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으로 일주일 보낸 문국현을 만나다…손학규와 연합 가능성 없어, 문국현 중심 후보 단일화 암시
▣ 최성진 기자csj@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꼭 일주일 만인 8월30일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를 만났다. 문 후보는 과의 인터뷰 내내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민주신당의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며 손 전 지사에 대해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다. 민주신당의 본경선 이후에는 손 전 지사와 함께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도 문 후보는 가능성을 닫아두었다.
민주신당 본경선에 문 후보를 합류시켜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도, 가치관으로 봐도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대신 후보 단일화 방향에 대해 묻자 그는 “이번에도 국민이 원하는 바가 있을 것이고, 어느 쪽으로 위임할 것이냐 하면 미래세력 쪽일 것”이라며 자신 중심의 후보 단일화 구상을 제시했다.
문 후보는 자신의 행보와 관련해 ’타협없이’라는 표현을 네 차례 사용했고, 손 전 지사에 대해 말할 때는 ’가치관’이란 단어를 정확히 8회 활용했다.
민주신당에 왜 자꾸 들어가라 하나
정치인으로서 지난 일주일은 어땠나.
=기업에 있을 때는 시장 개척 등을 위해 1년에 120일 이상을 해외에서 지낸 적이 많았는데, 국내에 줄곧 머물다 보니 대선 후보 일정이 빡빡하다고 해도 시간이 많아진 느낌이다. 그러면서 인터넷도 많이 들여다보게 됐다. 내 인터뷰 기사에 2천 개씩 댓글이 달리는가 하면 밤새도록 문국현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기존 정치에 불만이 많았구나, 우리 경제인뿐만 아니라 시민운동가, 젊은이들이 시대가 바뀌기를 원하는구나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움직임과 불만이 문국현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리라 보나.
=하루아침에 다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일단 국민들이 기다려왔던 소리를 듣고 있다는 표시를 하는 것이다. 지금은 하는 수 없이 다른 지도자에게 기대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 그분들도 (나를 통해) 블루오션이랄까, 정치의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에 몰려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문국현 신당이 나오는 것인가, 기존 정치세력과 연대나 연합을 하는 것인가.
=1주일 전만 해도 문국현은 못 나올 것이라고 억지 주장을 편 사람도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나왔듯,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미래는 역동적일 것이다. 내가 국민이 분노하고 실망하는 부분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기 때문에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칙은 타협 없이, 시선은 국민에게 두면서 실업이나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가치관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모아가는 과정에서 정당이 될 수도 있고 연합이 될 수도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일각에서 문 후보를 본경선에 합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신당 본경선 합류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가.
=그렇다. 아직 국민이 거기에 있는 분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분노를 다 풀지 못했다. 통합을 할 때마다 감동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감동이 떨어지고 있다. 물론 민주신당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다. 어떻게 하다 보니 다양성의 장점보다 약점을 더 많이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손학규 전 경기지사 같은 분 때문이라고 본다. 한나라당에 있는 게 맞는 분이 갑자기 와버리니까 가치관의 일대 혼란이 빚어진 것이다. 가치관이 정립되고 국민이 감동할 만한 모습을 보였을 때 같이할 수 있는 것인데, 지금은 내가 그걸 해결할 능력이 없다. 그건 그분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것만 해결된다면 우리가 국민 앞에 미래로 나가는 일을 계획하는 것인 만큼,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 나중에는 국민이 우리에게 ‘앞으로 5년을 맡길 테니 과거처럼 분열하지 말고 한반도의 미래를 이끌어가시오’ 이렇게 명령할 것으로 본다.
손 후보는 한나라당서 가치투쟁 했어야
민주신당의 정체성 문제 등이 해결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건가.
=거기서 나오는 분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너무 그렇게 고정관념 속에서만 볼 게 아니다. 내가 범여권으로 활동한 적이 없는데 왜 자꾸 그리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오히려 민주신당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나에게 합류하리라 본다.
현재의 지지도로 본다면 민주신당에서는 손학규 전 지사가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는데.
=(말을 끊으며) 아마 그런 일은…. 우리 국민이 그렇게 기억력이 나쁘지 않다. 아류에 감동하지 않는다. 일시적 세가 있을지는 몰라도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을 섬기지 않는다면 좋아하지 않는다. (손 전 지사의 경우)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살아온 족적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비슷한 면이 더 많다.
그렇다면 손 전 지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고 보나.
=(잠시 머뭇) 굳이 따진다면 한나라당 내부에서 가치투쟁을 했어야 한다. 좀더 대국적으로 길게 내다보고, 대승적 방향으로 갔더라면 본인도 살고 국민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줬을 것이다.
민주신당 내 또 다른 유력 주자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어떤가.
=남북 평화에 관심이 많은데 좋은 거라고 본다. 그러나 지금의 국민은 남북 평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역동적 경제성장 엔진을 바라고 있다. 이 시대의 정신에 맞추려 노력해야지, 본인이 좋은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거기에 머물면 안 된다. 경제인들과의 교류 등을 통해 시대에 맞는 리더십을 키우면 언젠가는 훌륭한 일을 할 분이다. 그러나 당장 이 시대정신에 맞느냐, 국민을 맞을 준비가 돼 있느냐, 이런 부분에서는 서로가 진정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
유시민, 이해찬 등 친노 후보와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거기까지는 생각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 그동안 어떻게 하면 국민 모두의 꿈과 희망을 들어줄까에 전력투구하다 보니 기존 정치인들에게 일일이 다가갈 기회가 없었다. 그쪽과의 협력관계 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달리 참여정부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호의적 평가를 내린 적도 있는데 이른바 ‘친노표’를 의식한 발언은 아니었나.
=잘못한 부분도 많다고 지적했다. 다만 잘한 건 잘했다, 못한 것 못했다고 진실을 이야기해야지 모든 사람이 남을 때린다고 따라하는 것은 참 정치인이 할 일이 아니다.
종합해보면 연대의 형식이 됐든, 후보 단일화가 됐든, 적어도 손 전 지사만큼은 어렵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렇다. 그분이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그분이 그렇게 오래 있었고 많은 세력이 따라올 것 같았지만 별로 그렇지 않았다. 국민은 옥석을 가려서 최소한 시대정신에 맞는 사람인지를 판단한다고 본다. 그분 마음속에도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으리라 본다. 잘못된 것이라도 원칙이 있으면 일단 지켜놓고 대안을 모색하는 모습이 정치다운 정치, 21세기의 정치라고 본다. 오히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번에 ‘지도자는 부패하면 안 된다. 비리가 있는 사람을 옆에 두어서는 안 된다’, 이런 원칙을 세우지 않았나. 물론 잘못된 것은 끝까지 바로잡아야 국민의 지도자이지 그 안에만 머물고 있다면 한나라당의 지도자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지만, 어쨌든 손 전 지사에 비해 얼마나 성숙해 보이나.
국민은 미래세력 쪽에 위임할 것
한나라당은 후보가 정해졌고, 범여권이 남아 있는데 어떻게 정리되리라 보나.
=앞으로 변화무쌍한 과정이 있을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 누군가 희생하는 모습도 보이고, 입에 발린 구호가 아니라 진정성이 담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면 국민들이 믿기 시작할 텐데, 그렇게 된다면 우리 같은 미래세력과 대화가 될 수 있고 여러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문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결국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의원이 선택한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때 상황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우리는 국민의 열망, 희망을 바라보며 타협 없이 쭉 가고 있기 때문에 흔들릴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와 가치관이 같은 분들이 기존 정당에서 많이 합류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에도 국민이 원하는 것이 있고, 위임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다만 어느 쪽으로 위임할 것이냐 하면 미래세력 쪽이라는 이야기다.
천정배 전 법무장관 등과 정치적으로 연대할 가능성이 있나.
=천 전 장관과는 이미 3년 전 희망제안 운동을 할 때부터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분 말고도 훌륭한 분이 많기 때문에 가치관과 정책이 일치하는 분들과는 모두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이번 대선을 친북 좌파와 보수 우파의 싸움으로 규정했다. 어떤 입장인가.
=그분은 유신시대에서 별로 진보하지 않은 것 같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불러일으킨 것도 그런 독선적 사람들이다. 모든 것을 대치관계로 몰아가고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하는 것이 전근대적 리더들의 공통적 행태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남북 대치를 넘어 남북 평화를 성취하는 것은 물론, 북-미 수교를 통해 한반도와 러시아가 연결되는 환동해경제협력벨트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유신시대로 다시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다. 동북아 전체에 대한 식견과 통찰력이 전혀 없다.
한나라당에서는 문 후보를 겨냥해, 대통령이란 자리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문화·외교·국방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 후보는 경제 이외의 경험은 전혀 없지 않나.
=이명박 후보의 경제는 1%의 특권층만을 위한 가짜 경제다. 나는 기업 활동을 통해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고, 우리의 방식은 180개 기업으로 확산됐다. 사회적, 문화적 자본을 늘리고 환경적 가치를 높이는 과정에서 사회를 투명하게 만든 경험은 이 후보와 비교할 수 없다. 국제 분야에서도 그분은 세계경제포럼에 한 번이라도 제대로 참석해본 적이 있나. 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환동해경제협력벨트 구축을 논의했고 미 대사와 북-미 수교 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반면 이 후보는) 친북 좌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누가 외교를 제대로 하고 있고, 정치를 올바르게 하고 있는 것인가.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말하기를, 워낙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문국현 후보와 문규현 신부를 혼동하는 사람이 있다던데.
=너무 긴장해서 그런 것 같다. 긴장하지 않는다면 굳이 그런 이야기를 안 할 것 같다.
문규현 신부와 혼동? 한나라당이 긴장한 듯
가짜 경제, 진짜 경제 하지만 경제로 따진다면 이건희 삼성 회장이 대통령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이건희 회장이 하겠다면 지지할 사람이 많겠지. 다만 이 회장은 정치에 관심이 없을뿐더러 초국적 기업을 이끌고 있어 국내에만 전념하라고 하기에는 아깝다. 또 거대 기업을 이끌다 보니 좋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관습을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특히 상속과 관련해서는 의심받고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훌륭한 경제적 업적이 있더라도 그런 생각은 안 할 것으로 본다.
중간에 포기할 가능성은 없나.
=(출마선언 직전까지) ’저렇게 뜸을 오래 들이는 것보니 자신이 없는 것 아니냐’, 이런 주장을 하는 분이 있었다. 유한킴벌리에서 나와 함께 뒹굴던 만 명이 넘는 이해당사자들, 그리고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평가한 시장가치만도 30조원이 되는 킴벌리클락에 피해를 주지 않고 정리하려 했던 과정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정운찬 총장처럼 하다가 그만두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그 분은 아예 정치선언이고 뭐고 아무 것도 안 하셨던 분이고 나는 유한킴벌리 임기가 몇 년씩이나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왔다. 어떻게 도중에 그만둘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는지, 그 상상력에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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