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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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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의 프레임 깨라

올 초 강남 아파트값 급등하며 보수언론 ‘참여정부 시즌2’ 프레임 확산…

악의적 공격에 서민주거 안정 정책 일관해야
등록 2018-01-30 14:30 수정 2020-05-03 04:28
참여정부는 출범 첫해인 2003년 10월29일 종합부동산세 도입(2005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투기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 모습. 연합뉴스

참여정부는 출범 첫해인 2003년 10월29일 종합부동산세 도입(2005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투기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 모습. 연합뉴스

‘집값이여, 항복하라!’

2003년 12월11일 발간된 제487호 표지이야기 제목이다. 참여정부가 초기에 내놓은 야심 찬 부동산 대책과 이를 주도한 인사들의 활약을 소개한 기사였다. 다소 도발적인 제목만큼이나 당시 청와대 참모들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역대 정권의 골칫거리였던 부동산 투기를 이번 정권에서는 반드시 잡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보수언론, 기다렸다는 듯 조롱 </font></font>

실제 그해 10월29일 발표된 참여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은 예상외의 고강도 처방이었다. 종합부동산세 조기 도입,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주택담보대출 기준 강화 등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총망라했다.

효과도 당장 나타났다. 대책 발표 한 달 뒤 서울 강남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1억원 정도 빠진 아파트 급매물이 쏟아졌다. 매매가격이 10~20% 내린 아파트 단지도 속출했다. 그동안 ‘부동산 불패’ 패러다임에 익숙했던 언론들은 깜짝 놀랐다. 도 “엄포에 그친 채 번번이 무력화되고 말았던 기존 대책과는 양상이 판이하게 다르다. 집값과의 대결에서 정부가 심리 싸움에서 일단 기선을 잡았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1년여 뒤 상황은 급반전했다. 2005년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이 전년에 견줘 5.65% 오르더니 2006년에는 무려 18.8%나 뛰었다. 서울발 부동산 광풍이 지방으로 번지면서 전국의 부동산이 들썩였다. 참여정부의 지지율은 부동산 시세와 정확히 반비례했다. 부동산 정책에 실망한 지지세력의 이탈로 노무현 정권은 더욱 힘든 임기 후반을 보내야 했다.

참여정부의 데자뷔일까. 임기 2년차를 맞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을 조짐을 보인다. 정권 출범 두 달여 만인 2017년 8월2일 문재인 정부는 기세 좋게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중복 지정,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인정비율(LTV) 강화 등 투기세력을 겨냥한 종합 대책이었다. 주무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을 많이 가진 분들은 집을 파시는 게 좋다. 집을 투기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2018년 벽두부터 서울 강남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찮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정보에 따르면 강남 아파트의 1월 첫쨋주와 둘쨋주 매매가격은 각각 직전 주와 비교해 0.24%, 0.36% 올랐다. 1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인 0.05%의 5~7배를 웃돈다. 강남발 투기 열풍이 양천구와 성동구, 광진구 등 서울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조짐도 감지된다.

보수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조롱했다. ‘실패가 예견된 대책’ ‘시장을 모르는 정부’ 등 정책 당국자에게 모욕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가진 자에 대한 분노와 정의감을 갖고 집값 때려잡기에 나서면 또 한 번의 패배 기록을 더할 뿐”<font color="#C21A1A">(김광현 논설위원 1월11일치 칼럼)</font>이라는 치욕적인 훈수까지 두었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10여 년 전 그때와 비슷하다. 과연 보수언론의 ‘예언’대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참여정부 시즌2’로 끝나고 말 것인가.

<font size="4"><font color="#008ABD">정부, 4월 이후 본격 효과 기대</font></font>

청와대와 국토부 등 부동산 정책 당국은 당연히 이런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부는 우선 8·2 대책이 실패했다는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반박한다. 국토부는 1월16일 낸 보도자료에서 “최근 서울의 집값 상승세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양천구 등 특정 지역에 한정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지난해 8·2 대책 전후의 서울 집값 상승률을 비교하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반박한다. 8·2 대책 이후인 지난해 9~12월 서울의 월평균 집값 상승률은 0.32%로 대책 발표 이전인 5~7월 0.48%보다 0.16%포인트 줄었다.

정부는 8·2 대책의 핵심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처가 오는 4월부터 시행되고, 지난해 적용 유예가 끝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본격 시행되면 강남 지역의 집값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이 지역의 집값 상승 원인이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때문이라는 분석에 근거한다. 실제 국토부가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초과 주택을 거래할 때 제출하도록 한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해보니, 서울의 갭투자 비중은 지난해 10월 38.6%에서 12월 59.2%로 급증했다.

정부는 ‘수요 억제가 아닌 공급 확대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잘못된 진단에서 나왔다고 본다. 보수언론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강남을 비롯한 서울 지역의 아파트값이 노무현 정부 때보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점을 들어 공급 확대론을 주장한다. 보금자리주택처럼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역에 주택을 공급해서 강남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수요 억제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참여정부처럼 집값과의 전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 자료(표 참조)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에서도 서울 지역의 주택 공급은 2005년 5만9천 가구, 2006년 5만2천 가구, 2007년 4만6천 가구 등으로 꾸준히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 때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이명박 정부도 초기에는 2009년 3만5천 가구, 2010년에는 4만2천 가구에 그쳤다.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6만5천 가구로 공급량을 늘렸지만 전체 물량에서 참여정부 때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때는 6만~8만 가구 수준의 물량이 공급됐는데, 2013년과 2014년에만 부동산이 안정세를 보였을 뿐 2015년부터 서울과 부산 등을 중심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서울과 경기도, 부산, 세종시 등의 집값이 동시다발적으로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해에도 무려 7만1천 가구의 주택이 공급됐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집값, 물량보다 통화량과 관련 </font></font>

정부는 부동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유동성을 꼽는다. 실제 유동성과 집값 추이를 비교해보면 둘의 연관성이 두드러진다.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른 2005~2008년에는 현금과 현금성 예금을 합친 통화량(M2) 증가율이 7~12%였다. 반면 서울 집값이 떨어진 2012년과 2013년에는 통화량(M2) 증가율이 4.6~4.8%에 그쳤다. 특히 국토부가 서울 집값과 주택 공급 물량, 통화량과의 상관관계를 각각 분석해보니 통화량 상관계수가 0.77로 주택 공급 물량(-0.18)보다 훨씬 높았다. 주택 공급량이 서울 집값을 끌어내리는 효과보다, 통화량이 서울 집값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더 큰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강남 수요를 분산시키겠다며 분당과 판교 신도시 개발을 추진한 결과, 집값이 더 크게 올랐다. 공급 확대는 집값 상승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더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지금 서울 강남의 집값 급등도 유동성의 영향이 크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저금리 정책으로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렸는데, 이 돈이 강남 부동산에 몰리면서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통화량(M2)은 무려 2523조원에 이른다. 10년 전 1273조원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정부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재탕한다는 보수언론의 지적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참여정부 때는 상대적으로 집값 안정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현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차이는 서민용 주택 공급 정책에서 두드러진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에서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은 역대 최대 수준인 연평균 13만 가구에 이른다. 정부 관계자는 “참여정부 때는 실거래가 신고제, 주택가격조사 시스템 구축, 종부세 도입 등 기본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다. 이를 토대로 서민의 주거 기반을 안정시키는 것이 현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한국갤럽이 1월16~18일 전국 성인 1004명에게 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하고 있는지 물은 결과 24%만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34%는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8·2 대책 발표 직후 조사 때는 긍정 평가가 44%였다. 4개월여 만에 여론이 뒤집어진 것이다. 여론은 ‘8·2 대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정부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물론 정책 당국이 여론의 반응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다.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정책을 수정하거나 취소하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뿐이다. 정책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정권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힌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청와대가 강남 집값과 관련해 “집값이 오른다고 해서 일기를 쓰듯 대책을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이정우 “종부세 강화·보유세 도입”</font></font>

참여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것도 정책의 일관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인사들의 공통된 ‘반성’이다. 참여정부의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며 10·29 대책을 진두지휘한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과 한 통화에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은 당시 관료들이 정책을 수정한 탓이 크다. 부동산 안정을 위해서는 종부세 강화와 보유세 도입이 필요하다. 보수언론의 악의적인 프레임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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