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남북분단 이데올로기보다 더한 병역제도 후속조치 문제의식, 왜 인권·평화 관점에서 논의하지 않나</font>
▣최정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지난 7월10일 병무청은 ‘2년 빨리, 5년 더 일하는 사회 만들기 전략’의 하나로 추진해온 사회복무제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월5일 발표한 병역제도 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다. 내용은 이렇다. 현행 군 복무 면제자 중에서 사회활동이 가능한 사람에게는 사회복무 의무를 부과하고, 전·의경과 산업기능요원 등 현행 대체복무는 폐지한다. 새로 시행될 사회복무는 주로 사회서비스 분야에 집중 투입된다. 복무 기간은 22개월인데, 오는 2008년부터 도입돼 2012년 전면 시행된다는 것이다.
병역제도 개선 방안이 ‘평화’나 ‘군축’, 혹은 ‘인권’의 문제로 논의되지 못하고 ‘국가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의 문제로 논의되는 것이 참으로 씁쓸하다. 사회복무제도는 역사적으로 평화주의적·종교적 신념 때문에 군 입영을 거부하는 병역거부자들에게 군 복무 대신에 부과하는 사회 근무로 태동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도입되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회적 발전이 아니겠냐. 평화나 군축, 인권의 문제는 앞으로 차차 논의될 수 있을 거다’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도입되기만 한다면….
시급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방안을…
결국 또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했던 셈이 됐다. 국방부나 병무청에서는 그간 감옥에 갇힌 1만3천여 병역거부자들의 무게가 전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나 보다. 기왕 복역을 마친 사람들은 그렇다 치자. 병역제도를 개선한다면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그렇다면 현재 감옥에 갇혀 있는 900여 명의 청년들과 앞으로 감옥행 티켓을 예정해둔 사람들이 매년 700여 명에 달한다는 것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을까?
‘남북 분단’이란 이데올로기보다 한 수 위로 작용하고 있는 국가자원 활용의 ‘효율성’이란 문제만 봐도 그렇다. 사회 전체적인 효율성 면에서 따진다면 인적 자원으로 충분히 써먹을 수 있는 병역거부자들을 매년 700여 명이나 1년6개월씩 감옥에 가둬놓고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 효율적인가? 혹 아직도 병역거부자들을 처벌하는 것을 통해 ‘빈민개병제’라 불리는 현행 징병제를 마치 평등한 제도인 양 포장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겐가? 이미 그 약발은 떨어진 지 오래라는 것을 아직들 모르시나? 효율성을 강조한다면서 병역거부 문제는 쏙 빼먹고 애꿎은 여성은 거기 왜 포함시켰는지….
2008년부터 단계적으로 사회복무제가 시행되면, 그동안 군 면제를 받아온 병역거부자들도 겨우 2주의 기초 군사훈련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혀야만 하는 꼴이 된다. 이번에 발표된 사회복무제도는 주요 업무가 장애인, 노인 수발 등 난이도 높은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왜 2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이 전제돼야 하는지 까닭을 알 수 없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분단국인 대만은 애초 기초 군사훈련을 포함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했다가, 실질적으로 대체복무를 수행하는 데 군사훈련이 하등 쓸모가 없다고 판단돼 집총훈련 대신 기초 체력훈련으로 바꿨다. 우리 사회가 유독 그렇게 기초 군사훈련에 목을 매는 이유는 무언가? 2주 군사훈련을 하는 대신, 100시간 예비군 훈련을 받는 대신, 사회복무 기간의 1.5배를 복무하겠다는 상식적인 수준의 주장은 ‘비이성적’이라고 내동댕이쳐진다. 단 1초라도 총을 들지 않는 꼴은 눈 뜨고 못 봐주겠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초 군사훈련에 목을 매는 이유는
다른 문제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앞으로 닥칠 대선 정국에 이 문제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2008년이 다가오게 될까 무섭고 두렵다. 사회 시스템은 바뀌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이번 기회를 넘기면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날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드나들어야 할지 알 수 없다. 다행히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고, 이후 더 논의를 하겠단다. 꼭 이렇게 많은 젊은이를 감옥에 보내야만 하는지를 먼저 질문해놓고 논의를 풀어가길 바란다. 이는 정부안을 심의하게 될 국회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대한민국, 지금까지 너무했다. 앞으로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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