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또 하나의 세상 템플스테이
“코리안들은 다 너처럼 사니? 인생을 좀 즐겨봐.”
마르코 카라지치는 세르비아(옛 유고연방)에서 온 녀석이었다. 사회주의 시절에도 여름이면 열흘 넘게 지중해 연안으로 가족 휴가를 다녀왔단다. 놈은 늘상 재미있는 놀거리를 찾아다녔다. 공부 욕심에 처자식 떼어놓고 미국에 연수간 코리안은 욕심 때문에 양심 때문에 그럴 수 없었고, 그런 모습이 녀석에겐 인생의 의미도 모르는 일 중독자로 보였던 모양이다.
가을 학기가 끝나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던 때, 녀석들은 하나둘 휴가를 떠났다. 어느 날, 4층짜리 기숙사 건물에 나 혼자 남았다. 밖에는 매일 눈이 30cm는 족히 쌓였다. 학교가 문을 닫은 이상 아무런 놀거리도 없는 시골 동네였다. 일어나 먹고, 창밖을 바라보다, 먹고, 싸고, 어두워진 창밖을 바라보다, 먹고, 별을 바라보는 생활이 한동안 이어졌다. 별은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 되고, 찬바람은 외로움을 한 자씩 키웠다.
지난가을 한가위 합본호를 만들고 맞은 일주일의 휴가 동안 오래 별러온 템플 스테이를 해볼까… 했으나 그냥 회사로 출근했다. 그 겨울 외로움의 트라우마가 발목을 잡았던 것 같다. 어쩌면 떨치지 못한 일 중독이 원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템플 스테이를 다녀온 이들한테 물어봤더니, 그곳은 고독 대신 대화와 나눔이 있는 곳이란다. 욕심을 버리면 마음이 편해진단다.
너무 바쁜 세상을 사는 ‘코리안’들은 뭔가 놓치고 사는 것 같다. 그게 지금의 한국 사회를 만든 동력일 수도 있다. 너무나 생동감 있는, 너무나 천박한. 이번 설 합본호를 만든 뒤엔 꼭 템플 스테이를 다녀와야겠다고 다짐하는 이유다. 그러고 난 뒤 마르코 녀석에게 한마디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한국의 한 산사에서 난 지중해보다 더 푸른 세상을 보았노라”고.
박용현 편집장 piao@hani.co.kr · 일러스트레이션 이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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