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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또 하나의 위기?

유럽 경제위기에도 ‘깜짝’ 실적 올린 삼성전자… 독자적 운영체제 없이 맞는 구글TV, 아이TV 등 경쟁 격화 앞둔 위기감
등록 2011-11-30 15:01 수정 2020-05-03 04:26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매출 41조2700억원, 영업이익 4조2500억원을 기록했다. 유럽의 경제위기에도 ‘깜짝’ 실적을 올렸다. 지난 2분기보다 매출은 4.6%, 영업이익은 13.3% 늘었다. 휴대전화를 비롯해 반도체·디스플레이·생활가전 등에서 비교적 고른 성적을 냈다. 실적이 발표되자 증권사들은 목표 주가를 100만원 수준에서 110만~13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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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

그런데도 삼성은 ‘위기’를 얘기한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0월14일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지금같이 해서는 안 되겠다. 더 정신 차리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의 ‘위기론’을 두곤 과거처럼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MC투자증권의 노근창 수석연구위원은 “2004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역사적인 수치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보였다”며 “그때처럼 안도하면 추락한다는 생각에 2위와 격차를 더 벌리자는 일종의 ‘굳히기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향후 대응에 따라 진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스마트폰과 스마트TV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런 우려의 주요한 근거다. 더욱이 삼성의 경쟁 상대는 과거 일본의 소니·도시바 등 삼성전자와 비슷한 하드웨어 위주의 회사가 아니다. 애플·구글 등 소프트웨어 위주의 회사다. 경쟁 구도도 과거와 다르다. 상대와 경쟁을 펼치면서도 협력해야 한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최고 위치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한 것은 삼성이 그만큼 위협적인 존재라는 방증이다. 스티브 잡스는 삼성을 ‘카피캣’이라는 폄하했지만, 삼성 로고가 박힌 스마트폰이 가장 많이 팔렸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3분기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3.4%로 1위였다. 애플(14.3%)보다 10%가량 앞섰다. 한때 고전하던 시장에서 따라잡은 뒤 1위를 굳혀가는 형국이다.

그러나 삼성의 1위 자리는 기반이 튼실하지 못하다. 우선 애플과 구글에 비해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운영체제(OS)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 고가의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저가 시장에서는 자체 운영체제인 ‘바다’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하자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사용 체제에서 외면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대해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지난 11월 초 한국을 방문해 “안드로이드 OS는 완전 개방형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만나 (이 부분에 대해) 잘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사전 탑재 앱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잦은 업그레이드 등 안드로이드에 맞춰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앞으로도 삼성전자를 괴롭힐 전망이다.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도 불안을 키운다. 지난 9월 독일에 이어 10월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갤럭시탭 10.1이 판매 금지 판결을 받았다. 삼성이 내세운 기술특허는 그 권한을 인정받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반면, 애플이 내세운 트레이드드레스 등 특허권은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있어 삼성전자가 먼저 상처를 입고 있다. 그사이 애플은 아이패드를 내세워 태블릿PC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애플은 부품도 삼성전자 대신 다른 업체를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투자은행 ‘제프리스앤드코’는 애플이 라이벌로 부상한 삼성전자와의 동반자 관계에 부담을 느껴 주요 생산시설을 일본 샤프로 옮기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과 기술력을 자랑하는 삼성전자 부품을 다른 곳에서 공급받는다면 애플에도 독이 될 수 있지만 삼성전자 역시 적잖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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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1153A4"><font size="3">향후 대응에 따라 진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스마트폰과 스마트TV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런 우려의 주요한 근거다. </font></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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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TV 운영체제도 구글에 종속?

스마트TV(애플리케이션 기반의 인터넷과 연결된 TV)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리서치는 올해 전체 TV 시장에서 스마트TV 비중이 27%지만, 2015년에는 54%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스마트TV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점령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일 구글TV와 아이TV를 고려하면 사정이 낙관적이지 않다.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은 11월22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스마트TV 글로벌 서밋’에 참석해 “구글TV 출시 시기에 관해 구글 쪽과 막판 협의 중”이라며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 CES에서 출시 시기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스마트TV는 자체 운영체제(바다)를 사용했지만, 구글의 운영체제를 탑재한 TV까지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쓰는 갤럭시S 등 스마트폰처럼 구글에 종속될 우려를 낳는다. 특히 스마트TV가 콘텐츠 구매는 물론 스마트폰·PC 등 집 안에서 다른 기기를 하나로 묶는 허브 구실을 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그 중요성은 커진다. 그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구글TV를 만드는 여러 제조업체의 하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게다가 구글이 유튜브·구글뮤직 등 상당한 콘텐츠를 확보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상대적 취약성은 우려를 더욱 키운다.

애플도 내년에 아이TV를 내놓을 전망이어서 삼성전자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스티브 잡스 전기에 따르면, 잡스는 말년에 ‘사용이 극도로 간편한 TV’에 집중했다. 아이TV의 장점은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 등 모든 기기와 아이클라우드와 연결되는 간단한 사용법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냥 된다’(It just works)는 슬로건처럼 사용설명서가 따로 필요 없는 편리성과 애플의 다른 제품까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호환성은 삼성전자의 기술력과는 다른 차원에서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또 아이폰4S를 통해 선보인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Siri)까지 고려하면 아이TV의 잠재력은 더욱 커진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글TV와 아이TV 등이 향후 스마트TV 시장에서 위협적인 존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TV의 본질인 화질·사용 편리성·디자인 측면에서 삼성이 앞서 있으며 세계 최초로 TV 앱스토어를 선보일 정도로 소프트웨어에서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국내는 물론 세계의 다른 전자업체에 비해 위기에 강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위기는 다른 때와 질적으로 다르다는 지적이 있다. 이름을 감춰달라는 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과거에는 뒤떨어지는 기술을 노력해서 따라잡고 제칠 수 있었지만, 최근 경쟁은 단순한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경우가 많다”며 “삼성전자가 세계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꾸준히 거뒀고 투자와 개발 측면에서도 훌륭하지만, 향후 시장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 삼성을 가장 크게 괴롭히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책임경영, 지배구조도 약한 고리

글로벌 기업의 의무가 되어가고 있는 사회책임경영(CSR)이나 지배구조 문제도 삼성전자의 약한 고리로 지적된다. 무노조 경영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터지면 삼성이라는 글로벌 브랜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난 11월22일 <afp>은 삼성전자가 브라질에서 노동 착취 문제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상당수 노동자가 우울증과 건강 문제, 심리적 압박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는 다른 글로벌 기업에 비해 불투명하다. 세계적 지배구조 평가사인 GMI는 지난 9월 삼성전자를 4점(10점 만점)으로 평가해 정보통신 분야의 다른 업체(222개) 평균(6점 이상)보다 낮았다. 그만큼 경영의 투명성이나 노사관계에서 취약하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매출은 지난해 154조6300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올해 162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매출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삼성전자의 성취와 위기는 곧바로 그룹의 성취와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설에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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