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예약할 용기는 못내고 소심한 눈요기로 끝내는 여행사·항공권 사이트 여행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땐?”
1990년대 클론은 “산으로 올라가 소릴 한번 질러봐… 쿵타리 샤바라 빠빠빠빠~”라고 노래했다. 2000년대 바람난 ‘직딩’은 이렇게 외친다. “여행사 사이트 들어가 클릭 한번 질러봐.” 타이베이, 시드니, 요하네스버그, 비록 몸은 회사에 묶여 있어도 마음은 그곳에 보낸다. ‘뱅기값’을 검색하면서. 물론 검색만 하니까 이것은 무전여행. 심지어 그곳을 향하는 마음을 어쩌지 못해서 덜컥 예약까지 해버리는 선수도 있다.
‘반짝 반값 항공권’의 유혹이란
손가락 하나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그리움을 달래는 ‘클릭여행’은 나만의 방법은 아니었던 것이다. 강호를 헤매다 고수를 만났다. 클릭의 신공을 확인하는 선문답. 먼저 할! “할인 항공권을 찾는 방법은?” “일단 항공권 비교 사이트에 들어간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지.” “그렇지. X라인 투어가 싸니까.” 헐! 호시탐탐 회사일을 ‘생까면서’ 터득한 비법은 나만의 신공이 아니었던 것이다. “저렴한 미국행은?” “대부분 에바항공이지. 비수기엔 50만원대.” “시드니는?” “케세이가 축복이지. 40만원대도 나오지.” “홍콩은?” “청주공항 출발을 타면 10만원은 남지.” 그것은 정녕 클릭여행의 ‘메리대구 공방전’이었던 것이다.
결국 대구는 메리의 필살기에 쓰러졌다. “저는 예약도 한답니다.” 차마 예약할 용기는 못 내고 눈요기로 끝냈던 소심한 가슴에 비수는 꽂혔다. 그의 처연한 사연. 토요일 한 잔을 걸치고 집에 가면 혼자만의 3차를 시작한다. 컴퓨터를 켜고 여행사 사이트에 들어가 알뜰항공권을 체크하고, 항공권 공구를 살핀다. 어제까지 20만원이었던 항공료가 18만원으로 떨어졌을 때의 쾌감이란, 이해한다. 발품 못지않게 시간이 드는 손가락 품을 팔아서 발견한 ‘반짝 반값 항공권’의 유혹이란, 느껴진다. 내일이면 떠나리, 정녕 장난이 아니라, 그 순간만은 진심으로, 항공권을 예약하는 그의 모습이 심금이 울렸다. 그리고 묻지 않았다. 날이 새면 닥쳐올 곤란을. “결제하라는 전화가 오면 일단은 미루죠.” 흔히 친구 핑계를 댄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독촉 전화, 울리도록 내버려둔다. 그러다 결제 시한이 넘으면 그들이 알아서 취소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장도는 끝난다. 사이버 장도가 끝나도 그리움이 사무친다면? “언젠가 나도 모르게 공항버스에 앉아 있더라고.” 이토록 눈물 젖은 공항을 나는 알지 못한다.
가이드북까지 펼쳐들고, 언젠간 가리라
어머나, 나도 모르게 주경야독을 하고 있었다. 낮에는 인터넷으로 구경하고, 밤에는 가이드북으로 공부한다, 클릭여행은 불철주야 이어진다. 언젠가 가리라, 반드시 가리라. 어제도 대만 가이드북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내일은 홍콩 가야지.
● 유레카! 짜릿한 정보의 발견
‘태사랑’코쿤캅~. ‘포에버 홍콩’멋진 후기. ‘투어캐빈’저렴하네
메리에게 무릎을 꿇었을지라도, 대구에게도 환희의 순간이 적잖다. 남들은 150만원도 넘게 주고 간다는 요하네스버그행 비행기표가 64만4천원인 것을 발견하면 유레카! 그것도 준수한 타이항공이라니, 세상의 모든 시간 남는 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비록 ‘오리엔트 타이항공’이지만 방콕행 9만9천원짜리를 발견했을 때, 박진영이 비를 발굴했을 때만큼 짜릿했다. 택스를 더해도 20만원.
이렇게 요긴한 항공권 정보를 알려준 타이여행 커뮤니티 ‘태사랑’(thailove.net)에 “코쿤캅~”. 네이버 카페 ‘포에버 홍콩’에 들어가 남들이 올린 여행 후기만 읽어도 홍콩 가는 기분. 이렇게 어딘가 여행을 하려고 작심을 했다면, 그 나라의 정보가 집결한 사이트를 먼저 확인할 것. 그리고 나의 사이버 항로는 항공권 비교 사이트 투어캐빈(tourcabin.com)으로 통한다. 일단 들어가 저렴한 항공권을 알아본다. 혹시나 국적기를 이용하고 싶다면? 대한항공, 아시아나 홈페이지에 들어가 할인항공권 메뉴를 확인한다. 내일모레 떠날 시간이 난다면, 최저가 항공권 가격에 그 ‘비싸다는’국적기를 탈 행운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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