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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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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개혁 목소리는 높지만…

대선 앞두고 개혁안 나왔지만 녹록지 않아,

이명박·박근혜 정부 사건 진상 재조사부터 해야
등록 2017-05-07 14:58 수정 2020-05-03 04:28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회원들이 지난 4월11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가짜 뉴스 조작 유포와 헌법재판소 사찰 의혹이 있는 국가정보원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회원들이 지난 4월11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가짜 뉴스 조작 유포와 헌법재판소 사찰 의혹이 있는 국가정보원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국가정보원 예산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국정원 개혁’의 핵심은 뭘까? 결국 돈줄이다. 2005년 국정원 불법 도청 사건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남긴 이 발언은 국정원 감시·견제를 위해 가장 필요한 지점을 적확히 찌른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다수당이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은 인식했지만 구체적인 조처를 취하진 않았다. 해법이 미뤄진 사이 국정원은 3년 뒤 2008~2009년 여론 조작 민간조직 ‘알파팀’의 운영자금을 지원했다. 국정원이 그때 벌인 일들은 9년이 흘러 제1158호 표지이야기 ‘국정원은 왜 우익 청년에게 2만5천원을 줬나’ 등 연속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국정원의 폭주를 막기 위한 조처가 일부 이뤄지기도 했다. 2014년 1월 국정원법이 개정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예산 심사 권한을 일부 강화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한 국정원 댓글 사건 등으로 국정원 개혁 목소리가 높아지던 무렵이었다.

대선 후보 공약, 의지는 있어 보이나…

이번에야말로 국정원 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까. 관심은 대통령선거가 끝나는 5월9일 이후로 모아진다.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의 피해 당사자였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이번 대선 공약집에서 국정원 전면 개편을 호기롭게 내세웠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고, 대북한 및 해외, 안보·테러, 국제범죄 정보 수집 기능을 전담 정보기관인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핵심 업무인 대공수사권을 경찰 산하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이관한다는 내용도 제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마찬가지다. 그는 와 참여연대가 공동 진행한 대선 후보 정책 평가에서 “국내 정보 수집권, 정보·보안 업무 기획조정권, 수사권을 폐지하고, 국정원의 인적 쇄신과 함께 예산 특례를 축소하고, 감사원 감사 및 국회 통제 강화 등 운영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4월18일) 안 후보 진영 내부에선 국내 정보 수집 기능 유지 등 일부 핵심 사안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개혁 의지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 것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다. 심 후보 쪽에선 국회의 감시·통제 방안을 확대하고 19대 국회에서 발의한 해외정보원 개편 법안을 추가 검토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각 후보가 다양한 국정원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선 문 후보의 개혁안에 대해선 ‘(국정원을 개혁하면) 국가 안보에 공백이 발생한다’는 논리로 저항하는 쪽을 설득할 방안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후보는 내부 이견부터 정리해야 한다. 심 후보도 개혁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현재 국회 의석 구도에선 보수 정당의 도움 없이 개혁법안 통과는 사실상 어렵다. 보수 쪽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국정원의 역할이 유지 또는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정원 개혁을 위해선 국회보다 대통령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4월21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이 함께하는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주요 대선 후보 5명에게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자행된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인권침해 진상 조사를 당선 직후부터 실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국정원의 일탈을 조사할 수 있는 독립된 민관 합동 기구로서 ‘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칭) 설치·운영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을 밝힐 것도 요구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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