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메트로9호선과 서울시가 지하철 요금 문제 등으로 다투는 가운데 ‘맥쿼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현대로템이 1대 주주(지분 25%)이고,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인프라)가 2대 주주(24.5%)다. 이 밖에 신한은행(14.9%), 포스코ICT(10.2%), 현대건설(7.6%) 등 총 13개 주주가 있다. 이 가운데 맥쿼리인프라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유독 다른 주주들에 비해 가져가는 돈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9호선이 적자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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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나도 최소수입보장제로 보전
애초 서울 지하철 9호선 사업은 1990년대 초부터 구상됐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예산 지원이 어려워지자 민간자본 유치를 고려해 2001년 결정했다. 당시에는 울트라건설컨소시엄이었다. 이후 2002년 4월 기공식을 했지만, 울트라건설컨소시엄은 자금 조달에 실패해 자격을 잃었다. 이후 다시 입찰 공고를 통해 2003년 현대로템컨소시엄이 지정됐다. 현대로템컨소시엄은 2005년 5월 서울시와 실시협약을 맺고 이듬해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지하철 공사에서 어려운 부분인 하부 구조는 정부와 서울시가 발주했고, 쉬운 상부 구조는 현대로템컨소시엄이 맡았다. 그렇게 2009년 6월 완공돼 운행에 들어갔다.
시계열적 흐름을 보면 민간자본 유치는 1990년대부터 고민해왔지만, 실질적으로는 2003년 사업자가 선정되고 2005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됐다. 서울시가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은 것과 관련해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이 대통령은 2002~2006년 서울시장으로 일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현대로템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현대 계열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취임 전후로 진행되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럼 서울시에 어느 정도 불리한 계약일까? 당시 맺은 실시협약을 보면, 지하철 9호선은 최소수입보장제(MRG·Minimum Revenue Guarantee)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는다. 계약 기준에 미달할 경우 운영 수입을 2009년부터 5년간은 90%, 2014년부터 5년간은 80%, 2019년부터 5년간은 70% 보장하는 식이다. 연간 수익률 8.9%에 해당한다. 만약 이에 미치지 못하면 서울시가 손실을 보전해줘야 한다. 이 때문에 2009년 142억원, 2010년 323억원, 2011년 245억원 등 지난 3년간 710억원을 서울시가 서울시메트로9호선에 건넸다. 지금의 계약 조건이라면 앞으로도 더 많은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건넨 돈은 현대로템컨소시엄에 참여한 맥쿼리인프라 등 재무적투자자(FI)에게 돌아갔다. 운영 수익이 아직 나지 않아 주주들에게 배당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돈을 빌려준 재무적투자자들은 꼬박꼬박 이자를 받아가고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맥쿼리인프라 등 모회사로부터 금리 15%의 후순위대출로 668억원, 6~7%대로 4292억원을 빌렸다. 특히 금리가 높은 후순위대출 가운데 절반 이상인 335억원을 맥쿼리인프라가 빌려줬다. 일반적으로 후순위대출은 투자한 회사가 망할 경우 남은 자산을 가져갈 권리가 선순위대출에 밀려 금리가 높다. 하지만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최소수입보장제로 그럴 위험이 거의 없다. 요컨대 맥쿼리인프라 등은 돈을 떼일 위험이 지극히 낮은데도 후순위대출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율의 이자를 챙기는 셈이다.
금리 하향 조정, 주주들이 거부
금리는 현대로템컨소시엄과 재무적 투자자가 협의해 결정했다. 2003년 현대로템컨소시엄은 서울시로부터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뒤 재무적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재무적 투자자와 지분 참여 및 차입금 등을 협의해 현재의 금리를 결정했다. 서울시는 협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렇게 민간기업들이 결정한 높은 금리를 서울시가 갚아주고 있는 구조인 셈이다. 서울시는 이런 금리가 과도하다는 태도다. 이런 이유로 서울시는 시가 지급보증을 설 테니 금리를 4.5%대로 낮추자고 요청했다. 하지만 주주들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식으로 맥쿼리인프라는 고이율로 돈을 빌려주며 이자를 챙기고 있다. 맥쿼리인프라는 빌려줄 돈을 금융기관이나 민간투자자들에게서 싼 이율로 조달한다. 2011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맥쿼리인프라는 신한은행, 농협중앙회, 우리은행, 동양생명, 신한생명, LIG손해보험 등과 대출 계약을 맺고 있다. 금리는 7%대다. 이렇게 빌린 돈을 서울시메트로9호선과 같이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운용하는 회사에 고금리로 빌려주는 것이다. 돈을 떼일 염려가 없으니 땅짚고 헤엄치기와 다를 바 없다.
지금까지 맥쿼리인프라는 서울~춘천고속도로, 인천대교, 우면산터널 등 전국 주요 지역 14개 도로·터널·항만·대교와 같은 사회기반시설에 1조77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6천억원가량이 사회기반시설을 운용하는 특수목적회사(SPC)의 지분을 인수하는데 쓰였고, 1조1천억원가량이 자기네가 투자한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데 쓰였다. 그런데 대출금 가운데 상대적으로 이율이 낮은 선순위대출(금리 7.9~15%)은 2500억원뿐이고, 나머지 8500억원은 이율이 높은 후순위대출(금리 11~20%)이었다. 이런 대출금에서 맥쿼리인프라의 수익 대부분이 나온다. 속된 말로 하자면, 사회기반시설 건설 투자라기보다는 ‘돈놀이’에 가깝다.
맥쿼리인프라는 자기네가 빌린 돈을 갚으려고 다른 금융기관에서 싼 이자로 돈을 빌리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돈을 조달한다. 반면에 정부나 지자체가 맥쿼리인프라에게서 차입한 대출금의 고금리를 낮추려고 하면 번번이 이를 거부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예컨대 맥쿼리인프라는 지난해 5월 총 2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600억원은 만기 5년에 금리가 4.6%였고, 1900억원은 만기 7년에 금리가 5%였다. 이 돈은 모두 신한은행, 농협중앙회, 우리은행, 동양생명, 신한생명, LIG손해보험 등 기존 금융권에서 7%대에 빌린 돈을 갚는 데 쓰였다. 싼값에 기존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비싼 값에 되빌려주는 한편으로 자신들의 대출금을 갚으려고 더 싼 회사채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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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쿼리인프라, 지분 61% 국내 기관투자가 보유
반면 자기네가 투자한 회사에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광주순환도로투자는 애초 광주제2순환도로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대우, 한솔건설 등 건설사들이 설립한 회사다. 맥쿼리인프라는 이 회사를 2003년 3월에 인수했다. 광주순환도로투자는 맥쿼리인프라로 인수된 뒤 7.3% 금리던 기존 장기대출금 1420억원을 모회사인 맥쿼리인프라로부터 금리 10%에 빌려 갚았다. 이에 덧붙여 131억원과 319억원을 각각 금리 15%와 20%로 맥쿼리인프라로부터 추가로 빌렸다. 요컨대 광주순환도로투자는 맥쿼리인프라에 인수된 뒤 금융비용이 폭증해 수익성이 악화되는 바람에 광주시로부터 더많은 손실보전을 받아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 반면에, 맥쿼리인프라는 고율의 이자 소득을 챙기게 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맥쿼리인프라는 해마다 수천억원의 돈을 벌어들였다. 2010년 1114억원, 2011년 1056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수익은 누구에게 갈까? 대부분 주주에게 간다. 맥쿼리인프라는 국내 인프라펀드 가운데 유일하게 상장된 곳이다. 이 때문에 일반인도 주식을 살 수 있다. 지난해 5월 기준 최대 주주는 군인공제회로 11.7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생명보험(5.89%), 신한은행(5.89%), KDB생명보험(5.46%) 등이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61%의 지분을 갖고 있고, 외국인(18%), 개인투자자(21%) 등도 참여한다. 정작 맥쿼리그룹은 2002년 회사 설립 초기 100억원을 투자해 200만 주를 보유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도 4% 정도의 지분뿐이다. 결국 상당한 수익을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가져가고 있다. 특히 군인공제회, KDB생명보험 등 공적 기관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수익을 챙기는 셈이다.
그런데 맥쿼리인프라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법인세법 제51조 2항은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하면 그 금액을 해당 사업연도의 소득금액 계산에서 공제한다. 즉, 1114억원을 벌었지만 주주 배당으로 1060억원을 써서 법인세가 면제되는 것이다. 대신 맥쿼리그룹은 지분 4%의 배당과 함께 맥쿼리인프라를 운용하는 맥쿼리자산운용(옛 맥쿼리신한인프라스트럭쳐자산운용주식회사)을 통해 운용 수수료를 받아간다. 맥쿼리자산운용은 맥쿼리 계열사(지분 80%)와 신한은행(20%)이 출자해 설립한 것을 최근 맥쿼리 쪽에서 신한은행 지분을 인수해 이름이 바뀐 것이다. 세금으로 벌어들인 돈인데도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는 셈이다.
세금으로 큰 돈 버는데 법인세 0원
문제는 맥쿼리인프라와 같은 민간투자사업에 참여하는 재무적 투자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다. 한쪽에서는 ‘봉이 김선달’ 식의 사업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자본이 투자할 때 부담해야 할 위험 감수 비용으로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다.
서울시립대 손의영 교수(교통공학)는 “민간자본 유치 초기 단계에서는 최소수입보장 등 문제가 있었지만 현재는 그런 조항이 사라져 전혀 문제가 없다”며 “참여하려는 기업체 간 경쟁이 심해 적정 수익률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민간에 경영을 맡겨 경영효율화를 꾀할 수 있어 앞으로도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등의 반론도 거세다.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건설사들이 공사를 할 때 거품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것도 모자라 여기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들이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수익을 챙기고 있다”며 “이런 구조를 잘 아는 건설업체와 기관투자가, 금융기관 등이 국민 세금을 빨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선 소장은 “일반적으로 투자는 고위험·고수익, 저위험·저수익 구조지만 국내 민간투자사업의 경우는 최소수입보장으로 인해 무위험·고수익 구조”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민간투자사업(BTO) 활성화를 명분으로 안전장치를 오히려 약화시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 초 민간투자사업을 시행하기 전 거쳐야 하는 타당성 분석을 기존 3단계에서 1단계로 줄였다. 또 투자 대상에 기존 시설을 개량·보수·정비하는 RTO(Rehabilitate Transfer Operate) 방식을 추가해 사업 폭을 넓혔다.
“시민펀드 발행으로 9호선 환수하자”
정부의 움직임과 반대로, 지하철 9호선 등 민자사업을 국영 또는 시영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서울시는 지난 3월 서울시메트로9호선을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오건호 연구실장은 “지하철 9호선을 지을 때 4~5%대의 지방채를 발행했으면 훨씬 비용이 적게 들었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서울시가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재정에 악영향이 있다면 시민들을 대상으로 펀드를 발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환수는 물론 서울시의 요금 통제도 쉽지 않아 보인다. 바로 최근 비준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이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의 2대 주주인 맥쿼리인프라에 미국 자본 ‘인컴펀드오브아메리카’(지분 6.5%)가 있다. 송기호 변호사는 “서울시 정책으로 인해 미국 펀드에 손해가 발생했다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에 해당돼 제소당하고, 미국 정부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며 “서울시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맺은 실시협약에는 국내법에 따른다고 돼 있지만 한-미 FTA는 국내법보다 우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환수를 하더라도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돼 있어 상당한 보상액을 지불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한-미 FTA도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비준됐다.
이정훈 기자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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