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캐나다 법원은 한 한국 여성이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대형 교회 목사가 자신을 학대한다는 피해망상으로 신청한 난민 신청을 받아들였다. 캐나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이 여인의 망상을 사실로 판단해 난민으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 그 여성이 한국에 돌아가서 학대 수준의 정신병원 치료를 받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인도적인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서구의 시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신질환자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긴 쉽지 않다. 반복적으로 재발되고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잘 모르기도 한다. 증세가 악화되면 자기 관리는 더 안 된다. 그러나 선진 각국에서는 효과적인 해결책들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정신장애인의 이웃은 물론 가족까지도 일상적으로 부르짖는 ‘입원’이 엄격히 제한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정신질환자를 비자의(非自意)로 입원시킬 경우, 입원 수일 내에 법원에서 입원 이외에 정신질환을 호전시킬 방법이 없는지 입원 적정성을 심사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입원 환자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에서 최선의 진료가 이뤄지도록 지원 및 감시를 한다. 입원도 일종의 감금이고 자유권의 심각한 침해라고 보는 것이다. 사회적 비용이 들더라도 억울한 사례를 방지하도록 노력하는 게 사회정의의 기본이란 입장이다.
또 입원 아닌 다른 치료가 가능한 환자는 퇴원시켜서 가족이 아닌 정신보건센터가 중심이 되어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면서 재활을 돕는 제도가 구현되고 있다. 심한 증상이 사라지면 바로 퇴원해, 낮에는 주간 보호시설에서 일상생활과 직업재활 훈련을 받고 밤에는 개방된 시설인 주거시설에서 생활을 영위한다. 사회 기능이 회복되면 독립된 주거시설로 옮기도록 하고, 정신보건센터에서 투약 및 일상생활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국내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도입됐지만 아직 각종 제도의 분절로 정신장애인 재활이라는 목표를 향해 작동하진 못하고 있다.
국내에선 병원이 수익을 내기 위해 환자의 퇴원에 인색한 경우도 많은데, 미국의 경우 보험회사에서 14일 이상 입원할 때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입원진료비를 지급하고, 법원에서도 주에 따라서 15일이나 한 달 이상 입원하게 되면 의료기관에서 그 필요성을 입증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역사와 인식이 달랐던 데서 비롯된다. 영국의 경우, 20세기 초부터 시설 보호에 대한 회의와 비판이 일었다. 1950년대 “우리가 추구하는 정신보건 서비스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시설 보호에서 지역사회 보호로의 전환”이라고 선언했다. 1961년 보건성 장관은 “15년 안에 정신병원 침상 수는 현재의 반도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를 통한 보호를 실제 정책화한 시점이다.
한 사회의 품격 반영하는 지표
국가 차원의 정책 변화와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 2009년 늦가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신장애인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보고서’가 발표됐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 시설 수용 중심 정책에서 탈피한 국가들은 모두 이런 조사를 통해 현실을 인식함으로써 과감한 개혁을 꾀할 수 있었다. 정신장애인처럼 자신을 방어할 수단이 결여된 사회적 약자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를 갖추는 일은 우리 사회의 품격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홍진표 울산대 의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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