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성에서 바이오에탄올 판매 의무화, 농가의 6%는 바이오메스 이용
▣ 난양=글·사진 이유진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 팀장
중국 허난성 난양시. 자동차 주유기에 E10이라는 표시가 눈에 띈다. 지난 2005년부터 허난성을 비롯한 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 등 모두 9개 성에서 의무적으로 휘발유 90%에 바이오에탄올 10%를 섞은 E10을 판매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농가소득도 올리고 석유수입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바이오에탄올 생산 지원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브라질,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바이오에탄올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항일전쟁 때 연구 시작한 천덕공장
바이오에탄올 생산 방법은 술을 빚는 것과 같다. 당을 함유하고 있는 작물을 효소나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로 발효시켜 에탄올을 생산한다. 고구마·옥수수·감자·보리와 같은 전분질계 작물, 사탕수수와 같은 당질계, 나무나 짚 같은 셀룰로오스계로 바이오에탄올을 만들 수 있다. 전분질계 작물은 전분을 포도당으로 전환한 뒤 효모로 발효시키는 2단계 공정을 거친다.
중국의 바이오에탄올 생산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난양에 자리잡은 천관공장은 1939년에 세워졌다. 항일전쟁 당시 자동차 연료 조달을 위해 바이오에탄올 연구를 시작했단다. 그로부터 70년 뒤 이 공장은 연간 50만t의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대단위 사업장으로 성장했다. 공장이 난양에 자리잡은 이유는 이 일대가 밀과 옥수수를 재배하는 곡창지대이자 5개 고속도로 노선이 지나고 있어 수송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고용 인원은 800여 명 정도이고, 공장 안에 원료 수송용 기차역까지 따로 두고 있다. 라오스에 60만ha에 이르는 고구마 생산기지가 있다는데, 기차로 실어온 고구마 가루가 나지막한 산을 이루고 있었다.
넓은 들판 한가운데 자리잡은 공장에선 1년에 100만t의 밀을 연료로 30만t의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한다.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술 냄새가 진동했다. 바이오에탄올 생산 과정에서 4만5천t의 글루텐, 2만t의 액화이산화탄소, 20만3천t의 밀겨, 12만t의 사료를 생산해 상품화하고 있다. 또 증류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기를 이용해 냉각기를 만들고, 이산화탄소를 회수해 탄산음료 공장에 판매한다. 밀겨에서 곡물 단백질을 뽑아내서 식품 첨가제를 만들어 수출하고, 남는 찌꺼기는 비료로 판매한다. 마지막으로 남는 폐액과 찌꺼기를 활용해 메탄을 발효시켜 전기를 생산하기까지 한단다. 천관공장 자체가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생태산업단지를 구성하고 있었다. 천관그룹 뤼쥐엔 공장장은 “주 생산품인 바이오에탄올의 경제성을 최대한 높이고 친환경 연료를 생산하는 이미지를 고려해 공장 전체에 순환경제 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천관그룹은 최근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역설적이게도 바이오에탄올 시장의 성장세가 너무 급박한 게 원인이다. 국제 원유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바이오에탄올 수요 확대를 자극하면서, 원료인 옥수수값이 지난 9개월간 30%나 올랐다. 옥수수 사료로 키운 돼지고기 가격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 치솟았다. 원자바오 총리가 직접 돼지고기 가격을 체크하기 위해 시장을 방문할 정도로 먹을거리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자 중국 정부는 올 6월부터 옥수수를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생산을 금지했다.
이미 세계적으로도 바이오에탄올 수요 증가에 따른 식량가격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 곡물 비축량이 지금처럼 낮아진 적은 없었다. 미국에서 에탄올의 주원료인 옥수수는 최근 지난 10년간 최고가격인 1부셸(1부셸은 약 27kg)당 3.55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세계식량계획(WFP) 등이 “바이오에탄올 연료 확대로 인해 아프리카에 원조하는 식량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자동차용 연료로 인해 대대적인 식량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식량가격 상승, 예상치 못한 역효과
일단 중국 정부의 원칙은 식량이 먼저다. 1950년대 대기근으로 3천만 명이 사망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터라 중국 당국으로선 먹고사는 문제가 훨씬 중요한 의제다. 다만 중국이 바이오에탄올을 수입하게 되면 그때는 문제의 양상이 달라질 게다.
바이오에탄올 생산과 별도로 중국 정부는 농촌의 부족한 에너지를 메우기 위해 또 다른 바이오에너지 활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로 바이오메스다. 농촌에서 사육하는 돼지우리 분뇨탱크에서 바이오가스를 모아 탱크에 저장했다가, 파이프를 통해 부엌에 연결해 조리용이나 온수용 열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1개당 10㎡의 바이오가스 저장탱크에서 연간 400㎥의 가스가 생산된다. 이 정도면 3~5명 가구가 10개월 동안 음식을 조리하고, 조명과 온수에도 활용할 수 있는 양이다. 1가구당 1년에 석탄 1.5t가량의 에너지를 절약하게 되는 셈이다.
이미 중국 전체 농가의 6%가량이 바이오가스 에너지를 활용하고 있다. 윈난성에만 가축 분뇨를 발효시켜 바이오가스로 활용하는 농가가 150만 가구에 이른단다. 또 티베트와 내몽골에서도 빠른 속도로 바이오가스 시설이 보급되고 있다. 무엇보다 땔감 대신 바이오가스를 이용하면서 산림을 보호하고, 농민들이 땔감을 마련하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이는 이중 효과를 보고 있다. 농촌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바이오에너지 열풍은 머지않아 대륙 전역으로 확산될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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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성 과학연구원 에너지연구소는 재생 가능 에너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주로 기업과 연계해, 연구 결과를 기업이 상품화하고 제조·판매까지하는 연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농촌이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 부족 문제를 풀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를 하되, 결과물을 단기간에 현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체계다. 이 연구소의 바이오가스화 기술 중점 장샤오둥 박사에게 바이오에너지 기술의 현황과 전망을 물었다.
볏짚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들었다.
=중국에선 매년 7억t에 이르는 볏짚이 나온다. 산둥성에서만 한 해 6천만t의 볏짚이 생산된다. 주로 태워서 처리하는 폐기물 취급을 받았던 볏짚에서 가스를 생산해 각 가정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산둥성 내 300~400가구에 설비가 시범 보급돼 있다. 더 앞선 기술로는 볏짚을 이용해 200kw급 발전시설을 돌리는 것도 있다. 또 볏짚에서 바이오에탄올을 얻는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시범 플랜트를 운영 중이다.
연구소와 직영회사의 협력관계를 설명해달라.
=연구소는 농촌에서 필요한 재생 가능 에너지 생산기술을 연구하고, 기업은 그 기술을 상용화해 보급하는 구실을 한다. 우리 연구소에는 태양열 사업을 하는 쌍러 회사, 열이용과 에너지 효율 분야를 담당하는 천력 건조회사, 농촌 에너지 기술 분야 천덕 회사가 있다. 재생가능에너지법 제정 이전에는 재생 가능 에너지 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 근거를 찾기가 어려웠다. 법 제정 이후 연구비 지원 체계가 잡혔고, 기업이 상용화할 의지가 있으면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체계도 갖춰졌다.
볏짚 가스 발전 전기의 용도는?
=거의 국가 전력망과 연결돼 있다. 지방정부나 중앙정부는 볏짚 가스 발전을 장려하고 있지만, 생산한 전기는 반드시 지방 전력회사와 합의해서 판매한다. 전력회사 처지에선 생산한 전력량이 적어 한국 상황과 마찬가지로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앞으로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중국이 에너지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중국 에너지 위기론은 과장된 것이다. 중국이 에너지 소비대국이긴 하지만 에너지 생산국이기도 하다. 재생 가능 에너지의 생산을 통해 에너지 수요의 일부를 해결하고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가 중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데 큰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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