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우리는 이제 SF로 간다?

등록 2001-08-29 00:00 수정 2020-05-02 04:22

‘로맨틱코미디→멜로→공포’로 이어져온 한국영화의 트렌드

92년 <결혼이야기>의 성공으로 영화에서 ‘기획’이 부각된 이후 이는 한국영화의 중요한 화두가 됐고, 시기별로 주요한 트렌드를 형성해왔다.

<결혼이야기> 이후 영화사들은 몇년 동안 줄기차게 20대 젊은이들을 겨냥한 로맨틱코미디를 제작해왔다. <베이비 세일> <닥터 봉> <찜> 등 로맨틱코미디는 갖가지 유사상품들을 양산하며 최근까지도 가장 믿을 만한 기획으로 여겨졌다. 97년 등장한 <접속>으로 멜로의 새로운 흐름도 추가됐다. <약속> <편지> 등 최루성 멜로도 꾸준히 사랑받아왔지만 <접속>과 그 이듬해 개봉한 <8월의 크리스마스>는 멜로에 일상성이라는 모던함을 결합시키면서 평단과 흥행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겨울 다시 쏟아진 멜로영화 가운데 이 두 작품만한 평가를 받은 영화는 없지만 멜로에서 일상성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여름 할리우드 10대 공포영화 붐과 98년 <여고괴담> 성공에 자극받은 공포영화가 대거 등장한 것도 하나의 유행. 완성도의 결여로 빛을 본 작품은 거의 없었지만 말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대작영화가 눈에 띄게 많이 등장한 것도 큰 흐름. 그러나 이는 트렌드라기보다는 산업화 경향과 맞물리는 것으로 앞으로 대작의 규모와 양은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아직 뚜껑을 연 작품은 없지만 영화 장르 가운데 가장 만들기 힘들다는 SF작품이 대거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한국영화의 토대 성장에 힘입은 바가 크다. 11월 개봉하는 <화산고>를 비롯해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예스터데이> <내츄럴시티>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 다양한 SF물이 내년에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30억원 이상 투여된 대작 여러 편 가운데 <공동경비구역 JSA>만이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염두하면 50억∼70억원이 들어간 이 작품들의 운명에도 당연히 희비의 쌍곡선이 교차할 터이다. 안정적 자본력과 제작여건, 개봉 초 승부로 위험률이 줄고 있다고는 하지만 충무로 영화인들은 여전히 살떨리는 전쟁중이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