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위기가 기회로 변한 듯도 하지만…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인사이트 펀드 관련해 궁지 몰렸지만 증시 회복하며 책임론 쏙 들어가
등록 2009-09-17 16:11 수정 2020-05-03 04:25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사진 미래에셋 제공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사진 미래에셋 제공

“지금은 100년 만의 위기라고들 한다. 하지만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이기도 하다. 거꾸로 뒤집어 얘기하면 개인의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투자) 기회다.”

지난해 10월23일 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에게 ‘펀드 패닉’에 관한 질문을 요청하자, 박 회장이 홍보실을 통해 이런 말을 전해왔다. 금융위기 직후 박 회장이 언론을 통해 투자자에게 처음으로 내놓은 말이었다. 당시만 해도 독자들은 박 회장의 그런 자심감이 어디에서 나오느냐며 비웃었다.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의 수익률은 사회문제로 번졌다. 박 회장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나갈 뻔했다. 미래에셋에 돈을 물린 투자자들은 인터넷 다음카페에 ‘인사이트 펀드 집단소송 카페’를 개설하고 집단 움직임을 보였다.

주가·부동산 달아올라도 실물은 여전히 냉랭

하지만 최근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사람들은 금융위기의 고통을 잊어버리고 있는 듯하다. 코스피 지수가 연초 1000선에서 1600선대로 훌쩍 뛰어오르고, 일부 종목의 경우 연초 대비 2∼3배 이상 주가가 급등했다. 주식시장의 대기자금으로 인식되는 고객예탁금도 연초 9조원대에서 9월엔 13조원대로 훌쩍 뛰어올랐다. 9월10일 코스피 지수는 36포인트 오른 1644.68로 마감했다. 올해 들어 가장 높았고,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도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펄펄’ 끓고 있다. 올 들어 서울 지역 재건축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하며 강남과 강북의 아파트값 격차도 2006년 이후 다시 2배 이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의 주택 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9월4일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 3개 구의 평균 매매가는 3.3㎡당 평균 2915만원에 이르렀다. 반면 비강남권 22개 구는 이보다 2배 낮은 1446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주식과 부동산이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와 통화 당국이 유효수요를 높이기 위해 돈을 풀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의 힘이다.

주식과 부동산이 있는 사람은 경기가 확연히 풀렸다고 느낀다. 하지만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할 여력이 안 되는 중산층·서민은 여전히 불황이라고 여긴다. 아랫목(자산)은 뜨거워도 윗목(실물)은 얼음장이다. 시중 자금이 실물 부문으로 흘러들지 않고 고수익 투자처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어서다.

문제는 자산시장 중심의 회복이 양극화를 부채질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위기 대책이라며 자산 계층에 더 유리한 정책들을 쏟아내는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도심 내 주택 공급을 활성화한다며 임대·소형 주택 의무 비율을 폐지 또는 완화했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를 폐지하는 등 재건축 규제도 풀었다. 종합부동산세와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낮춘 것도 부동산 투기에 불을 붙였다.

자산시장은 달아오르고 있지만, 서민의 살림살이는 더욱 빠듯해지고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9월4일 ‘전세 대란 진단과 대책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19차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참여정부가 도입했던 핵심 규제를 대부분 풀었다“며 “최근 전세 대란의 원인은 MB 정부의 규제 완화에 따른 집값 상승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규제 완화가 집값 상승을 낳고 전세 대란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다시 박현주 회장에게 되돌아가보자. 최근 미래에셋 펀드의 수익률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 박 회장의 뚝심의 승리라고 말하는 건 곤란하다. 주가는 앞으로 다시 떨어질 수 있고, 일부 경제학자는 자산시장 버블 붕괴에 대한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은 박 회장이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힐 의향이 있는지 물어봤다. 미래에셋 간부는 “지금 시장이 비이성적인데, 회장님이 기자회견을 한들 말꼬리만 잡는 상황이 될 것이다. 때가 되면 밝힐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이 지금 주식을 사야 할 시점인지 팔아야 할 시점인지 고객에게 한번 밝혀보는 건 어떨까? 지금 주식시장이 이성적이라면.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