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동영상 서비스를 향한 IMT-2000의 길목…결제기능 강화되면 카드도 필요 없다
실없는 문제 하나. 다음 중 이동전화 단말기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①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는다 ②신용카드 없이 물건을 산다 ③영화 티켓을 예약한다 ④승차권 없이 지하철을 탄다. 답은 없다. 무선인터넷서비스에 가입해 이동전화의 다양한 기능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있는 청소년층에는 일상으로 굳어져 있겠지만, 휴대전화 단말기 한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의외로 많은 데 놀라게 된다. 이동중 길거리에서 휴대폰을 통해 보고 싶은 책을 주문하고 음반, CD롬, 의류, 화장품은 물론 자동차용품, 가전제품, 컴퓨터까지 살 수 있다. 연극, 영화 등의 각종 티켓을 예약 및 예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무통장 입출금, 자동이체 등 은행업무를 보는 것도 이미 벌어지고 있는 실제상황이다. 휴대폰 액정화면을 통해 영화를 보고, TV뉴스를 보는 일도 가까운 미래에는 낯설지 않을 전망이다.
비디오까지 볼 수 있게 됐다
이는 극히 일부 고객들에 한정된 얘기일 뿐일까?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전체 인구의 60%를 웃도는 2800만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무선인터넷서비스에 가입해 있다. 무선인터넷 가입자라고 해서 이동전화에 붙어 있는 갖가지 기능을 요모조모 다 활용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휴대폰이 단순히 목소리만 주고받는 기계에서 한참 나아가 있음은 분명하다.
SK텔레콤 전략개발실의 조신 실장은 “컬러단말기만 구입하면 현재 네트워크 기술로도 3세대 이동통신에서 누릴 수 있는 서비스는 거의 다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동영상서비스가 아직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만 머물고 있는 것은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되지않거나, 해당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적고 단말기 기술이 따라오지 못한 데 따른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전화 기술은 크게 1세대 아날로그, 2세대 디지털, 3세대 IMT-2000을 거쳐 4세대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2세대와 3세대의 과도기에서, 3세대의 초기형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1세대와 2세대를 구분짓는 잣대가 데이터(문자)서비스의 가능 여부라면, 2세대와 3세대의 차이는 동영상서비스이다. 우리나라는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불과 4년 만에 5배가량 늘어난 것과 마찬가지로, 기술 수준의 발달속도 또한 세계 최고수준이다.
정부와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지금까지 2003년께부터 IMT-2000의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해왔다. 그런데 뜻밖에도 IMT-2000으로 가는 길목에서 기술발전이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2세대 주파수를 이용해서도 동영상서비스가 가능하게 됐다. 이게 바로 요즘 통신사업자들이 자랑스럽게 광고하는 CDMA2000-1x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이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데 이어 올해 6월부터는 이 네트워크를 통해 VOD(주문형비디오) 등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휴대폰을 통한 VOD 서비스를 상용화한 것은 SK가 세계 처음이고, 지금도 유일하다.
국내에서 애초 CDMA2000-1x는 2세대와 3세대의 중간이므로 2.5세대라고 불렀는데, 최근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이 또한 IMT-2000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주파수 대역에 상관없이 동화상 서비스만 이뤄지면 IMT-2000 아니냐는 논리인 셈인데, 이 기술을 개발한 미국 퀄컴의 로비를 받은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어쨌든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동전화 동영상서비스 기술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널리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컴퓨터와 휴대폰의 경계가 사라질 것
일본의 NTT도코모가 ‘i-모드’라는 무선인터넷 단말기를 보급한 지 2년도 채 안 되어 가입자 수 2천만명이라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실제로 서비스 내용은 게임제공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나름대로 구색을 갖춘 비동기식 IMT-2000(WCDMA)서비스도 애초 지난 5월부터 개시하기로 했다가 오는 10월로 연기했다. 완벽한 3세대 통신기술에 이르는 길은 여전히 멀고도 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구현되고 있는 CDMA2000-1x는 데이터 전송속도가 144Kbps 즉, 1초에 144킬로바이트의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이는 정지상태에서 다른 이용자가 없을 때 즉, 이상적인 상황에서 낼 수 있는 순간 최대속도이다. 평균속도는 70Kbps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속도로는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내려받는(다운로드)데도 30초∼1분가량 걸린다. 영화나 뮤직비디오는 말할 나위도 없다. 참고로 유선 초고속인터넷은 1메가(Mbps)에서 최고 8메가까지 나온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퀄컴이 만들어낸 기술이 CDMA2000-1x EV-DO(Data Only)이다. 여기서 EV는 에볼루션을 말한다. 이는 주파수를 음성과 데이터용으로 나눠 데이터 영역만의 전송속도를 최고 2.4메가로까지 올리는 것이다. SK텔레콤과 KT프리텔은 내년 5월(월드컵 이전)에 이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 정도면 월드컵 경기장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집에 있는 아내에게 경기를 생중계할 수 있다. 퀄컴은 2003년께에는 데이터와 음성영역이 통합되는 CDMA2000-1x EV-DV(Data&Voice)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이런 CDMA2000 계열의 기술이 바로 동기식 IMT-2000이다.
비동기식 IMT-2000의 순간 최대속도는 2메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빨라야 내년 말, 늦으면 2003년 초에나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제4세대는 3세대보다도 높은 주파수대를 사용하게 된다. 4세대의 핵심은 교환국과 기지국, 기지국과 기지국 사이의 모든 네트워크를 IP(인터넷프로토콜)화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선과 무선 초고속인터넷이 완전히 통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하나로 집안의 컴퓨터에 도착한 이메일을 열어보고, 유선 인터넷과 비슷한 수준의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된다. 4세대 상용화 시기는 애초 2007∼10년에서 점점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확한 시기는 IMT-2000 사업자들이 이해관계, 3세대에 투자분에 대해서 얼마만큼 회수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내에서, 이미 실시되고 차세대 이동통신기술과 다양한 부가서비스의 정착여부는 시장성에 달려 있다. 기존의 휴대폰보다 훨씬 비싼 단말기를 사야 이용 가능한 서비스가 많은데, 컬러액정화면인 경우 가격이 40만∼50만원에 이를 정도로 아직은 부담스런 수준이다. 서비스 지역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휴대폰으로 자판기를 이용할 수 있으려면 이동통신업체와 자판기운영업체 사이에 제휴관계가 맺어져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범위가 좁은 실정이다. 신용카드 없이 휴대폰으로 자동차 기름값을 결제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보면, 미리 발급받은 별도 카드를 휴대전화에 삽입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세계 최고의 단말기 제조기술
그렇지만 휴대전화를 통한 결제 서비스의 범위가 점점 넓어질 것이란 기대는 높다. 이는 인터넷에서 쇼핑이나 영화관람 등 유료이용 사이트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에도 결제수단이 부족하거나 결제방법이 불편한 현실에서 휴대전화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에 바탕을 두고 있다. 곧 전자화폐의 기능을 하는 집적회로(IC)칩을 탑재한 휴대전화가 등장하면 별도의 카드를 삽입해야 하는 절차도 생략된다. 이렇게 될 경우 휴대전화는 각종 회원카드, 전자화폐, 교통카드, 마일리지 적립카드, 할인카드 등의 기능을 몽땅 쓸어담은 셈이 된다.
이동통신서비스 기술의 발달과 맞물려 새로운 단말기도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부터 CDMA2000-1x 컬러 휴대전화기를 개발·판매하고 있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4월 말 ‘싸이언 컬러 폴더’를 개발, 5월부터 LG텔레콤에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이 밖에도 현대큐리텔, 한화정보통신, 세원텔레콤 등 국내의 10여개 이동통신 단말기 제조회사들은 세계 어디에서나 품질과 기능면에서 뒤지지 않는 단말기 제조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이동전화 단말기 및 그 부품산업들이 20조원을 생산했고, 연간 53억달러의 흑자를 내 새롭게 수출효자 산업으로 등극을 했다.
이동통신시장의 양적 팽창, 질적 성장세를 두고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통신 요금을 둘러싼 민원, 변칙 영업에 따른 미성년자 가입 등 어두운 구석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동통신시장은 날로 확장세를 더해가고 그에 따라 점점 우리의 생활패턴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듯하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이재성 기자/<한겨레>경제부 firib@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배우 김새론 자택서 숨진 채 발견
눈살 찌푸리게 한 금남로 극우집회, 더 단단해진 ‘광주 정신’
김새론 비보에 김옥빈 ‘국화꽃 애도’…지난해 재기 노력 끝내 물거품
계엄군, 국회 본회의장 진입 막히자 지하로 달려가 전력차단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단독] 명태균 “오세훈 ‘나경원 이기는 조사 필요’”…오세훈 쪽 “일방 주장”
대통령실, 광주 탄핵찬성 집회 ‘윤석열 부부 합성 영상물’ 법적 대응
질식해 죽은 산천어 눈엔 피가 맺혔다
대통령·군부 용산 동거 3년…다음 집무실은? [유레카]
국회의원 면전서 “X신”…김용현·여인형의 안하무인, 내란 징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