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2013년 6월26일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수서발 고속철도(KTX)를 운영하는 신규 업체(코레일 자회사)를 세우겠다는 게 뼈대다. 정부는 ‘독일식 철도 경쟁체제’를 도입해 코레일의 만성 적자 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철도 민영화’로 코레일은 망하고 국민의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한다. 평행선을 달리는 철도 민영화 쟁점을 이 문답풀이로 정리한다.
Q 수서발 KTX를 떼면 이익인가?현재 코레일은 무궁화·새마을·KTX 등 다양한 열차를 전국 단위로 운영한다. KTX 경부선을 제외한 모든 노선이 적자를 봐서 KTX 흑자분으로 나머지 적자를 메우는 구조다. 2016년께부터 운행될 수서발 KTX는 서울 강남권역과 경기도 분당·성남을 지나는 ‘알짜 노선’으로 분류된다. 한국교통학회는 앞으로 30년 동안 연간 5만5천 명이 수서발 KTX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수서발 KTX를 분리하면 코레일의 매출이 연 4500억~5천억원 감소할 것으로 본다. 흑자를 내는 KTX 승객을 신규 업체에 빼앗기면 기존 업체의 적자가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정부는 대안을 마련했다. 코레일 신규 업체에 열차를 빌려줘 임대료를 받고 차량 정비를 대행하도록 했다. 그 대가로 코레일이 연 2천억원을 챙길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정부의 셈법을 따르더라도 수서발 KTX를 떼어내면 코레일은 어쨌든 손해를 입는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사장으로 임명되기 전인 2012년 1월31일 에 칼럼(‘국익에 역행하는 고속철도(KTX) 민간 개방’)을 썼다.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 운영은 궁극적으로 철도 민영화를 낳을 것이며,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 운영이 효율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없다.”
Q 왜 쪼개려 하는가?코레일은 연평균 57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부채가 17조원을 웃돌아 하루 이자만 13억원을 낸다. 2005년 코레일 출범 이후 8년간 부채가 8배나 늘었다. 이런 부실을 해소하려면 독점 구조를 깨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경쟁사(수서발 KTX 신규 업체)가 등장하면 ‘고비용·저효율’인 코레일의 경영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
철도노조는 할 말이 많다. 코레일의 부채 중 상당수는 정부 정책의 실패 탓이다. 2009년 민자사업으로 추진된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면서 1조2천억원의 빚을 짊어졌고,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무산되면서 4조~6조원의 손해를 봤다. 경부고속철도 건설 부채도 4조5천억원이나 된다.
한국 철도는 쪼개기에는 너무나 작은 규모라고 임석민 한신대 사회과학대 교수는 말한다. 한국 철도(3572km)는 단일조직 독점기업인 독일 철도(3만3723km)나 프랑스 철도(3만2천km)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일본 철도업계는 최소 운영 규모를 4천km로 보고 있다. 작은 시장을 나누고 쪼개면 이익이 생기는 게 아니라 중복 비용 탓에 손해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Q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인가?수서발 KTX 신규 업체의 지분은 코레일과 공적자본이 나눈다. 국민연금기금 등이 재무적 투자자로 59%를, 코레일이 41%를 소유한다. 민간자본은 참여하지 않아 철도 민영화가 아니라고 정부는 말한다. 민영화라는 용어를 기반시설·지분 매각 등 공공기관의 소유·경영 구조에 변화가 있을 경우로 제한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도 그랬다. 수서발 KTX 민간 위탁을 추진하면서도 한사코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현대건설·동부건설·GS건설·SK건설 등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제안서 공개설명회를 개최하면서 말이다. “이 기준이라면 지하철 9호선도 외국계 금융자본(맥쿼리) 등 민간이 운영하지만 소유권은 서울시가 갖고 있으니 공공철도라고 해야 한다.”(오건호 저자)
철도노조는 공공기관이 수익을 추구하는 기관으로 전환할 때, 이것이 민영화라고 정의한다. 국민연금기금은 민간투자기금과 다를 바 없이 수익을 추구한다. 그것도 시장수익률이 넘는 수익을 내도록 규정돼 있으며(국민연금법 제102조) 목표수익률이 7% 정도다. 국민연금기금의 투자수익을 보장하려면 결국 수서발 KTX에 이윤의 논리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이철 전 코레일 사장은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가 철도 민영화가 아니라고 하면 휴전선 위를 지나 북쪽을 향해 달려가면서 나는 북한 땅은 절대로 밟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Q 민간 매각 금지나 철도 민영화 방지법이 가능한가?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여론을 잠재우려고 정부는 신규 업체 정관에 지분 매각을 금지하는 조항을 넣는다고 한다. 또 지분을 매각할 땐 이사회 특별결의(재적이사 3분의 2 출석, 3분의 2 찬성)를 거치도록 했다. 그래도 공적자본이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면 정부는 철도 영업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했다. 야당은 민간 매각을 방지하는 철도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내놓았다.
현실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분 매각을 위한 이사회 정족수 제한은 상법에 저촉될 소지가 많고 면허권 제한 조처는 위헌 소지가 많다는 법률가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법무법인 세종). 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주도한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과 정부는 “철도 민영화 방지법은 한-미 FTA에서 약속한 개방의 정도를 더욱 축소하겠다는 뜻으로 FTA 위배”라고 말했다. 2011년 11월 국회에서 한-미 FTA로 “정부의 공공정책이 제한되지 않는다”며 비준안을 단독 처리한 여당과 정부가 공공정책에 제동을 거는 ‘FTA 덫’을 인정한 셈이다.
Q 철도 파업 불법인가 합법인가?정부는 불법으로 규정한다. 철도 민영화 반대는 근로조건과 관계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도 “정부 정책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기에 불법파업”이라고 말했다. 현행 노조법을 보면, 파업 등 쟁의행위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노사 간)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으로 제한돼 있다. 이에 코레일은 파업에 참가한 8천여 명을 직위해제하고 중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또 협박하듯 660명의 대체인력을 신규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반면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를 떼면 경영 악화를 초래해 노동조건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며 파업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철도 민영화로 인력 감축이나 임금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 쪽과 임금협상이 결렬된 뒤 파업 찬반투표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친데다 노조법에 따라 필수 유지 업무를 이어가고 있어 합법 파업이라고 강조한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