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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정취와 음악의 만남

가을 대표하는 두 페스티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과 그랜드민트페스티벌… 열정 좇으려면 홍대 ‘잔다리 페스타’로
등록 2012-10-09 18:33 수정 2020-05-03 04:26
지난해 경기도 가평군에서 열린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 '가을소풍'을 즐기는 음악 팬들. 가을 음악 축제의 키워드는 '여유로움'이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제공

지난해 경기도 가평군에서 열린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 '가을소풍'을 즐기는 음악 팬들. 가을 음악 축제의 키워드는 '여유로움'이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제공

2010년의 가을날이었다. 주위는 충분히 어두워졌고 밤바람은 적당히 시원하게 불었다. 일흔이 넘은 노객이 그랜드민트페스티벌(GMF) 무대 위에 올랐다.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이었다. 그는 자신의 밴드를 이끌고 귀에 익은 선율을 들려줬다. 나는 서울 올림픽공원의 잔디밭에 누워서 그의 연주를 들었다. 밤하늘을 보며 영화 의 메인 테마인 (One Fine Spring Day)를 듣던 순간은 아직까지도 가끔 생각이 난다. 그날의 음악과, 그날의 하늘과, 그날의 공기가.

배경처럼 들려오는 음악을 흘려보내듯

GMF에는 ‘수변 무대’가 있다.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88호수를 배경으로 꾸며진 수변 무대는 GMF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만족도가 큰 무대다. 이 수변 무대가 이렇게 인기를 끄는 데는, 야외 무대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도 있겠지만 가을(저녁)의 분위기와 그 안에서 고즈넉하게 울려퍼지는 음악이 모두 더해져서 만들어내는 운치가 큰 이유일 것이다. 가을 정취와 음악의 만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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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대표하는 두 페스티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JIJF)과 GMF가 올해도 어김없이 일주일 간격으로 잇따라 열린다. 여름의 페스티벌이 뜨거움이었다면, 가을의 페스티벌은 여유로움이다. 두 페스티벌 모두 ‘피크닉’ 개념을 잘 활용했다. 다른 페스티벌보다 유독 여성 관객 수와 돗자리가 많은 건 이 때문이다. 대단한 음악 팬이 아니더라도 부담 없이 다녀갈 수 있는 ‘가을소풍’의 장소로 두 페스티벌은 완전하게 자리매김했다. 꼭 음악에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 돗자리를 깔고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며 배경처럼 들려오는 음악을 흘려보내듯 감상하면 그걸로 족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출연진은 튼실하다. 존 스코필드를 비롯해 압둘라 이브라힘, 지미 콥 등의 연주자들이 가을의 자라섬을 찾는다. 이들 이름 앞에 ‘거장’이나 ‘세계적인’ 같은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 이유는 일일이 그런 수식어를 붙이는 게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비롯해 다양한 연주자들이 때로는 흥겹고 때로는 사색적인 연주로 섬 전체를 재즈로 물들일 것이다. GMF에도 특별한 공연들이 기다리고 있다. 윤상이 공연의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르고, 마이 앤트 메리와 불독맨션이 GMF를 위해 오랜만에 재결합 공연을 갖는다. 스윗 소로우, 넬, 데이브레이크, 이규호 등 여심을 사로잡을 만한 음악가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JIJF는 10월12~14일 경기도 가평 및 자라섬 일대에서, GMF는 10월20~21일 이틀간 올림픽공원에서 펼쳐진다.


여름의 페스티벌이 뜨거움이었다면, 가을의 페스티벌은 여유로움이다. 두 페스티벌 모두 ‘피크닉’ 개념을 잘 활용했다. 다른 페스티벌보다 유독 여성 관객 수와 돗자리가 많은 건 이 때문이다.

다양한 장르 음악가들 만날 수 있다는 매력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하는 새로운 페스티벌이 있다. ‘홍대 앞’ 전역에서 펼쳐질 잔다리 페스타. ‘잔다리’는 홍대 서교동의 옛 이름이다. 잔다리는 가을의 낭만 대신 여전한 열정을 선보인다. 잔다리 페스타는 많은 음악가들이 홍대 앞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정작 홍대 앞에서 펼쳐지는 페스티벌은 없다는 생각에서 처음 출발했다. 문화와 음악이 살아 있는 현장에서 진정한 ‘타운 페스티벌’을 만들겠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앞의 두 페스티벌 출연진에 비해 이름값은 좀 떨어지지만 200여 팀의 수많은 음악가들이 클럽과 카페, 거리 곳곳에서 공연을 펼친다. 기존 페스티벌 무대에서 소외돼온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잔다리 페스타만의 매력이다. 10월19∼20일 이틀간 홍대 앞은 음악으로 들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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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웹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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