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치통의 치료비
내가 치과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건 무려 3살 때.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갖게 된 나의 치아들은 “이 상한다고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단 음식은 주지도 않았는데” 대부분 문제가 심각했다. 심지어 잇몸을 뚫고 씩씩하게 고개를 내밀던 순간부터 구멍이 나 있던 녀석들도 있었다는 게 우리 어머니의 증언이다. 벌레 먹은 곳을 긁어낸 뒤 은니 따위의 보철물을 덮어 씌우거나, 퉁퉁 부어 피가 나는 잇몸을 치료하는 일은 초등학생이 되어 영구치가 날 때까지 나의 일상이었다.
차갑고 낯선 금속성의 치료 기구들로 가득한 치과는 얼마나 무서운 곳이었는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 잔뜩 공포에 질려 진료 의자에 앉기를 주저하는 나를, 백발이 성성했던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은 “우리 혜정이, 안 울고 치료 잘 받으면 할아버지가 100원 줄게”라고 달랬다. 100원의 유혹은 강렬했다. 나는 끝내 울지 않았고, 의사 선생님은 그런 내 손에 100원을 꼬박꼬박 쥐어주었다. 그 100원의 힘으로 나는 고통스런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
이제 나는 울지 않고 치과 치료를 씩씩하게 받더라도 100원은커녕 칭찬조차 얻기 힘든 어른. 여전히 한여름에도 찬물로 양치질을 못할 정도로 이가 시리고, 오른쪽 아래 사랑니와 어금니 사이의 틈은 점점 넓어지고 있으며, 충치 7개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치통에 가끔 밤잠을 설친다. 3년 전 새해 계획의 하나로 치과를 찾았을 때, 의사 선생님은 “어떻게 이렇게 될 때까지 병원을 안 왔냐”고 타박하며 치료비가 120만원 정도 들 거라고 했다. ‘업무상 술자리’를 핑계로 마음을 접었다. 그동안 치아 상태는 더 나빠졌고, 치료비는 더 올랐을 것이다. 새해 결심은 이래서 어기면 안 되나 보다. 치과는 일찍일찍 가자.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 일러스트레이션 이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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