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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등록 2007-10-26 00:00 수정 2020-05-03 04:25

젊고 패기 있지만 열정적 지지가 아쉽다… SWOT 강점과 약점, 기회요인과 위기요인

▣ 최성진 기자csj@hani.co.kr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통합신당 내부에서조차 많지 않을 것이다.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수치만 놓고 본다면 남은 기간에 정 후보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따라잡기란 버거워 보인다.

그런데 정동영 후보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자신을 둘러싼 온갖 악조건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달 뒤를 지켜보란 식이다. 정 후보가 ‘믿는 구석’은 무엇일까. 대선 후보 정동영의 강점과 약점, 기회요인과 위기요인을 알아봤다.

강점 1. 평화 이슈 선점

대선후보 지명대회가 끝난 직후부터 정동영 후보 캠프에서는 “개성 동영이 운하 명박을 이긴다”고 강조하고 있다. ‘개성 동영’은 정동영 후보의 PI(President Identity) 전략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PI’란 특정 대선 후보 이름을 거론할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를 말한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경제 대통령’을 PI로 활용하고 있다. BBK나 도곡동 땅 문제 등 이 후보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를 때도 이 후보 쪽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예수나 부처가 아니라 경제 대통령”이란 논리로 위기를 돌파해왔다.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바보 노무현’이란 PI 전략을 구사했다. 떨어질 것이 뻔한데도 민주당 간판으로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등 지역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몸을 던졌던 노 대통령의 우직함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다.

정동영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직후 개성공단을 찾았다. 통일부 장관 재직 시절 본인이 추진한 개성공단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앞당길 주인공은 자신이란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평화 이슈로 이명박 후보와 맞서겠다는 정 후보의 전략은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다. 11월에는 총리급 회담과 국방장관 회담이 예정돼 있다. 여기서도 주목할 만한 ‘보따리’가 풀린다면, 정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 후보도 최근 대북정책을 좀더 유연한 방향으로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후보로서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끌어안기에 앞서, 우선 보수층의 눈치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정 후보가 평화 이슈를 중심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설정해나간 것은 (대선 전략으로) 적절했다고 본다”며 “통일부 장관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정 후보와 평화 이슈는 잘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강점 1. 젊고 패기 있는 이미지

정동영 후보는 1953년에 태어났다. 1941년생 동갑인 한나라당 이명박,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물론 1948년생인 이인제 민주당 후보나 1949년생 문국현 후보보다 젊다.

TV토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상대적으로 젊고 깨끗한 정 후보의 이미지는 그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방송 기자·앵커 출신답게 분명하고 매끄러운 화법도 이따금 쇳소리를 내는 이명박 후보에게 비교 우위를 보이는 부분이다.

강점 1. 호남 후보

정동영 후보의 연고지는 전북이다. 범여권 지지층이 분산돼 있는 지금의 선거 지형으로 볼 때, 유일한 ‘호남 후보’라는 사실은 일단 정 후보의 강점으로 꼽힌다.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해서는 호남 후보가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경선 과정에서 이해찬 후보를 도왔던 김형주 의원은 “통합신당으로서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호남 유권자를 끌어오는 것에서 대선 열기를 점화시켜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는 호남 후보인 정 후보가 오히려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선 직후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곳은 호남권이었다. 10월17일 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 후보는 호남권에서 43.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14.5%에 그친 이명박 후보를 크게 앞지른 수치다.

약점 1. 패배주의

통합신당에 드리워져 있는 ‘대선 패배주의’는 정동영 후보가 극복해야 할 첫 번째 과제다. 자신들 스스로 안 된다고 생각하는 시합에 관심과 애정을 보여줄 관중은 없다.

통합신당 내부의 대선 패배주의는 특히 영남권 패배주의의 성격이 짙다. 통합신당의 한 초선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영남권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던 사람들은 호남 출신인 DY가 대선 후보로 결정된 것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며 “내년 총선에서 영남권은 전멸할 것이라는 위기 의식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음 총선에서 영남 지역구 당선을 노렸던 이들이 패배주의에 젖어 있다면, 정 후보에게는 치명적이다. 대선과 총선이 연이어 치러지는 상황에서 이들이 총선을 포기한다는 것은 곧 대선에서의 영남 공략도 힘겨워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정 후보가 영남권 공략을 위해 어떤 전략을 제시할지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단 그는 대선 후보 선출 직후 평화시장과 개성공단을 찾은 데에 이어 부산 자갈치시장 방문을 예정하고 있다.

약점 1. 경제 이슈 선점당해

2002년 대선 승패를 판가름한 주요 구도 가운데 하나는 지역주의 문제였다. 영남의 패권적 지역주의로 대표되는 지역 문제를 누가 해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당시 대선의 최대 쟁점이었다. 이와 함께 이른바 ‘서민 논쟁’도 ‘서민’ 노무현, ‘귀족’ 이회창 두 후보를 극명하게 대비시켰다.

2002년 대선 구도가 이처럼 왜곡된 사회적 가치에 대한 문제 해결 능력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면, 2007년 대선의 사정은 많이 다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이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명박 후보가 이 부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동영 후보 쪽에서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샐러리맨 성공신화’나 청계천 복원사업 등 구체적 실적이 있다. 정 후보는 ‘개성공단’이 유일하다.

대신 정 후보는 ‘가치 투쟁’을 통해 유권자들의 ‘착시 현상’을 걷어내겠다는 계산이다. 이 후보의 경제정책은 20 대 80 사회를 지향하는 ‘정글 자본주의’라는 것이다. 반면 정 후보 캠프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차별 없는 성장’이다.

정 후보의 핵심 참모인 민병두 의원은 “정동영 경제와 이명박 경제는 가치 측면에서 뚜렷하게 대립된다”며 “차별 없는 성장론을 뒷받침할 공약이 하나하나 소개되면 경제 이슈에서도 결코 우리가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회요인 1. 전국 선거 경험

대선 국면이 막판으로 갈수록 정동영 후보의 풍부한 선거 경험은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통합신당 경선을 통해 그 위력은 입증됐다. 정 후보는 예비경선까지만 해도 ‘손학규 대세론’을 한 번도 뛰어넘지 못했다. 정 후보의 선거 경험은 본경선 시작과 함께 단박에 빛을 발했다. 초반 4연전부터 2위 손 후보와의 격차를 멀찌감치 벌린 것이다.

정 후보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다들 우리가 조직선거를 한다고 뭐라고 하는데 우리 조직력의 핵심은 전북은 물론 충청과 영남 등 전국 각지에 다섯 명, 열 명씩이라도 주변 사람들을 투표소에 나오도록 독려할 수 있는 지지자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과 2004년 총선 등 전국 단위 선거를 일곱 차례나 치른 정 후보와 비교할 때 다른 후보들의 경험은 ‘일천’하다. 이명박 후보가 치른 가장 큰 선거는 2002년 서울시장 선거와 올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유일하다.

기회요인 2. 지지율 상승세

10월17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은 19%를 기록했다. 2개월 전 불과 2.6%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보면 대단히 빠른 상승세인 셈이다. 경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손학규·이해찬 두 후보가 경선 결과에 ‘쿨하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지층 이탈을 최소화한 것도 정 후보에게는 고무적이다.

정 후보 캠프에서는 이르면 10월26일까지, 늦어도 10월 말일까지는 지지율 20%를 넘긴다는 계산이다. 일단 20%를 넘기기만 하면 대선 구도는 ‘이명박 대 정동영’의 확고부동한 양강 체제로 재편된다.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과 어느 정도 상충관계를 보이는 문국현 후보의 지지율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자연히 후보단일화의 주도권은 정 후보 쪽으로 쏠리게 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11월 중순 열릴 것으로 보이는 남북 총리급 회담이 끝나면 45(이명박) 대 35(정동영)까지는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대선에서 지지율 10%의 차이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위험요인 1. 열정적 지지층이 없다

2002년 대선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는 몇 차례 위기가 있었다. 민주당 안에 있던 이른바 ‘후단협’ 세력은 노 후보를 집요하게 흔들었다. 당내 흔들기에도 노 후보가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열정적 지지세력의 존재였다.

자발적 지지자들의 모임인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은 지지율의 부침과 상관없이 노무현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줬다. 개혁당은 후단협의 요구가 거세질 무렵 전격 창당해서 ‘국민후보 노무현 지킴이’를 자처했다.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던 유시민 의원은 절필을 선언하고 개혁당에 뛰어들었고, 영화배우 문성근씨도 생업을 내던지고 개혁당에 들어왔다.

정동영 후보에게도 ‘정통’(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과 올해 3월 조직된 평화경제포럼 등의 지지모임이 있다. 하지만 자발성과 열정의 측면에서 볼 때, 정통과 평화경제포럼은 노사모, 개혁당과 차이를 보인다.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 압박 등 정동영 후보를 둘러싼 위기가 현실화될 때, 정 후보로서는 노사모나 개혁당과 같은 ‘열정적 사도’가 아쉬워질 수밖에 없다.

위험요인 2. 반호남 정서

정동영 후보가 호남에 연고를 두고 있다는 사실은 선거 후반으로 갈수록 약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경선 직후 통합신당의 한 의원은 “우리로서는 최악의 선택을 한 셈”이라며 탄식했다. 지지율 격차가 워낙 많이 벌어져 있는 지금은 지역주의 문제가 수면 아래에 잠겨 있다. 이 말은 곧 이명박-정동영 두 후보의 차이가 좁혀질수록 ‘반호남 정서’가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지역주의의 폐해 여부를 떠나, 지난 수차례의 대선을 지배했던 엄연한 현실이다.

정 후보 캠프는 지역주의 문제를 DY 지지세력에 ‘노무현 지지세력’과 ‘DJ 지지세력’을 결합한 형태의 ‘트라이앵글’을 형성해서 돌파하겠다는 복안이다. 동시에 한나라당 안에도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보수층이 이명박 후보 쪽과 화학적 결합을 이룬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균열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영남을 직접적으로 공략할 만한 구체적 전략이 서지 않는 이상, 지역 구도 중심의 선거는 정 후보에게 불리할 것이 뻔하다. 민병두 의원은 “가급적 지역 전선보다는 가치 전선 형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될 수 있으면 지역 구도를 피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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