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본 후쿠오카 오가는 대형 여객선 뉴카멜리아호의 ‘사우나 풍류’
▣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우나 풍류’도 이 정도면 상팔자다. 한국, 일본 땅 사이 대한해협, 현해탄 바다 위를 떠가는 배 안에서 사우나 파노라마를 즐긴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다섯 평짜리 욕탕 속에 앉는다. 뿌연 증기 너머 큰 유리창으로 부산항과 영도, 오륙도, 해운대, 광안리, 쓰시마, 규슈의 산야, 후쿠오카 타워, 후쿠오카 돔 같은 명소들이 차례차례 눈으로 들어온다. 눈에 제일 많이 남는 건 시커먼 밤바다와 검푸른 낮바다다. 푸근한 부산의 산세와 장대하고 끈질긴 규슈의 산세도 강렬하다. 몽롱한 기분, 나른한 몸, 고단했던 눈도 휙휙 바뀌는 풍경에 즐겁다. 배도 출렁출렁, 욕탕 위의 물도 출렁출렁. 규슈로 직행하는 바닷길은 어울렁더울렁 즐겁다.
선실에 짐 풀자마자 목욕탕으로
부산항과 일본 후쿠오카를 오가는 대형 여객선 뉴카멜리아호를 타고 가는 여정은 이른바 ‘사우나 풍류’로 소문났다. 선상 데크 3층에 오르자마자 2등 혹은 1등 선실에 짐 풀고 공짜인 대욕탕의 욕조 속으로 부리나케 달려간다. 깨끗하면서 훈훈한 온수가 가득한 욕조 속에 들어앉아 대한해협과 현해탄을 지나가는 재미를 눈과 몸으로 누린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배에 오르는 8시께부터 목욕탕에 들어가면 우선 구름 덮인 봉래산 아래 고층 아파트와 대형 조선소가 가로놓인 영도의 초현실적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출항은 밤 10시30분. 후쿠오카항을 바라보며 도착하는 다음날 새벽까지 어느 때고 선내 목욕을 할 수 있다. 부우웅∼ 하고 뱃고동이 울리고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욕탕 바로 옆 큰 유리창 너머로 중계방송하듯 부산항의 야경과 원경이 스쳐 지나듯 사라진다.
뉴카멜리아호는 저렴한 교통수단(제일 싼 2등실 왕복 비용이 16만원에 불과하다)을 넘어 선상 크루즈의 요소를 두루 갖췄다. 목욕 때문에 배에 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뉴카멜리아의 욕탕 투어는 인기다. 일본 여행 마니아들 사이에서 콕 찍어둔 ‘필’ 받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이 목욕탕 여정의 또 다른 별미는 떠나는 배 위에서 색다른 구도로 만나는 항도 부산의 맨얼굴 같은 야경이다. 처음에는 영도와 부산 남항, 북항, 용두산의 모습을 정반대 바다에서 볼 수 있고 배가 점차 멀어지면 산으로 둘러싸인 부산의 지형이 그 아래 아련한 도시의 조명, 색점 뭉치들과 어울려 들어온다. 부산을 먹여살리는 컨테이너 집적장과 항구를 마치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고, 이윽고 오밤중 시커먼 덩어리처럼 지나가는 오륙도, 좀더 부산항을 벗어나면 이윽고 부산 크루즈의 절정인 현수교 광안대교의 현란한 발광 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해운대에서부터 영도, 태종대까지 완만한 산세 아래 가냘프게 빛나는 색점의 밭으로 깔린 부산의 야경은 우아하면서도 애잔하다. 한잠 자고 도착할 즈음 규슈의 산에서 떠오르는 누런 해돋이, 부산으로 돌아가는 여정에서 만날 수 있는 검푸른 하늘과 푸른 하늘의 끝없는 만남. 부산에 거의 다 도착할 즈음 펼쳐지는 부산 영도 능선 너머로 보이는 노란 노을과 해넘이, 어느 것 하나 진한 추억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들이 없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욕탕 유리창으로 감상할 수 있고, 아쉬우면 배 위 쪽 마스트 전망대에서도 볼 수 있다.
체험자들, 단연 ‘뉴카멜리아’ 추천
선상 숙박하며 목욕탕을 즐기는 체험은 부산∼시모노세키항을 운항하는 부관 페리, 오사카와 부산을 약 18시간 만에 연결하는 팬스타호에서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청결한 시설, 전망휴게실, 식당 등 편의시설의 다양성과 각종 객실의 안락성 면에서 단연 뉴카멜리아를 추천하는 이들이 많다. 부관 페리는 카멜리아와 다소 비슷한 풍경이며, 팬스타는 욕탕 속에서 일본 세토나이카이 내해와 본토, 섬들을 잇는 현수교 다리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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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철 배표가 남아있으려나…
성수기엔 배표 예약도 쉽지 않으니 여행사 이용도 고려하길
7, 8월은 여름 성수기여서 배표를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자리가 꽉 찬 날이 많은 탓인데, 상당수 좌석이 여름철 대목인 여행사들의 여행 상품용으로 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운찮지만 여행사 쪽에 연락해 배 타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낫다. 매일 출항하는데, 부산은 선상 숙박하는 카멜리아호를 이용한 일본 규슈의 크루즈, 온천 상품 등이 2박3일, 3박4일, 4박5일 일정으로 나와 있다. 여행박사, 조이로드 같은 여행사 프로그램을 인터넷 서핑할 수 있으나 고려훼리 홈페이지에 있는 추천여행 코스를 참고해도 된다. 대학생까지 학생할인 가능(휴학생 제외). 02-775-2323(서울사무소), 051-466-7799(부산 사무소).
카멜리아호
매일 부산, 하카다 출항, 단 매월 셋쨋주 토요일 부산 출항과 일요일 하카다 출항은 없음.
부관훼리
매일 아침 저녁으로 부산, 시모노세키 출항. 02-738-0055, 051-464-2700
팬스타 훼리
매일 오후 4시 부산, 오사카 출항. 02-775-6811, 051-462-5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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