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일정으로 버마 국경지대로 자원활동 떠나는 치과의사 정보임씨
▣ 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잠도 잘 못 자요.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부드럽고 느릿한 말투에 웃을 때마다 오른손이 슬며시 입가로 향한다. 치과의사 정보임(37)씨의 겉모습에선 ‘단호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타이-버마 국경지대 난민캠프에서 2년여를 보낼 결심을 한 이유가 더욱 궁금해졌다.
오는 4월3일 출국을 앞둔 정씨는 요즘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각종 치과 진료 장비와 약품, 현지에서 활용할 교육자료를 확인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다. 필요한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진료 자체가 어려운 치과의 특성 탓에 모든 장비를 현지까지 안전하게 가져가는 일이 무엇보다 걱정이다.
“덴탈 유니트 체어(치과 진료용 의자), 진료용 기계를 돌리는 압축기, 마취기구, 이 뺄 때 쓰는 발치 겸자까지 웬만한 건 다 준비해 가야 해요. 하나라도 빠지면 진료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치과병원을 새로 개업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현지가 난민 지역이다 보니 장비를 옮기는 일도 만만찮네요.”
대기업 반도체 연구소에 다니다 뒤늦게 치과의사가 된 정씨는 서른 중반이 된 2년여 전 ‘개업’을 했다.
“치대를 졸업하던 해 우연히 버마 상황에 대한 강연을 들었습니다. 끊임없이 민주화를 위해 애쓰고 있음에도 오랫동안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데 대해 그들이 느끼고 있을 막막함이 내게도 절절히 전해지더라고요. 그때부터 버마 난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물론 처음부터 난민캠프에 가서 치과진료소를 차릴 생각을 한 건 아니었어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꿈도 안 꿨단다. ‘그저 한번 보기나 하자’는 생각으로 지난 2006년 9월 타이-버마 국경 지역 매솟을 찾았다. 그리고 현지 병원을 둘러보면서 문득 ‘이거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과 진료는 특히 단기 의료봉사에 한계가 많아요. 장비와 재료가 갖춰지지 않고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치료를 끝낼 수 없지요. 의사로서 완성된 진료를 할 수가 없으니,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어요.”
현지 의료진에게 차차 넘겨줄 계획
지난해 9월 두 번째로 매솟을 찾은 건 ‘한번 저질러보자’고 결심한 뒤다. 구체적인 진료계획을 세우기 위해 현지 난민학교를 돌며 학생들의 치아건강 상태부터 살폈다. 고단한 난민살이에 치약·칫솔조차 없이 지내고 있는 터니 상황은 뻔했다. 혼자 준비하기 벅차던 터에, 3년여 전부터 현지 난민학교 지원사업을 해온 ‘남아시아후원모임’이 팔을 걷어붙였다. 출발부터 현지 활동까지 필요한 각종 지원을 도맡아주기로 했다.
“처음엔 1년 정도만 머물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이거 자리잡다가 끝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 2년은 예정을 해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충분한 진료와 구강보건 교육, 현지 의료진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정씨의 목표는 ‘지속 가능성’이다. 자신이 돌아온 뒤에도 현지 의료진이 치과 진료소를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단다. 어느 정도 교육이 되면 현지 의료진에게 쉬운 진료부터 차차 넘겨줄 계획을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현지 의료진이 진료를 책임질 정도가 되면, 정씨는 주변 지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란다.
“사실 앞뒤 잘 안 가리는 성격이에요. 어차피 하는 일, 좀더 하고 싶은 곳에서,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랑 하는 게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창하게 무슨 ‘의사로서의 사명감’ 따위를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가 다시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맑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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