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는 늘 갈 데까지 가는 것이었다. 서울 변두리의 자취생에게 귀향은 전라선의 종착역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아찔한 바닷가 벼랑을 지나치면, 차장은 잠에 취한 승객들을 깨우려 경쾌한 음악을 틀었다. 플랫폼에선 늘 기름내가 풍겼는데, 심호흡을 하면 그 사이로 바다 냄새도 느껴졌다. 컵에 담긴 물과 기름처럼 두 냄새는 섞이는 법이 없었다. 20대 시절 고향집은 아늑하지만 불편했다.
예전의 그를 만나기 위해선 경부선의 종착역으로 달려가야 했다. 밤차를 타고 도착했다, 밤차로 귀환하는 도둑 같은 일정이었다. 해운대와 광안리. 파도가 밀려드는 횟수만큼 저녁이 가까워졌다. 우리는 늘 수다를 떨거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맨 처음 서울로 올라가는 막차를 놓친 날 이후, 우리는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자가 되고, 취재 때면 늘 막다른 골목을 만났다. 공단을 취재하러 전철을 타고 안산이나 반월까지 찾아간 날도 많았다. 파란색 4호선 지하철 노선도에 시선을 고정하면, 낙조가 아름답다는 오이도가 생각났다. 염전의 소금은 다 말라버렸고, 조개무덤에는 철새들이 찾아온다고 들었다. 서해 바다에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시인은 황지우였던가. 기사마다 ‘불황’과 ‘공포’라는 단어를 새겨넣게 되는 막막한 겨울. 나는 지하철로 가 닿을 수 있는 오이도, 그 바다의 냄새를 맡으러 간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 일러스트레이션 이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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