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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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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폭탄은 금리 상승?

등록 2008-06-27 00:00 수정 2020-05-03 04:25

CD 발행 증가 →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증가 → 저축은행·중소형 건설사 타격, 인플레이션 후폭풍이 무섭다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한국은행은 지난 6월12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5.00%)으로 동결하면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고 금융기관의 대출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장기 시장금리가 크게 오르고 있다”고 최근의 경기 동향을 설명했다. 돈이 넘쳐나는데도 금리가 오르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물가 급등이 깔려 있다. 물가 폭등에 이어 ‘금리 상승’이라는 폭탄이 닥쳐오고 있는 것일까?

돈이 넘쳐나는데 금리가 오른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시장연구실장은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으로 인해, 즉 은행들이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늘리고 있고, 특히 인플레이션 우려가 반영되면서 금리가 오르고 있다”며 “금리가 오르면 은행 대출자산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고, (은행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참여한) 미분양 주택도 늘면서 은행 등 대출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10개월째 기준금리는 동결하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큰 폭으로 올라 연 9% 선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대출 금리는 지난 6월16일 현재 7.43∼8.93%로 일주일 사이에 0.42%포인트나 뛰어올랐다. 1월14일(9.44%)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5월13일 이후 한 달여간 상승폭이 무려 0.88%포인트에 달한다. 하나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대출 금리도 8.03∼8.73%로 일주일 만에 0.24%포인트 상승했고, 국민은행 7.16∼8.66%, 외환은행 7.39∼7.89%로 일주일 동안 0.26%포인트씩 올랐다.

그 이유는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은행채(신용등급 AAA, 3년물 기준)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은행채 금리는 4월 말 5.47%에 그쳤으나 6월10일 현재 6.40%까지 치솟았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요즘은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로 접어들었다. 저금리 탓에 몇 년 전부터 시중자금이 종합자산관리계정(CMA)과 머니마켓펀드(MMF)로 쏠렸는데, 최근 들어 더욱 빠르게 돈이 은행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5월 MMF 자금은 10조9천억원 증가했다. 2001년 1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처럼 은행에서 돈이 대거 유출되면서 대출자금 부족을 겪게 된 시중은행마다 지난해부터 은행채와 CD를 대거 발행하고 있다. 이상용 한국은행 과장은 “지난 2년간 돈이 저축에서 빠져나와 펀드 자금으로 몰리면서 은행들의 대출 재원이 부족해졌다. 그래서 은행마다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채와 CD를 발행해 시장금리가 올라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시중금리를 끌어올리는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CD 발행이 증가하면서 금리가 높아지면 CD 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르게 된다.

정책금리와 시중금리의 큰 괴리

이종건 한국은행 조사총괄팀장은 “금리는 돈의 수요와 공급이라는 수급 요인 이외에 위험 등 다른 요인들이 크게 작용해 결정되기도 한다. 또 환율·주식·채권 시장 등이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정책금리와 시중금리가 큰 괴리를 보일 수도 있다”며 “물가 상승 압력 등의 요인이 몸통을 흔들어 금리가 크게 치솟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국은행 관계자는 “물가 상승 압력 때문에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고,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심리까지 확산되면서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LG경제연구원은 최근 “현 시점에서는 물가 안정을 거시경제 정책의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면서 “한국은행이 올해 말 또는 내년 상반기쯤 소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통화 긴축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라 금리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대다수 서민들이 적용받는 변동금리형 주택대출 금리도 전반적인 금리 상승의 여파로 동반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변동금리형 주택대출은 3개월짜리 CD 금리에 연동되는데, 최근 CD 금리는 5.36%를 유지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금리가 오르자 주택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연체 등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1억원을 대출한 경우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연간 이자 부담은 100만원 정도 늘어나게 된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시중금리 급등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나타날 경우 저축은행 등이 문제가 될 수 있고, 미분양 물량을 안고 있는 중소형 건설사도 시중금리 급등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대기업들도 큰 충격

물가 상승 속에 금리까지 급등하면 빚(3월 말 현재 총 가계빚 640조원)에 허덕이는 가계는 물론 기업들도 큰 충격에 빠져들게 된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센터장은 “금리가 2%포인트 이상 오른다면 수출 대기업 역시 고환율 때문에 벌어들인 것도 다 까먹을 수 있다”며 “유가 급등과 서브프라임 사태 등으로 세계 경제가 나빠지고 최근 정부 경제팀이 고환율 정책도 사실상 포기한 상태인데, 금리 상승은 기업의 수익성에 큰 충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서민들은 “(물가 폭등 탓에) 외환위기 때보다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는데, 이제 “(금리 상승 때문에) 못 살겠다”고 비명을 질러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전세계는 금리 인상 중

인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지다


물가 폭등이 세계 경제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각국 중앙은행마다 경제성장률 둔화를 감수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잇따라 금리를 올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지목하면서 물가안정을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대폭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6월17일 “성장을 일부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인플레이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로화가 통용되는 15개국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3.7%로 지난 16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6월15일 올해 아시아 지역 물가상승률이 5.1%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인플레이션 공포가 빠른 속도로 아시아 경제를 덮치고 있다. 지난해 8.5%의 높은 경제성장을 기록한 베트남 경제는 갑작스럽게 인플레이션 충격에 빠져들었다. 베트남의 6월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무려 25.2%나 올랐다. 지난 5월 말 모건스탠리는 “베트남 경제가 구제금융을 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8월 위기설’이 돌고 있는 베트남 경제는 인플레이션과 무역적자에 따라 통화가치가 급속히 하락하면서 외국인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공포 속에서 베트남 호찌민시 증권거래소의 비나지수는 올 들어 58% 폭락했다. 는 “치솟는 물가에 대응해 베트남 중앙은행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올리자, 베트남 증시가 연일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은 정책금리를 지난 5월 8.75%에서 12%로 올린 데 이어, 6월10일 다시 14%로 높였다. 인도네시아 역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6월5일 기준금리를 8.5%로 0.25% 올렸고, 물가가 9.6%까지 치솟은 필리핀도 2년 만에 기준금리를 5.25%로 0.25% 올렸다. 아시아 신흥경제마다 지금 ‘인플레이션 → 금리인상 → 무역수지 악화 → 통화가치 하락 → 인플레이션 증폭’이라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도 6월 초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인도도 단기 대출금리를 8%로 인상했다. 유럽중앙은행(ECB) 내부에서도 현재 4.0%인 기준금리를 7월 초에 4.25%로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고,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8월에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예상도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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