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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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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이 사람 차별하네

등록 2007-11-09 00:00 수정 2020-05-03 04:25

<font color="darkblue"> ‘성적 지향·병력·출신 국가·언어·가족 형태·범죄 전력·학력’ 7가지 차별금지 범위 삭제 논란</font>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2007년 10월의 마지막 밤을 번개로 밝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날 저녁 7시30분 서울 동소문동 인권실천시민연대 교육실은 100여 명의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으로 빼곡히 들어찼다. 모임의 이름은 ‘성적 소수자 차별 및 혐오 저지를 위한 긴급번개’. 이들이 번개를 ‘때린’ 이유는 법무부가 10월2일 입법예고한 차별금지법의 차별금지 범위에서 ‘성적 지향’이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성적 지향에는 동성애, 양성애 등이 포함돼 성소수자와 연관된 항목이다.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는 “차별금지법이 아니라 차별조장법”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당초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차별금지법에는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출신 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범죄 전력 및 보호처분, 성적 지향, 학력,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예시돼 있었다. 하지만 10월22일 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마친 법무부는 차별금지 범위 항목에서 성적 지향을 비롯해 병력, 출신 국가, 언어,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범죄 전력 및 보호처분, 학력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서 발언에 나선 최현숙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은 “이대로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다면 저지운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0대의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도 “인권의 끝자락에 성소수자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가르쳐주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독교 단체들 “‘성적 지향’ 삭제하라”

그가 말하는 “그들”은 보수 기독교(개신교) 단체다. 기독교 단체는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차별금지법”으로 부르며 반대운동을 벌여왔다. 차별금지법에서 동성애와 관련된 ‘성적 지향’을 삭제하라는 요구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 기독교 신자인 길원평 부산대 교수가 서명운동에 앞장섰고, 29개 대학 211명의 교수가 반대서명에 동참했다.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성시화운동본부, 한-일 기독의원연맹 등은 10월22일까지 예고안에 대해 의견 수렴을 했던 법무부에 반대 의견을 담은 팩스 보내기 운동을 벌였다. 그리고 10월22일 이용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 상임고문으로 참여한 ‘동성애 차별금지법안 저지 의회선교연합’이 결성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동성애는 윤리도덕에 어긋난 사회악”이라고 주장하며 ‘성적 지향’ 삭제를 요구했다. 또 의회선교연합은 법무부 안에서 ‘성적 지향’이 빠지지 않고 국회에 상정된다면 1천만인 서명운동, 국회 대토론회 등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기총도 법무부에 보낸 의견서에서 ‘성적 지향’ 삭제를 강력히 촉구했다. 최희범 한기총 총무는 “동성애는 비성경적, 비윤리적, 비위생적”이라고 강조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토론광장인 아고라에서 찬반 청원이 각각 올라오는 등 인터넷도 뜨거웠다. 기독교 단체는 차별금지법이 예고대로 통과되면 동성애가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인 친구사이의 오가람 사무국장은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권장하는 법이 아니라 부당한 차별을 당한 동성애자를 비롯한 소수자를 보호하는 법안”이라고 반박했다. 한편으로 재계도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채용 과정에서 신체검사를 금지하는 내용 등의 차별금지법이 기업의 비용 증가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학력차별 금지법 따로 두지 못할망정…”

이렇게 반대 의견을 수용해 7가지 범위가 삭제될 가능성이 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 법무부 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11월까지 국무회의 통과를 끝내고 12월 국회에 상정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17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마치려면 반대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13가지 영역으로 좁힌 기준에 대해 “기존 법에 명시된 차별금지 범위를 분석해 공통으로 들어간 항목을 우선했다”고 밝혔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이다. 2003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안에 ‘차별금지법제정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연구작업을 벌였고, 2006년 7월에는 인권위가 법안을 작성해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다. 원래 인권위가 권고한 안에는 강력한 구제조치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강제이행금 부과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 안에는 빠졌다. 인권단체 입장에선 이미 ‘차 떼고 포 뗀’ 법안인 것이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차별금지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컸지만 그래도 상징성 때문에 반대하지 않았다”며 “2001년 제정된 인권위 법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면 명백한 후퇴다”라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법의 차별금지 조항에는 차별금지법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진 7가지 항목 중 언어를 제외한 모든 범위가 포함돼 있다. 한채윤 대표는 “심지어 한나라당이 2001년에 제출한 인권위법에도 성적 지향이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차별금지 예시 항목에서 빠져도 법 적용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차별금지법에는 “성별, 장애…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라고 돼 있다. 법안에 ‘등’이 들어가 차별금지 범위를 예시를 넘어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영선 인권위 인권연구팀 팀장은 “인권위는 원안대로 법안이 제정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인권위 법에 19가지 차별금지 범위가 예시돼 있어서 차별금지 적용을 받는 것에는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현숙 위원장은 “차별금지법에는 차별금지법에 반하는 기존의 법령과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만약 성적 지향이 빠지면 성소수자와 관련된 법령과 조례의 개정은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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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도 “학력·학벌 차별 폐지를 주장해온 참여정부가 차별금지 범위에서 학력을 뺀다는 얘기에 황당함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학력위조 사건에서 보듯이 학력·학벌 차별은 한국 사회의 근본 모순 중 하나”라며 “학력차별 금지법을 별도로 만들지는 못할망정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의 예시 영역에서도 뺀다니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다”고 덧붙였다. 인권단체의 반발은 확산될 조짐이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7가지 범위에 포함되는 집단은 세력이 가장 약하거나 조직화되지 않은 사람들”이라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차별금지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것을 뺀다면 그 법을 뭐하러 만드느냐”고 반문했다. 이렇게 인권단체가 반대하는 차별금지법, 역설적 현실이 재현될 것인가.

<table width="480"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tr><td colspan="5"></td></tr><tr><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bgcolor="F6f6f6" width="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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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시행되면 뭐가 다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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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darkblue">그냥 차별 중지하라 할 뿐 형사처벌 안하니 공포심 조장 마오</font>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나이 등을 이유로 차별당한 사람의 피해 구제를 목표로 한다. 인권위 원안에 견줘 많이 약화됐지만 차별금지법은 인권위법 등에 견줘 강화된 조치가 들어 있다. 지금까지는 차별 피해 소송 당사자가 차별 사실 및 그 부당성까지 입증해야 했으나 차별금지법에서는 차별 사실 입증의 책임은 피해자가, 차별 불가피성이나 정당성 입증의 책임은 가해자가 지게 된다. 비록 인권단체가 주장해온 가해자 입증 책임이 온전히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절반의 진전은 이뤄졌다. 또 차별금지법은 간접 차별, 괴롭힘도 차별 범위에 포함했다. 차별을 조장하는 광고도 금지된다. 차별이 입증되면 법원이 차별 중지, 손해배상 등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
차별금지법은 고용, 교육, 의료 등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영역에 적용된다. 그래서 기독교 단체는 성적 지향을 포함한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학교에서 동성애를 부정적으로 말하면 처벌받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는 “차별 행위자도 차별금지법으로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는다”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해 성적 지향을 삭제하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다만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당했다고 진정을 하거나 소송 중인 사람에게 해고, 퇴학 등 불이익을 주는 보복 조치를 취한 경우에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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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r><tr><td colspan="5"></td></tr></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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