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언론 보도와 달리 하루 550t가량 팔리던 게 몇백kg 팔리는 게 고작, 그마저도 지난해 재고분이 풀린 것
▣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지금 검역돼서 나오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물량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30% 할인 판매를 확대하자.”
7월3일 서울 강동구에서 열린 한국수입육협회 이사회에서 박창규 에이미트 사장이 제안했다. 한국수입육협회는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겠다’고 자율결의를 한 130여 개 민간 수입업자들이 지난 5월에 만든 모임이다. 회원들 중 절반은 지난해 수입했던 미국산 쇠고기들이 10월5일 검역 중단 조처로 창고에 묶여 있었다. 몇 달간 낸 창고보관세, 유통 중지로 인한 자금 회전 곤란 등 손해가 막심한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재고 소진 위해 덤핑 수준 판매
이사회에 참가한 한 쇠고기 수입업체 대표는 할인판매에 대해 쇠고기 수입업체들이 찬성과 반대 의견을 고루 표시했다고 전했다. “괜히 여러 군데서 할인판매를 했다가, 카메라가 취재하는데 손님 반응이 시큰둥하면 오히려 곤란하다”는 우려도 있었고 “지금 잘 팔리고 있으니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이미지에 불을 댕겨야 한다”는 적극적인 지지도 있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결국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원하는 곳만 30% 할인판매를 하자고 정했다”고 말했다.
‘업체들의 연대 할인’을 제안한 박창규 에이미트 사장은 7월1일부터 앞장서서 직영 정육점에서 ‘미국산 쇠고기 30% 할인판매’를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에이미트의 ‘30% 할인’은 총대인 한편 고육책이라고 말한다. 한 수입육업체에서 일하는 박아무개 과장은 “지금 에이미트가 보유하고 있는 물량이 40여t 되는데, 이 중에서 절반이 냉장에서 냉동육으로 바꾼 것이다. 유통기한도 얼마 남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고기 질도 좋지 않다. 이거 제값 주고 못 판다”라며 “결국 30% 할인해서 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입육업체에서 일하는 이아무개씨는 “지금 미국산 쇠고기는 거의 덤핑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며 “가격이 굉장히 낮다”라고 전했다. 그는 “그렇지만 손해를 보고서라도 이미 보유하고 있는 물량을 없애면, 또 어느 정도의 돈으로 다시 다음 유통에서 이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유통하는 입장에서는 가격과 무관하게 재고를 소진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언론들은 에이미트 직영 정육점 한 곳에서 팔려나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불티난다’고 표현하고 있다. ‘손님 몰리고 택배 주문 넘치고’( 7월4일치), ‘미국산 쇠고기 사러 온 소비자들, 등심 국거리 더 없어요?’( 7월4일치), ‘한 총리 가족과 미국산 쇠고기 맛있게 먹어’( 7월2일치) 등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우석균 보건의료연합 정책실장은 “2003년 미국산 쇠고기가 유통될 때 한 해 판매량이 20만t(하루 약 550t꼴)이었다”며 “지금 소매로는 하루 몇백kg 정도가 유통되고, 나머지는 도매 단계에서 거래될 뿐 소비자의 눈치만 보는 실정인데 이를 두고 ‘불티난다’는 표현은 과장”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 판매되는 물량은 모두 지난해에 수입된 것으로, 30개월령 미만의 살코기다. 촛불 민심이 반대하는 새로운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따른 것이 아니다. 우석균 실장은 “보수 언론들이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않은 채 단지 미국산 쇠고기라는 것에만 집중해서 보도함으로써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말했다.
“돈 없는 서민들을 현혹”
7월2일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던 강혜미(28)씨는 “에이미트가 판매를 기념해 30% 세일을 한다고 들었는데, 결국 돈 없는 서민들을 세일로 현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언론과 업체가 보조를 맞추면서 결국 미국산 쇠고기가 원활하게 유통이 됐을 때, 지금은 ‘선택’의 문제인 구매가 나중에는 ‘선택할 수 없이 먹어야 하는 상황’으로 넘어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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