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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송전산촌생태마을] 변강쇠와 옹녀의 전설을 찾아

등록 2008-07-17 15:00 수정 2020-05-02 19:25

▣ 함양= 최상원 기자 한겨레 지역부문csw@hani.co.kr

하루는 옹녀가 남편 변강쇠를 보고 말했다.
“당신 성질 가지고 도망살이 하다가는 맞아죽기 알맞겠으니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서 팥밭이나 파서 먹고 땔나무나 베어 때면 노름도 못할 것이요, 강짜도 못할테니 산중으로 들어갑시다.”
그래서 변강쇠와 옹녀가 찾아간 곳이 지리산 골짜기. 하지만 변강쇠는 나무 베기가 귀찮아 장승을 뽑아 땔나무로 썼다가, 장승들의 노여움을 사 죽고 말았다.

한국 3대 산촌생태마을

변강쇠와 옹녀가 정착했던 곳은 지금의 경남 함양군 마천면과 휴천면의 경계인 오도재 부근이었다고 전해온다. 실제 지금도 함양군에는 민속자료 제2호로 지정된 벽송사 목장승 등 곳곳에 장승이 남아있다. 지난해 9월에는 해발 773m의 오도재 정상 바로 아래 지리산조망공원에 변강쇠와 옹녀를 주제로 다룬 테마공원이 완공돼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어린 자녀와 함께 가면 살짝 얼굴을 붉힐 수도 있지만 해학이 넘치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김종직, 정여창 등 조선시대 문인들의 시비 15개와 장승 108개, 솟대 33개 등 다른 볼거리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뱀이 꼬리치는 것처럼 꼬불꼬불한 오도재에 오르면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병풍처럼 펼쳐진 지리산 주능선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지리산 최고의 비경이자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꼽히는 칠선계곡도 마천면에 있다. 칠선계곡 일부 구간은 10년 동안 사람의 출입이 통제되다 지난 5월 완전 개방됐다. 첫나들이폭포, 칠선폭포, 대륙폭포, 삼층폭포, 마폭포, 한신폭포, 오층폭포 등 7개 폭포와 비선담, 선녀탕, 옥녀탕 등 크고 작은 33개의 담(潭)과 소(沼)가 감춰뒀던 속내를 드러낸다. 게다가 10년만에 원시림이 완전히 되살아나면서 자주솜대, 땃두릅, 만병초, 산겨릅나무, 백작양 등 보호식물과 왕종개, 쉬리, 꺽지, 얼룩새코미꾸리 등 고유어종도 풍부하게 됐다. 반달가슴곰과 사향노루 등도 발견된다고 한다. 하지만 마천면 추성마을부터 천왕봉까지 전체 9.7㎞ 구간에서 아랫부분 4.3㎞만 항상 개방되고, 가파른 나머지 구간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예약을 하고 안전지킴이를 따라 가야 한다.

2박3일 정도 가족들과 함께 지리산 여기저기를 큰힘 들이지 않고 보고 즐기려는 관광객에게 경남 함양군 휴천면 송전산촌생태마을휴양소는 베이스캠프로 삼기에 제격이다.

송전마을은 31가구 60명이 사는 지리산 자락의 작은 마을이다. 주민 대부분이 70대 노인이다. 하지만 풍부한 천연자원과 불교·유교 문화재를 갖춰 지난 한해 동안에만 1200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마을 앞을 흐르는 엄천강에는 형제간의 우애를 깨지 않기 위해 주웠던 황금덩어리를 다시 버렸다는 고려말 이억년 이조년 형제의 전설이 서려있다. 아직도 황금덩어리가 강바닥에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낚시와 레프팅을 즐기고 있다. 덕택에 지난해 8월 함양군으로부터 산촌생태마을로 선정됐고, 지난 2월에는 산림청으로부터 우리나라 3대 산촌생태마을로 뽑혔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휴양소는 함양군 소유이지만, 송전산촌생태마을 운영매니저 김기완(65)씨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자치운영하고 있다. 함양읍에서 살며 지난해 대학을 늦깍이 졸업한 김씨는 부인 이월례(66)씨와 함께 고향마을로 돌아와 생태마을 운영을 이끌고 있다. 휴양소는 4인실부터 12인실까지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6만~14만원하는 요금은 성수기에도 변함이 없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진짜 시골’을 맛보려는 관광객은 2만~3만원대의 민박도 이용할 수 있다. 수십명 단위의 단체 관광객은 마을회관을 통째로 빌릴 수도 있다.

식사를 직접 해결해도 되고, 휴양소에 딸린 식당을 이용할 수도 있다. 주민들이 이 마을에서 나는 산나물과 다슬기 등으로 직접 산채비빔밥, 정식 등을 만들어 한끼 5천원에 제공한다. 특미로 토종 흑돼지 바베큐를 맛볼 수도 있다. 1인분 7천원.

계절에 따라 짚불공예 배우기, 고추따기, 고사리 등 산나물 채취, 고로쇠수액과 벌꿀 채취, 도라지 캐기, 곶감 만들기, 밤과 호두 따기, 모내기 등 다양한 생태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다. 여름에는 짚불공예 배우기와 고추따기가 좋다. 짚불공예를 배우려면 1인당 5천원을 내야하며, 강사와 시간을 맞추기 위해 예약을 해야 한다. 모내기는 계절에 관계없이 언제라도 할 수 있다. 7월24~28일에 찾는 관광객은 함양산삼축제에 참가할 수 있다.

손상되지 않은 자연생태

송전마을에 숙소를 정해두고 지리산을 둘러보는 것은 걸어가는 코스, 차를 타고가는 코스, 산책 코스, 불교 유적 코스, 역사체험 코스, 빨치산루트 등 맞춤형이 가능하다. 출발에 앞서 메니저 김씨에게 상세한 설명을 듣고 자신에게 맞는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김기완 매니저는 “도시에 있었다면 하나하나가 유명한 관광상품이 됐을텐데 산골에 숨겨져 있다보니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알려지지 않은 볼거리가 너무도 많다”며 “덕택에 전혀 손상되지 않은 자연생태를 관광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대전, 대구, 광주 쪽에서 갈 때는 88올림픽고속도로 함양나들목으로 진입해 25분 정도 달리면 된다. 부산, 창원 쪽에서 갈 때는 대전·통영고속도로 생초나들목으로 들어서 20분 정도 가면 도착할 수 있다.

송전산촌생태마을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홈페이지(songjunri.com)를 참고하거나, 휴양소(055-963-7949)나 김기완 매니저(019-463-5989)에게 문의하면 된다. 민박이나 마을회관 예약도 휴양소에서 하면 된다. 마을 안에는 상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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