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이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귀결되자 야권의 ‘박근혜 대항마 만들기’는 난해한 고차방정식으로 변했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난해함을 더했다. ‘안철수-문재인’ 경쟁 구도가 약해진 틈으로, 김두관 경남지사가 뛰어들었다. 공식적인 출마 선언을 코앞에 두고 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김 지사가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맞붙으려면 우선 서로를 넘어야 하고, 그다음 또 하나의 산을 넘어야 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연대 문제다. 이에 대한 문 상임고문과 김 지사의 태도는 결이 다르다. 만나야 한다는 당위는 공유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에서는 차이가 적지 않다. 문 상임고문은 공동정부론을 제시했고, 김 지사는 이를 비판하며 민주당 자강론을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먼저 공동정부론 카드 던지다문 상임고문은 와의 인터뷰를 통해 “안 원장과의 단일화는 단지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이 후보가 되고 정권을 장악하는 차원이 아니라 함께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데까지 가야 한다”며 ‘공동정부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이를 두고 안 원장은 지난 5월30일 부산대 강연에서 “이 시점에서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굳이 저를 거론했다기보다는 분열이 아닌 화합의 정치를 하겠다는 그분의 철학을 보여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는 원론적인 반응만을 보였다. 물론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안 원장과 가까운 김효석 전 민주당 의원은 다음날 “(공동정부 제안은) 시점상 적절치 않아 보이지만 생각해볼 수 있는 (연대의) 모형 중 하나”라며 “서너 가지 모형 중 하나로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안철수 원장은 우리 시대 젊은이들에게 많은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분”이라며 “이런 분들이 정치에 참여해 국정을 함께 논하고 희망을 주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상임고문의 공동정부 제안에 대해선 ‘민주당 자강론이 우선’이라는 태도다. “먼저 민주당을 좋은 당으로 만들고 좋은 후보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좋은 며느리를 잘 모시려면 자기 아들부터 번듯하게 키워놓아야 한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먼저 결정된 뒤 안 원장과 최종적으로 정책 연대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선을 통해 선출될 민주당의 대선 후보를 아들로, 연대의 대상인 안 원장을 며느리로 규정한 발언이다. 문 상임고문의 제안이 ‘결혼을 전제로 한 교제’에 가깝다면, 김 지사의 언급은 ‘무조건 나에게 시집오라’는 메시지로 읽히는 이유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공동정부론을 통해 문 상임고문과 안 원장이 유권자들의 뇌리에 나란히 인식되는 측면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제안의 시점과 방식이 논란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부정적 효과를 낳은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도 ‘별 성과도 없이 문 상임고문 처지만 우습게 됐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반면 김 지사는 아직까지 ‘신랑감’으로서의 매력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저평가 우량주’라는 당 안팎의 평가는 그의 가능성인 동시에 분명한 한계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문 고문의 공동정부 제안이 최근의 ‘이해찬-박지원 담합’ 논란과 맞물려 ‘지나치게 공학적인 접근’이라는 당 안팎의 비판에 직면한 대목을 김 지사 쪽은 주요 공략 포인트로 여긴다. 김 지사 쪽의 한 참모는 “공동정부론은 민주국가의 정치인으로서 할 말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치분권연구소 이사장으로 김 지사를 지원하고 있는 원혜영 의원은 “민주당 내부의 정리가 끝났다고 가정하고 안 원장을 바라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를 예로 들었다. “지금 새누리당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판을 키워야 하는 사람은 박 전 위원장이다. 오픈프라이머리보다 더한 것이라도 박 전 위원장 처지에선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 않나. 마찬가지다. 이 문제는 민주당에서 훨씬 더 절실하다. 지금은 경선의 판 자체와 후보들의 체급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해볼 만한 대선 구도를 만들 수 있다.”
‘안철수 현상’ 자체에 대한 시선에서도 양쪽의 온도차는 확연하다. 문 상임고문은 자신을 포함한 당내 대선 후보군과 안 원장을 모두 ‘정권 교체를 위한 도구’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김 지사 쪽의 한 참모는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다음 정부는 여소야대 구도에서 출발하게 된다”며 “기업인 출신인 안 원장이 평생의 정치 이력을 경남 지역에서 일궈온 김 지사만큼의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라는 말로 견제구를 던졌다. 김 지사 본인도 “거머리가 득실대는 논에 맨발로 들어가 모내기 한 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는 말로 정치권 안팎의 ‘안철수 현상’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그렇다면 연대의 파괴력은 어느 쪽이 더 클까. 문 상임고문이 안 원장과의 물리적·심리적 거리에서 상대적으로 김 지사보다 가깝다. 총선 국면을 전후로 문 상임고문과 안 원장은 직간접적으로 몇 차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상임고문 쪽 인사들은 안 원장이 최근 ‘복지·정의·평화’라는 세 가지 화두를 제시한 대목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두 사람이 일종의 ‘가치 연대’를 실현할 수 있는 공통의 지반을 서로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는 인식에서다.
“민주당 역동적 경선 성공이 우선”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 정치컨설턴트 이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단일화 전술은 결국 단일화를 통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성립된다. 가치와 이미지를 공유하는 문 상임고문과 안 원장보다는 어쩌면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김 지사와 안 원장이 단일화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선까지는 2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문 상임고문과 김 지사, 그리고 안 원장은 그 때까지 ‘필승조’를 탄생시킬 수 있을까? 물론 첫 라운드는 민주당 내부에서 시작된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결국 관건은 당의 대선 후보 경선을 얼마나 역동적으로 끌어가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 |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받는 사람: 대통령님♥’…성탄 카드 500장의 대반전
한덕수, 내란 엄호 논리로 쌍특검법 거부…정국 불안 고조
이승환·예매자 100명, 대관 취소 구미시장에 손배소 제기한다
서태지 “탄핵, 시대유감…젊은 친구들 지지하는 이모·삼촌 돼주자”
내란 일당 윤석열·김용현…외환죄 혐의까지 더해졌다 [12월24일 뉴스뷰리핑]
민주, 한덕수 탄핵안 유보…“26일 헌법재판관 임명 보고 판단”
중국은 ‘윤석열의 전쟁’을 우려하고 있었다
[단독] 입법조사처 ‘한덕수, 총리 직무로 탄핵하면 151명이 정족수’
허락 했을까요 [그림판]
크리스마스 이브에…부모, 초등생 일가족 4명 숨진 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