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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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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갈림길에 들다

2만4천 명 팬클럽 거느린 황교안 권한대행

목회자의 길 걸을까, 강경보수 깃발 들까
등록 2017-03-16 10:56 수정 2020-05-03 04:28
신학대학원을 나온 현직 전도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3월2일 국가조찬기도회에 나섰다. 정교분리 국가의 최고위 공직자로 지나치게 성경을 자주 인용하는 그는 이날도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라는 ‘말씀’을 전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신학대학원을 나온 현직 전도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3월2일 국가조찬기도회에 나섰다. 정교분리 국가의 최고위 공직자로 지나치게 성경을 자주 인용하는 그는 이날도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라는 ‘말씀’을 전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난세에 애국보수우파가 세워야 할 대통령 후보는 첫째, 좌우를 기웃거리며 기회주의적으로 처신하는 속물적 리버럴리스트는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둘째, 가짜 민주화세력, 가짜 보수세력과 전쟁을 통해 대한민국을 지켜내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 셋째, 전체주의 추종세력과 피 튀기는 내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반공’의 확고한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사람이어야 한다.”

“준비된 후보, 황교안”

이렇게 엄격한 후보 기준을 제시한 (민초커뮤니케이션 펴냄)의 저자 김용삼씨는 “태극기와 애국가를 신봉하는 대한민국 수호 세력의 열망을 실현해줄 ‘준비된 인물’은 현 상황에선 황교안이 유일한 희망이라 생각한다”고 문장을 잇는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공안검사로서의 커리어, 통진당 해산 대첩에서 목격했듯이 그는 철저한 반공주의자다. 요즘은 ‘반공’이 천연기념물처럼 귀하신 존재가 되었는데, 바로 이 점이 황교안이 애국보수우파, 대한민국 수호 세력, 태극기 세력이 지지하는 후보로서의 강력한 백그라운드다.”

황교안 대망론을 담은 이 지난 2월23일 출간됐다. 보수애국시민이 애청하는 는 저자를 초대해 갓 출간된 책을 소개했다. 태극기집회 좌판에서도 은 등과 나란히 팔린다.

‘황교안 폭풍 지지율 징조! 사실상 대선 지지율 1위’라는 제목의 영상도 사이버 세상을 떠돈다. 영상은 가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부각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성인 1059명을 상대로 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32.5%)에 이어 황교안(16.0%)이 나왔다는 보도를 소개한다.

어려운 성장 환경을 이겨낸 청년, 경기고 학도호국단장 출신, 어머니 이름의 장학금, 확고한 국가관을 바탕으로 펴낸 , 제창에 입을 굳게 다물고 거부 의사를 표현한 사람,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사람, ‘그의 이름은 황교안’으로 영상은 끝난다.

지지율 상승세는 다른 조사에서도 나온다. 3월2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공개한 ‘3월 1주차’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황 대행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3.7%포인트 상승해 14.6%를 기록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를 제쳤고, 보수 후보에서 단연 1위다.

이상일 여론조사 아젠더센터장은 “그의 지지율은 강경보수의 민심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탄핵 반대 여론이 결집된 힘을 보여줄 대상으로 황교안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는 “강한 얘기만 쏟아내는 이인제, 김문수 등과 다르게 새롭고 강하면서 참신한 이미지의 황교안 대행에게 보수층의 기대감이 투사되고 있다”며 “반기문 사퇴 이후에 중도는 안희정, 보수는 황교안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지 의사를 드러내기 꺼리는 ‘샤이 보수’가 가세해 대세를 바꿀 가능성은 적다고 전문가들은 답했다.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는 “황교안 지지라고 응답하는 이들이 정말 황교안을 지지하는 것인지, 탄핵 국면을 방어하기 위한 것인지 모호하다”며 “실제 대선 득표와 연결하는 적극적 해석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일 센터장은 “샤이 보수가 결집해도 최대치는 25~30%”라고 전망했다.

지난 3월1일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황교안 통일 대통령 만들기’(황대만)의 첫 오프라인 모임이 열렸다. 50여 명이 참여한 자리에는 중·장년층이 주류를 이루고 청년층 일부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페이스북 공개그룹으로 시작한 황대만은 현재 2만4천여 명이 가입돼 있다.

강경보수 민심 대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황교안 권한대행 지지율의 성격을 “탄핵 반대 여론의 핵심 정서를 대변한다”고 분석했다. 대안 없는 보수에 그나마 희망은 황교안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황교안 권한대행 지지율의 성격을 “탄핵 반대 여론의 핵심 정서를 대변한다”고 분석했다. 대안 없는 보수에 그나마 희망은 황교안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우성제 황대만 간사는 “하루 100~200명씩 가입 신청이 들어온다”며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첫 모임에서 지부별로 지부를 만들기 위한 조사 정도는 했다”고 밝혔다. 우 간사는 “지난해 총리실이 주최한 페이스북 친구모임에 참석해 황 대행 가까이서 두어 시간 보내면서 팬이 됐다”며 “따듯하고 정중하지만 강단 있는 모습에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우 간사는 여론조사 결과에 불만을 표했다. “여론조사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는데, 보수 후보는 가나다순으로 나열해 황교안 대행이 8번째 끝 순서로 나온다. 나이 드신 분들은 중간에 대충 누르고 끊기도 한다. 반면 야권 후보는 문재인씨가 처음에 나온다. 그래서 우리는 문재인 지지율은 0.6을 곱하고 황교안은 1.3을 곱해야 한다고 본다. 응답하기 싫어 답하지 않는 보수도 있다. 지지율 15%만 넘으면 당선되리라 본다.” 이렇게 황대만은 황교안 대행의 대선 출마를 바라고 있다.

직선적 언행을 하는 기성 보수 정치인에 견줘 그의 진중한 이미지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은 ‘흙수저 가정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그의 성품을 이렇게 표현한다. “부친과 마찬가지로 모친에 대해서도 고향이 어디인지, 출신 배경은 어땠는지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다. 황교안이 어느 누구에게도 가정사를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교안은 원래 그런 사람이다.”

외유내강의 기독교인, 다듬어진 보수로서 그의 이미지에 대해 김진호 제3세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1970~80년대 등장한 신앙적 논리로 무장한 지식인 침례교 신자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현직 전도사인 황교안 대행은 고비마다 질문에 성경을 인용해 응답했다. 대선 출마 의지가 궁금한 이들에게 다시 한번 성경을 인용한 선문답 같은 말을 남겼다.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

3월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참석한 그는 성경 구절을 인용해 “사람이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라고 연설했다. 그는 앞서도 성경 구절을 인용해 대선 출마 의지에 대한 궁금증에 답했다. 그의 조찬기도회 발언은 대선 출마 의지를 한 걸음 더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반면 그가 권한대행의 권한을 넘어선 통치 행위를 할 때마다 ‘대통령 놀이, 얼마나 하고 싶었을까’라는 반응이 나왔다.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는 그의 행보에 대해 “정치적 행위인데 정치인의 행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선이라는) 무대 주변을 배회하면서 정치 행위를 하는데, 정치인으로 책임은 지지 않는 정치적 행위”라는 것이다.

정치학자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막스 베버의 관료주의 비판을 인용해 “최악의 정치”라고 말했다. “그는 관료다. 선출되지 않은 공직자다. 국정운영을 위해 불가피하게 이들의 자리를 만들지만 규범이 있다. 시민이 위임한 공적 자산을 관리하고 시민이 선출한 공직자를 보좌해야 한다. 선출되지 않은 이들이 정치의 중심에 서면 관료정치라고 한다. 민주주의가 아니란 뜻이다. 관료 주도의 정치를 권위주의라고도 부른다. 황교안 권한대행의 행위는 선을 넘었다. 주권을 해석할 헌법기관이 엄연히 살아 있다. 의회가 해산된 것이 아니다. 의회의 판단을 존중해 과도기적 관리자 역할만 해야 한다. 인사권, 안보 관련 정책을 자신의 의지대로 집행한 것은 비극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권한대행이 되기 이전 거듭해 “50살 전후로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를 하겠다”고 밝혔다. 목사가 희망이던 그가 종북좌익과 맞서 싸우는 전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있다. 은 김병준 총리 카드로 황교안 총리가 낙마할 뻔했던 상황을 “하나님이 보우하사” 피했다고 묘사한다.

“애국가 가사 중에 ‘하나님이 보우하사’란 구절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두 장의 카드를 권력에 눈이 먼 여야 정치세력이 걷어찬 것은 애국보수우파 입장에서 볼 때는 ‘하느님이 이 나라를 보우하신’ 은혜요, 탄핵 촛불세력 입장에서 보면 두고두고 땅을 치고 후회활 최악의 실수로 해석된다.”

의 저자 김용삼의 역사·사회 인식은 최근 개신교 논리와 맞닿아 있다. ‘기독교 전사 황교안’을 제목으로 뽑아 찬양하고, 후천성면역결핍증(HIV) 감염인/에이즈 환자를 복지 수탈의 대표로 몰아가는 논리도 그렇다. 그에게 황교안은 자랑스런 월남민의 아들이다. 황대만 대표도 개신교 목사로 알려졌다. 이처럼 ‘황교안 대망론’에는 오랫동안 한국 보수의 터줏대감 노릇을 해온 보수 개신교의 직접 집권 열망이 투사돼 있다.

응답할 시간이다

“황교안의 저서의 발간 시기가 하필이면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지 4개월 후인 1998년 6월이라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고난의 행군 10년’(김대중+노무현 정부)이 시작되는 시기를 골라서 책을 내놓은 황교안의 속내는 무엇이었을까.” “권력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검사 신분으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기독교 전사 황교안’의 발자취를 찬양하는 의 구절들이다. 이런 면모에 대한 전혀 다른 해석도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세계를 적과 아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구약적 세계관을 가진 검사 황교안에게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입에 맞았을까”라고 말했다. 강경보수의 열망에 그가 응답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가족이 일군 침례교회의 목회자로 돌아갈지, 강경보수의 대변자로 나설지, 그가 시험에 들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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