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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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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종편 사수’란 시대착오

소셜미디어 뜨고 케이블TV 지는 미국에서 바라본 한국의 종편…
미디어 흐름에는 역행, 정치적 퇴행에는 부합
등록 2011-01-12 14:29 수정 2020-05-03 04:26

지난 1월2일 미국의 은 ‘한국 신문사들, TV 사업권을 따다’(South Korean Newspapers Get OK for TV Stations)라는 다소 건조한 제목으로 한국의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 선정을 보도했다. 같은 날 에는 특종이 실렸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소셜미디어·네트워크 ‘페이스북’의 시장가치를 500억달러(약 55조원)로 산정하고 5억달러(약 55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는 뉴스였다. 지난해 가 ‘세계 1천대 기업’을 선정할 때 세계 최대 미디어 기업인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의 기업가치는 370억달러였다. 2위인 타임워너는 340억달러였다. 유수의 신문과 방송, 잡지를 아우르는 세계 최대 미디어 기업들이 이제 겨우 창업 10년째를 맞는 회사에 추월당한 것이다.

‘보수 천년왕국’을 누리자는 야욕?

» 〈CNN〉의 뉴스 화면과 〈폭스뉴스〉의 간판 프로그램 〈오라일리쇼〉 화면. 케이블방송인 〈CNN〉은 미국의 3대 공중파가 지나치게 진보적이라고 여기는 공화당의 불만에 기대 전국 채널로 성장했고,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는 ‘앉아, 그리고 닥쳐!’라는 일방주의적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의 종합편성채널은 이들의 전철을 밟는다는 우려가 크다.

» 〈CNN〉의 뉴스 화면과 〈폭스뉴스〉의 간판 프로그램 〈오라일리쇼〉 화면. 케이블방송인 〈CNN〉은 미국의 3대 공중파가 지나치게 진보적이라고 여기는 공화당의 불만에 기대 전국 채널로 성장했고,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는 ‘앉아, 그리고 닥쳐!’라는 일방주의적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의 종합편성채널은 이들의 전철을 밟는다는 우려가 크다.

미국의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두 신문의 보도는 한국과 미국의 미디어 시장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소셜미디어·네트워크를 통해 전세계의 인터넷 문법을 새롭게 쓰고 있는 미국과 케이블방송을 통해 ‘보수 천년왕국’을 만들자는 한국의 현실이 대조되고 있는 것이다.

<font color="#C21A8D">20대에서는 ‘인터넷 대 텔레비전’이 65 대 52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 이가 더 많았다. 진정한 인터넷 세대의 등장이 처음으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font>

은 기사에서 ‘보수 천년왕국’을 만들자는 한국 정부의 의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신문은 “이명박 정부는 (종편 출범으로) 한국 광고·미디어 산업 규모가 국가경제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3%에 달하는 미국과 2%인 일본 수준에 맞춰 커지길 바라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정책은 정보기술(IT)과 미디어 산업 발전 방향과는 엇박자로 가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 이어 “한국 정부는 애초에 한국의 4대 공중파 중 3개인 한국방송 1·2텔레비전과 문화방송의 정부 지분을 신문사들에 매각할 예정이었다”며 “그러나 3대 신문사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적인 데 반해 3개 공중파의 성향은 좌편향적(left-lean)이었기 때문에 공중파 임직원들과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결국 “한국 정부는 공중파의 지배구조를 변화시키는 대신 (보수) 신문사들이 새로운 케이블방송을 시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다”는 설명이었다. 은 2008년부터 한국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한 공중파 민영화 정책이 처음부터 보수 언론 3사에 공중파를 넘겨주려는 시나리오 아래 진행됐음을 밝힌 것이다.

» 미국인이 뉴스를 접하는 매체 비중

» 미국인이 뉴스를 접하는 매체 비중

종편의 목적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적 설명은 ‘미디어 산업 진흥’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종편 발표를 전후해 몇 차례 “종편이 선정된 이후인 2011년, 2012년은 미디어 빅뱅이 시작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도 썼듯, 케이블방송을 통한 미디어 빅뱅은 정보기술과 미디어 산업 발전과는 동떨어진, ‘시대착오적’ 방향이다.

미국에서 (케이블 또는 공중파) 방송을 통한 미디어 시장 변화는 10년이 넘은 레퍼토리다. 미디어 빅뱅이란 표현은 이미 1996년 탄생했다. 타임워너와 뉴스전문 채널 〈CNN〉이 합병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공중파 〈NBC〉와 손잡고 제2의 24시간 뉴스채널 〈MSNBC〉를 출범시킨 해였다. 타임워너와 인터넷 포털 AOL이 합쳐진 2000년에는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만남이란 점에서 ‘빅뱅’이란 표현이 다시 나왔다.

미국 20대의 정보 통로, 인터넷이 TV 추월

미국 시사주간지 의 ‘올해의 인물’을 통해 보면, 소셜미디어와 케이블방송의 시차는 20년으로 벌어진다. 은 2010년 ‘올해의 인물’로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를 선정했다. 케이블 뉴스채널 〈CNN〉의 테드 터너가 케이블방송의 황제로 떠오르면서 의 ‘올해의 인물’이 된 것이 1991년이었다.

» 미국의 연령대별 지난 10년 동안 뉴스를 접한 매체 비중 변화

» 미국의 연령대별 지난 10년 동안 뉴스를 접한 매체 비중 변화

미국 미디어 시장의 주도권은 이렇듯 인터넷으로 넘어갔고, 소셜미디어·네트워크가 그 왕좌를 굳건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언론전문 연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 for the People & the Press)가 지난 1월4일 내놓은 2010년 전미 미디어 시장조사 결과(http://people-press.org/report/689/)는 이를 자세히 보여준다. 퓨리서치센터는 조사 결과를 매년 발표하고 있어 시장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데, 18~29살의 젊은 층에서 처음으로 인터넷과 텔레비전 영향력의 역전 현상이 드러난 것이다.

이 조사에서 ‘국내외 주요 이슈에 대한 정보를 주로 어디서 얻느냐’는 항목(복수응답)에서 전체 응답자의 66%는 텔레비전이라고, 41%는 인터넷이라고 답했다. 텔레비전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답변은 2002년의 82%에서 16%포인트 줄었고, 인터넷은 같은 기간 27%포인트 늘었다.

세대별로 봤을 때 20대에서는 ‘인터넷 대 텔레비전’이 65 대 52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 이가 더 많았다. 진정한 인터넷 세대의 등장이 처음으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학력별로 봤을 때는 대졸 이상 계층에서 ‘인터넷 대 텔레비전’이 51 대 54로 거의 근접했고, 소득구간에서도 연소득 7만5천달러 이상의 고소득계층에서 ‘인터넷 대 텔레비전’이 54 대 57이었다. 젊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고소득일수록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 쪽으로 변해가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는 2000년대의 ‘닷컴 버블’에 이은 ‘소셜 버블’이란 우려와 문제 제기가 나올 정도의 투자 물결이 일고 있다. 140자의 단문메시지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트위터는 지난해 12월15일 벤처캐피털 ‘클라이너퍼킨스코필드&바이어스’(KPCB) 등에서 2억달러(약 2200억원)를 투자받았다. 전세계 이용자 수가 1억7500만 명을 돌파한 트위터는 37억달러(약 4조원)의 시장가치를 인정받았다. 트위터가 2009년 9월 1억달러의 투자를 받을 당시 기업가치 평가액은 10억달러였다. 1년3개월 만에 기업가치 평가가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케이블TV 끊고 동영상 사이트 보겠다”

»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을 보면 미디어 권력이 20년 만에 케이블방송에서 소셜미디어로 넘어갔음을 알 수 있다. 왼쪽은 〈타임〉이 1991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CNN〉 창업자 테드 터너, 오른쪽은 2010년 선정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을 보면 미디어 권력이 20년 만에 케이블방송에서 소셜미디어로 넘어갔음을 알 수 있다. 왼쪽은 〈타임〉이 1991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CNN〉 창업자 테드 터너, 오른쪽은 2010년 선정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한국에서 유행하던 ‘공동구매’를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쿠폰’과 연결시킨 소셜커머스기업 ‘그루폰’도 지난해 12월 9억5천만달러(약 1조800억원)에 이르는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그루폰은 그 직전에 구글이 제시한 60억달러(약 6조6천억원) 인수 제안을 거부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12월 투자 당시 그루폰이 인정받은 시장가치는 78억달러(약 8조9천억원)였다. 한 달 만에 평가액이 12억달러가 늘어났다. 지역을 기반으로 서비스하는 그루폰은 현재 전세계 300여 개 도시에 진출해 있는데, 그루폰의 지난해 매출은 5억달러(약 5500억원)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케이블TV 시장은 추세적인 하락세다. 미국 최대의 케이블업체인 컴캐스트는 지난해 11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3분기 케이블TV 가입자가 27만5천 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컴캐스트 전체 고객의 3%에 해당하는 수치로, 가입자 감소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늘었다. 컴캐스트는 “미국의 주택시장 침체와 10%에 육박한 높은 실업률 등 경기 부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드러나는 케이블방송의 위기 원인은 달랐다. 그 직후 가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스트리티지애널리틱스(SA)의 조사 결과(미국인 2천 명 대상) 응답자의 13%가 “1년 내 케이블TV를 끊을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는 그 원인을 ‘높은 시청료에 비해 질 낮은 콘텐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온라인에 엄청난 무료 (동영상)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는데다, 이용자들이 스마트TV나 ‘훌루’(Hulu) 같은 동영상 전문 사이트 등으로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font color="#C21A8D">“(미국의 미디어·광고 산업의 중심지인) 뉴욕의 최근 화두는 ‘스마터 믹스’(Smarter Mix)다. 이는 매체별 광고비를 재배치해 광고효과를 최대한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대부분 방송 광고 비중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란 결론이 나오고 있다.” -뉴욕에서 만난 한 한국계 마케터</font>

1월4일치 에 실린 올해 미디어 시장 전망도 흐름은 같았다. 신문은 “광고대행업체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텔레비전 주 시청자인 18~49살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을 보는 비중이 1.3%나 줄었다”며 “이는 지난 4년간의 조사 중에서 가장 큰 감소세”라고 전했다. 신문은 “케이블방송 가입자도 지난해 2분기 연속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케이블방송이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며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은 경제위기 탓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시청자가 인터넷 동영상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넷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넷플릭스’나 텔레비전 방송을 볼 수 있는 ‘훌루’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9월 ‘국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IT는 일자리를 줄인다”고 말한 이후 줄곳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한국의 인터넷 기업 현실과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 현재 미국 TV 광고예산의 20%를 인터넷·인쇄매체로 돌릴 때 광고효과 비교

» 현재 미국 TV 광고예산의 20%를 인터넷·인쇄매체로 돌릴 때 광고효과 비교

방송 수를 늘려 선진국 수준으로 광고산업을 진흥하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과 배치된다. 뉴욕에서 만난 한 한국계 마케터는 “(미국의 미디어·광고 산업의 중심지인) 뉴욕의 최근 화두는 ‘스마터 믹스’(Smarter Mix)”라며 “이는 매체별 광고비를 재배치해 광고효과를 최대한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대부분 방송 광고 비중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란 결론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광고주들은 방송(공중파와 케이블) 광고를 선호해왔다. 그러나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방송의 비중을 줄이고 인터넷과 인쇄매체의 비중을 늘리면 광고효과가 더 늘어난다는 게 증명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마케터는 “스마터 믹스라는 개념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광고비에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매체에 집행하는 광고의 효과가 체감하기(한계치에 이르러 역효과가 나기) 시작하면, 그 매체의 광고비를 아직 한계치에 도달하지 않은 다른 매체로 돌리는 게 적절하다는 것이다.

TV 광고비, 다른 매체에 나누면 광고효과 상승

은 이 분야와 관련해 광고대행사 닐슨과 인터넷 포털 야후가 지난해 10월 공동으로 진행한 조사 보고서(Cross-Platform Optimization)를 입수했다. 닐슨과 야후는 자동차와 신용카드, 백화점·대형마트, 생활용품 등 일상적인 광고 집행이 많은 4대 분야를 대상으로 방송과 인쇄매체, 그리고 인터넷에 들어가는 광고비를 분배해 광고효과를 따졌다. 그 결과, 텔레비전에 들어가는 광고비의 20%를 인터넷과 인쇄매체로 돌릴 경우, 인터넷에서는 21.1%포인트의 노출도 증가를, 인쇄매체에서는 7.1%포인트의 노출도 증가를 보였다. 반면 텔레비전의 노출도는 1.1% 감소하는 데 불과했다.

이를 상품별로 보자. 자동차의 경우 텔레비전 광고비의 15%를 인쇄매체와 인터넷으로 돌리면, 전체 노출도가 89.3%에서 93.5%로 높아졌다. 신용카드의 경우 텔레비전 광고비 40%를 인쇄매체와 인터넷으로 돌린 결과 전체 노출도가 92.2%에서 95.5%로 늘어났다. 유통의 경우에도 텔레비전 광고비의 20%를 재분배해 노출도를 98.2%에서 99.1%로 극대화할 수 있었다.

미디어와 광고의 본거지인 뉴욕과 IT의 본부인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렇게 마케팅 효과를 분석하고 광고비 재분배를 도와주는 시장분석회사들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이런 분석회사들이 부흥기를 맞게 된 이유는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가 이뤄낸 미국의 미디어 판도 변화 때문이다. 종편의 등장으로 기존 광고비를 재분배해야 할 상황에 놓인 국내 대기업들도 이런 기술적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내의 한 광고대행사 임원은 “삼성그룹의 경우 제일기획을 통해 이런 데이터 분석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광고대행사들도 곧 이런 방법론을 채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광고시장에서는 과학적 분석보다 정치적 압력이 더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12월31일 종편 발표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는 “종편 사업자가 4곳이나 (선정)됐다. 각 사업자의 자본금이 3천억원 이상이라고 감안하면, 최소 1조2천억원 이상의 방송 시장이 창출돼야 하는데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 김준상 국장은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쳐나가겠다”며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답했다. 김 국장은 “그런 불확실성으로 인해 방송사업자들이 어려운 환경에 처하면 방송산업 전체에 안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부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만든 상황을, 정부도 우려하니, 대책을 세워주겠다는 블랙코미디의 현장이었다.

‘닥치고 그냥 봐’ 벤치마킹 가능성 높아

물론, 정부의 허가를 전제로 하는 방송은 태생적으로 정치적이다. 미국에서도 케이블채널의 성장은 ‘정치적’이었다. 도시나 주 단위로 운영되던 케이블채널 방송망을 미국 전역으로 확장한 슈퍼스테이션 개념은 〈CNN〉의 테드 터너 회장의 작품이었다. 그는 〈ABC〉 〈NBC〉 〈CBS〉 등 미국의 3대 공중파가 너무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공화당 의원들의 불만을 자신의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미 시사주간지 의 켄 올레타가 테드 터너의 일대기를 쓴 (한국판 )에는 그 상황이 자세하게 나온다. 테드 터너의 슈퍼스테이션 개념에 대해 미국의 3대 공중파는 ‘절대 불가’ 방침으로 맞섰다. 켄 올레타는 “진보적인 공중파 방송의 영향력에 대해 적잖은 염려를 하고 있던 의원들에게 테드 터너는 ‘시청자에게 공중파 방송이 아닌 새로운 채널을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설득했고, 결국 터너의 승리로 돌아갔다”고 썼다. 〈CNN〉이 백악관 기자단에서 배제됐을 때도 테드 터너는 워싱턴을 이용했다. 그는 수정헌법 1조 위반이라며 애틀랜타 지방법원에 제소하는 동시에 의회를 상대로 로비에 들어갔다. 그는 30만달러를 들여 국회의사당에 위성안테나를 설치하고, 모든 의원들 방에서 〈CNN〉이 방송되도록 했다. 의원들은 24시간 방송되는 〈CNN〉 뉴스에 출연할 기회가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테드 터너의 편에 서기 시작했다.

<font color="#C21A8D">는 자사 광고를 통해 ‘앉아, 그리고 닥쳐!’(Sit Down, Shut up!)라는 메시지를 자주 던진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보기나 하라는 메시지인 셈이다.</font>

미국 보수 방송의 상징인 가 성장해온 길도 두말할 나위 없이 정치적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그를 노골적으로 ‘무슬림’ 또는 ‘좌파 사회주의자’로 색칠해온 는 오바마 정부의 출범 이후 뉴스채널 1위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수록, 공화당 지지자들의 채널은 에 고정됐기 때문이다.

조·중·동과 매경이 추진할 방송은 이런 를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치적 색깔이 같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접하게 되는 채널은 공격적이다. 는 자사 광고를 통해 ‘앉아, 그리고 닥쳐!’(Sit Down, Shut up!)라는 메시지를 자주 던진다. 채널의 인기 프로그램인 과 가 방송되는 일요일 아침 방송 예고가 대표적이다. (유튜브에서 ‘Fox Shut up’을 검색해보면 많은 관련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보기나 하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토크쇼 진행자나 뉴스 앵커들도 출연자가 진보적이거나 뜻이 맞지 않을 경우 곧바로 ‘셧업’이라고 말문을 막아버린다. 의 간판 프로그램인 의 진행자 빌 오라일리가 ‘셧업’을 가장 많이 남발한다. 다른 의견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일방주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공정사회를 타고 흐를 종편의 일방주의

이런 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 많은 이들이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최근에는 조지 소로스가 가장 앞장서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가에서 사상가로 변신하고 있는 조지 소로스는 지난해 12월7일 뉴욕의 한 행사에 참여해 “200년에 걸친 미국의 ‘열린 사회’ 전통이 ( 때문에) 독재 민주주의(dictatorial democracy)로 향하는 기로에 섰다”며 루퍼트 머독과 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최근 에 비판적인 공영라디오방송(NPR)에 180만달러를, 진보 성향의 비영리 미디어 감시단체인 ‘미디어 매터스’에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소로스는 기부의 취지를 “잘못된 정보로 국민을 호도하는 를 감시하고 책임을 묻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런 의 모토는 ‘공정과 균형’(Fair & Balanced)이다. 아참, 이명박 정부의 모토도 ‘공정사회’지?

애틀랜타(미국)=이태희 기자 한겨레 경제부문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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