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6일 알제리 수도 알제의 분노한 시위대는 급기야 정부 청사 빌딩에 불을 질렀다. <ap> 통신은 현장 분위기를 전하면서 시위대가 “설탕을 달라”는 구호를 연이어 외쳤다고 보도했다. 통신사는 시위 원인으로 “우유와 설탕, 밀가루의 가격 상승, 그리고 가스와 석유 자원의 혜택이 빈곤층에게 돌아오지 않는 데 대한 좌절감”을 꼽았다.
대규모 경작 시스템과 원거리 운송 탓
중동을 휩쓸고 있는 시위의 배경에는 식량 가격 상승이 비중 있게 자리잡고 있다. 2009년 이후 고공행진 중인 식량 가격은 중동 서민층의 어깨를 내리누른 압박이었다. 특히 최근 1년 사이 식량 가격 폭등으로 중동 지역 서민들의 불만은 폭발했다. 세계은행이 지난 2월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식량 가격을 종합한 가격지수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월 사이 무려 15% 상승했다. 지난해 1월보다 29% 뛰어올랐다.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식량위기로 일컬어졌던 2008년과 비교할 때 불과 3% 낮은 수준이다. 식량 품목별로는 설탕 가격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월 사이 20% 뛰어올랐고, 같은 기간 밀가루(20%), 옥수수(12%) 가격도 급등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당시 “바라보고만 있을 여유가 없다”면서 “세계 식량 가격은 위험한 수준이며 전세계 빈곤층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게 명백하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의 정정이 뒤흔들리면서, 원유 가격에도 날개가 달렸다. 한국석유공사의 석유 정보망(petronet.co.kr)을 보면, 두바이유의 국제 가격은 지난 3월 둘쨋주 평균 배럴당 109.51달러까지 날아올랐다. 지난 3월23일 거래된 두바이유 가격도 109.65달러까지 치솟았다. 2008년 12월 38.23달러까지 내려간 가격에서 3배 정도 뛰어올랐다.
유가 전망도 안갯속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리비아 사태가 심화하면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20달러, 알제리·오만·예멘까지 상황이 번지면 130~140달러,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으로 확산할 경우 150달러 이상 폭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문제는 식량 가격과 원유 가격이 사이좋게 서로 번갈아 원인이 되면서 가격이 급등한다는 점이다. 식량 가격 상승이 촉발한 중동의 정정 불안으로 원유 가격이 출렁거리고 있고, 뛰어오른 원유 가격은 다시 식량 가격을 견인하고 있다. 기계화한 대규모 경작 시스템과 원거리 운송 과정에 대량의 석유가 쓰이는 것이 원인이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월 ‘세계 식량 동향분석’ 자료에서 “국제유가가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농기계, 난방 등 농작물 생산비 및 수송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왕실 계좌로 사라지는 원유 수출 이익
마이클 클래어 미국 햄프셔대학 교수(국제정치학)는 영미권의 진보적 인터넷 언론매체인 에 낸 기고에서 “최근 원유 가격 상승으로 중동 국가들은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석유 수출로 생기는 수입은 대부분 극소수 왕실 가족의 해외 은행 계좌 속으로 사라질 뿐이다. 석유 가격이 오르면 대부분의 중동 지역 서민들의 상황은 악화할 뿐이다. 석유 가격이 오르면 대부분 생필품 가격도 따라 상승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원유와 식량 가격의 악순환 속에서 멀리 중동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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