 가운데 3명이 85%에 못 미치는 점수를 매겨, 평균 점수가 86.8%에 그쳤다. 아르콘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아르콘은 스타트업과 무관한 비영리 공익사업체다. 스타트업 관련 업력이래야 취약계층 청년들의 자립을 돕는 사업 경험 정도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허인정 대표 월급 1400만원

아르콘이 지원받은 경기도 교부금을 ‘내부 거래’ 방식으로 집행한 꼬리표도 드러나고 있다. 아르콘은 스타트업캠퍼스의 대표 교육 프로그램인 ‘시그니처 코스’의 저널리즘 워크숍 진행을 허 이사장이 설립한 미디어더퍼스트에 맡겼다. 그렇게 지급된 용역비 총액이 2016년과 2017년 세 차례에 걸쳐 1억5천만원가량이다. 미디어더퍼스트는 허 이사장 소유의 서울 성수동 예원빌딩 3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허 이사장은 2017년 미디어더퍼스트 지분을 직원들한테 전량 넘겼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를 ‘위장 이혼’으로 의심하는 시각도 많다.

스타트업캠퍼스의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따낸 업체 ㅋ사가 미디어더퍼스트와 같은 빌딩 같은 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ㅋ사는 2016년 말(6억5천만원)과 2017년 5월(5억7천만원) 두 차례에 걸쳐 무려 12억2천만원에 이르는 굵직한 공사를 독식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아르콘이 2016년 말에 ㅋ사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인테리어 공사를 맡긴 것은 부적절했다. 아르콘 직원의 경위서를 받았으며, 그 뒤로는 모든 계약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또한 눈 가리고 아웅 식이어서, 아르콘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입찰 공고를 내고 자기 주관으로 심사를 해 낙찰자를 선정하고 있다.

허 이사장이 스타트업캠퍼스 대표로 거액의 급여를 받아온 사실도 확인됐다. 허 이사장은 스타트업캠퍼스 대표를 맡은 2016년 10월 이후 월 14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진흥원 관계자는 “급여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와 2017년에는 일부 삭감했다”고 밝혔다. 허 이사장은 2017년 이후 월 1천만원 전후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콘 주변에서는 “허 이사장은 아르콘의 여러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사람이다. 사실상 스타트업캠퍼스에 상근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나친 급여를 받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와 진흥원은 2016년 10월 이후 2017년 말까지 스타트업캠퍼스 운영사업자인 아르콘에 총 70억원이 넘는 교부금 예산(아르콘 자부담 10억원 별도)을 집행했다.

“당장 창업 도움안돼, 안타깝고 화나”

막대한 혈세를 투입한 사업이지만, 교육생들 사이에 프로그램이 충실하지 못하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스타트업캠퍼스의 ‘시그니처 코스’(16주 과정의 3기 교육을 받은 ㅊ씨는 “허 이사장과 친분 있는 사람들이 강의를 많이 맡는다는 사실을 선수(피교육생)들은 알고 있다. 아까운 혈세가 낭비된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2기 교육을 수료한 ㄱ씨는 “미디어더퍼스트 기자들이 진행하는 저널리즘 워크숍은 외부 홍보용이라는 인상이 짙었고, 디지털 교육은 중·고등학생한테나 어울리는 과정이었다. 당장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우리 같은 선수들한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멘토링을 기대했는데, 두 차례 축사가 고작이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스타트업캠퍼스는 교육생들의 불만에 “이 과정자체가 스스로 업을 찾아가는 길을 열어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당장 창업을 생각하고 온 선수들한테 잘 맞지 않을 수 있다. 4기부터는 스타트업을 창업하려는 이들과, 내 삶의 길을 찾아가는데 도움받으려는 이들을 구분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초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점차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와 진흥원은 스타트업캠퍼스 예산 집행의 투명성 시비가 끊이지 않자, 아르콘에 집중 회계감사를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허 이사장을 스타트업캠퍼스 대표로 추천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아르콘과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범수 의장이 허인정이란 사람을 잘못 봤다. 이제는 스타트업캠퍼스 총장직도 그만뒀다. 3년 동안 1만 주씩 아르콘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는데, 남은 1만 주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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