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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소송 계속하면 실익 있나

등록 2007-07-20 00:00 수정 2020-05-03 04:25

<font color="darkblue">김재정씨 검찰 출두 이후 전망… ‘자료 유출’ 수사 결과에 따라 역공할 수도</font>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한나라당 경선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처남 김재정씨가 7월13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 앞서 기자들에게 “내가 수십 년간 일해서 번 내 재산을 정치인들이 이명박씨 것이라고들 하니 답답해 해명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결백하거나, 얻는 이득 있거나

김씨는 이 전 시장의 ‘재산 관리인’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김씨 명의로 거래한 각종 부동산의 실제 소유주가 이 전 시장 아니냐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서울 강남의 도곡동 땅은 1993년부터 명의신탁 의혹이 제기돼왔다. 김씨는 이 김씨가 1982년부터 95년까지 전국 47곳의 땅 224만㎡를 샀으며 그가 대주주로 있는 (주)다스의 자회사 홍은프레닝이 서울 천호동 뉴타운 개발정보를 미리 입수해 특혜를 본 의혹이 있다고 보도하고 박근혜 경선 후보 쪽이 이를 근거로 공격하자, 7월4일 과 박근혜 캠프 사람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씨의 검찰 출두에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쏠린 이유는 출두 직전까지도 고소를 취하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재섭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당 경선에 왜 호랑이(검찰)를 불러들이느냐”고 고소 취소를 이명박 캠프 쪽에 종용하자 이명박 캠프는 내부 논란 끝에 7월11일 김씨에게 고소 취소를 권유하기로 결정했다. 당시만 해도 그냥 취소하면 되지 무슨 ‘권유’라는 모양새를 취하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김씨의 고소 취소를 당연한 수순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했다. 그런데 김씨가 “사과 없이는 취소 없다”고 버티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때부터 관심은 ‘김씨가 정말 검찰에 출두할까’로 옮겨갔고, 김씨가 출두한 시점 이후에는 역설적이게도 ‘어느 시점에 접을까’를 놓고 의견이 분분해졌다.

김재정씨의 고소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선 두 가지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 김재정씨는 이명박 후보와의 관계에서 독립인자인가 아니면 종속변수인가. 즉 김씨가 모든 문제를 혼자 판단하고 움직이는지, 아니면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자형(이명박 후보) 쪽과의 교감 속에서 결정하는지가 중요하다. 이명박 캠프는 김씨의 고소 취소 문제를 놓고 시끌벅적했지만 정작 이 후보 자신은 거리를 둬왔다. 김씨의 고소 사실도 언론을 통해서 알았고 취소 여부를 놓고 김씨와 의견을 나눈 적도 없다는 게 이 후보의 공식 입장이다. 김씨의 재산이고 김씨의 명예가 훼손됐으니 김씨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는 태도다. 이명박 캠프는 고소 취소를 권유하고 김씨가 이를 거부하는 것도 김씨의 독립성을 보여주는 징표일 수 있다. 하지만 김재정씨는 자신의 명예가 자형의 ‘큰 꿈’보다 소중하다고 여길까. 고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이 후보의 대선가도에 큰 걸림돌이 되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을까. 상식선에서 김씨가 독립인자라는 주장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세 가지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에도 아무 거리낌이 없을 정도로 김씨가 결백하거나, 혹은 김씨 재산이 이명박 후보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입증하기 힘들 것이라고 보거나, 아니면 당분간은 고소를 유지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실익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일 수 있다. 앞의 두 가지라면 더 따질 이유가 없다. 김씨의 고소는 한나라당의 경선이나 올 연말 대선 등 정치 일정과는 관계없이 끝까지 갈 것이고 몇 년 뒤에 결판이 날 것이다. 마지막 가능성은 이명박 캠프 일각의 ‘고소 취소 신중론’과 같은 맥락이다.

‘밀리는 모양새’로 그만두기는 힘들어

신중론은 김씨가 홧김에 고소를 했건 아니면 이명박 캠프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고소를 했건 취소를 해도 실익이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마당에 취소를 한다고 해도 일거에 수사를 중단한다는 보장이 없고, 의혹만 더욱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7월10~11일 전국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3.7%)를 보면 그런 우려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5.6%)이 ‘최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도덕성에 대해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에 가깝다고 본다’고 답했다. ‘거짓 주장에 가깝다고 본다’는 응답은 28.8%였다. 이런 응답 비율은 한나라당 지지층이나 이명박 후보 지지층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부동산 투기 등 여러 의혹들에 대해 이 후보가 해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73.1%)이 ‘이 후보에 대한 정치공작 음모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22.2%)는 의견보다 월등히 많았고,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가 69.6%로 ‘검찰 수사가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중단해야 한다’는 25.4%를 크게 앞질렀다.

이명박 캠프도 중요한 결정에 앞서 여론을 청취할 텐데 이와 유사한 결과를 보고 ‘밀리는 모양새’로 고소를 취소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김씨의 고소 취소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이 후보 자신은 각종 의혹에 자세한 해명보다는 문제될 것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마당에 고소를 취소할 경우 수습하기 힘든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이 캠프의 ‘정면 돌파’는 눈앞의 실익도 있다. 검찰 수사는 크게 두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재정씨 명의 재산의 실소유주를 밝히기 위한 수사와 이명박 후보의 민감한 개인 정보가 유출된 데에 불법성이 없었는지를 가리는 수사다. 두 방향의 수사 결과에는 시차가 있을 수 있다. 전자는 ‘도곡동 땅’의 경우 1985년의 거래이고 관련자들이 많다. 후자는 비교적 최근이고 ‘전자 정보’에 접근한 흔적들이 남는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자마자 국가정보원 직원이 김재정씨의 부동산 자료를 열람하고 행정자치부 전산망을 통해 이 후보 관련 정보에 접근한 결과들이 나왔다. 이명박 캠프 쪽에서 보면 후자는 금방 손에 떨어지는 ‘현금’인 반면 전자는 시간이 지나야 돌아오는 ‘어음’이다. 김재정씨 관련 수사가 위험수위에 달하면 ‘자료 유출’ 수사 결과를 토대로 ‘정권 차원의 이명박 죽이기’라고 엎어칠 수도 있다.

이 후보 쪽, 국정원 의혹 제기

이명박 후보 쪽 박형준 대변인은 7월13일 “2005년 3월 국정원이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을 음해하기 위한 ‘이명박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활동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이 조직은 박아무개씨를 팀장으로 국정원 국내 담당 부서 요원 4~5명으로 구성됐고, 이 후보 관련 부동산 자료를 열람한 직원도 이 팀 소속이었다”고 주장했다. 모든 의혹과 검증이, 심지어 검찰 수사 결과마저도 ‘정권의 음모’에 묻힐 수 있다. 진실은 언제나 중요한 선택이 끝난 이후에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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