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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론이 좌우하지 않았다

3개 정당 청년 49명, ‘권력구조·선거제’ 토론회서 자기 의견 대로 합리적 토론 펼쳐
등록 2017-11-10 10:49 수정 2020-05-03 04:28
지난 10월28일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한겨레21>과 ‘공공의창’이 함께 주최한 ‘미래 세대가 말하는 개헌’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김봉규 기자

지난 10월28일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한겨레21>과 ‘공공의창’이 함께 주최한 ‘미래 세대가 말하는 개헌’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김봉규 기자

지난 19대 대선 때 정치권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위한 동시 국민투표를 공약했다. 국회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열어 헌법 개정안과 관련해 많은 논의를 해왔고, 다양한 쟁점이 생겼다. 전국을 돌며 공청회도 여덟 번 열었다. 그런데도 시민들과 시민사회에서는 개헌 과정에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시민참여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정당별 다수 의견 압도적이지 않아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과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은 10월28일 각 당의 청년 당원들을 대상으로 ‘미래 세대가 말하는 개헌’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18명), 자유한국당(19명), 정의당(12명) 3개 당 청년 49명이 참여한 원탁토론회였다. 공공의창 회원사이자 원탁토론 전문기관인 코리아스픽스가 행사 진행을 맡았다.

먼저 이날 열린 숙의형 원탁토론에서는 각 당의 청년 당원들이 당장 합의점에 도달하기보다, 토론 과정에서 메타컨센서스(당면한 문제의 성격에 관한 합의)를 찾아낼 수 있을지가 더 중요했다. 겉으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도 나중에 합의를 끌어낼 근거가 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회 주제는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제도 개혁’이었다. 이와 별개로 토론을 진행하는 쪽에서 주목한 두 가지 이슈가 있었다. 하나는 극단적 대립을 반복하는 정당 구성원들 사이에 합리적 토론이 가능한가이고, 또 하나는 당원이기도 한 참가자들이 당론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의견으로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느냐였다.

토론 후 의견 변화 13.8~25%

결과부터 말하면, 이번 ‘미래 세대가 말하는 개헌’ 토론의 참가자들은 당론에 상관없이 자기 관점으로 합리적 토론을 했다고 평가된다. 1·2부로 나눠 진행한 토론 가운데 1부 입론 과정(8개 테이블별 토론)에서는 대체로 합리적 토론 분위기였다. 하지만 입론 과정에서 대립 의견을 낸 참가자들은 전체 토론에서 날카롭게 대립하며 서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참가자들은 토론할 때 당론에 어느 만큼 좌우됐을까. 먼저 권력구조 문제에서 정당별 다수 의견 비율은 더불어민주당이 66.6%, 자유한국당 68.4%, 정의당 41.6%였다. 선거제도와 관련된 정당별 참가자의 다수 의견 비율은 더불어민주당이 66.6%, 자유한국당 63.1%, 정의당 91.6%였다. 생각만큼 압도적 의견이라고 할 수 없는 수치다.

이번엔 각 정당 참가자들이 숙의 과정에서 얼마나 자기 의견을 바꾸었는지 알아보자. 권력구조와 관련한 투표에 참가자의 13.8%가 의견을 바꿨다. 선거제도와 관련해서는 더 많은 25%가 처음과 다른 의견을 냈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는 권력구조 개편 주제에서는 13.3%, 선거제도에서는 35.7%의 의견 변화율을 보였다. 자유한국당은 권력구조 21.4%, 선거제도 20%, 정의당은 권력구조 0%, 선거제도 14.3%의 의견 변화율을 보였다.

권력구조 이슈에서는 자유한국당이 가장 큰 변화를, 선거제도와 관련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숙의 전후로 가장 적은 의견 변화율을 보인 정당은 정의당이었다. 청년 당원들은 당론에 압도되기보다 소신을 가지고 토론했으며 숙의 과정에서도 ‘열린’ 자세로 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래 세대의 역량을 보인 것이자 숙의의 힘이라 하겠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숙의민주주의센터장인 제임스 피시킨은 2008년 출판한 책 (When the people speak)에서 ‘숙의의 날’을 제안한다. 국민적 이슈에 관해 단 하루 동안 전국적인 숙의 토론을 하자는 제안이다. 주요 정당들이 국민적 이슈에 대해 자신들의 주장을 전국 미디어에 발표하는 것이다. 또 각 지역에서는 소그룹 토론에서 핵심 질문들을 정리한 뒤 각 정당의 대표자들에게 던진다. 각 정당은 여기에 답변하고 이 과정을 국민이 모두 지켜본다.

‘합리적 무지’에서 ‘합리적 선택’으로

피시킨의 주장은 비록 하루뿐인 짧은 토론이지만, 이 과정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새 정보를 얻고 자신의 선호를 극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대중이 토론을 통해 자신의 ‘합리적 무지’를 넘어서는 ‘합리적 선택’에 도달하리라는 얘기다. 그는 “전체 국민이 고무되어 집단적 토의가 활성화하는 순간, 정상적으로는 없었던 일종의 집단적 토론을 반영하기 때문에 더욱 높은 정당성을 가지는 때가 있다”며 그 시기를 ‘헌법적 순간’이라고 했다. 어쩌면 우리에겐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이수빈 코리아스픽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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