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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간첩’진실은‘따오기’

등록 2007-04-20 00:00 수정 2020-05-03 04:24

국회에서 신현덕-백성학 간첩 공방,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네”

▣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알쏭달쏭….”

정청래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문광위) 위원은 자신이 없어 보였다. 국회가 지난 4월6일 ‘국정감사 증인 백성학, 신현덕에 대한 고발의 건’을 의결했으나, 누구도 ‘실체적 진실’에 대한 의문을 풀진 못했다. 정 의원은 “손에 잡히는 것이 없는 사건”이라며 “보일듯 말듯 안갯속에서 각자 논쟁하다가, 심정적 추론만 남았다”고 말했다.

백 회장도 신 전 사장도 거짓말

국회에서 불거진 이번 사건은 일단 국회 차원에선 매듭지어졌다. 국회는 의결에 따라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경인TV 대주주)과 신현덕 전 경인TV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대검찰청에서 문광위에 보낸 ‘2006년도 국정감사 증인에 대한 수사의뢰 사건’의 수사 결과는 이렇다. 크게 4가지다.

① 백성학이 신현덕에게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은 사실로 인정됨.

② 백성학이 신현덕에게 ‘(국내) 정세 분석 자료를 영어로 번역하여 미국으로 보낸다’는 말을 한 것은 사실로 인정됨. 다만, 백성학이 문건을 해외에 보낸 점을 인정할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음.

③ 백성학이 정보팀을 운영한 점을 인정할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음. 다만, 백성학이 정보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신현덕의 증언도 제반 정황에 비추어 허위 증언이라고 보기 어려움.

④ 백성학이 사실 폭로시 국내외에서 3대, 4대까지 보복을 받을 것이라고 위협을 가했다는 점은 인정되지 않음.

백 회장이 지난해 국회에서 ①, ②와 관련해 신 전 사장에게 그런 ‘지시’나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증언한 것은,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다. 반면 신 전 사장은 ④와 관련해, 백 전 사장으로부터 그런 ‘위협’을 받았다는 거짓 증언을 한 게 드러났다. ③은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는 애매한 모양새로 결론났다. 어쨌든 두 사람 모두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백성학씨가 미국에 국가 정보를 흘렸다’는 의혹 사건과 관련해 거짓으로 증언한 셈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위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해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난 것은 아니다. 말들을 뒷받침하거나 부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검찰 수사 결과의 핵심이자 한계다.

당사자들은 수사 결과를 다르게 해석했다. 노중일 경인TV 기자는 “진실 규명의 8~9할은 끝났다”며 “이제껏 CBS가 백성학 회장을 간첩으로 전제하고 쓴 기사를 사실이라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박호진 CBS 기획홍보부장은 “진실 다툼은 끝난 게 아니다”며 “누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말을 듣고 녹음까지 해서 검찰에 신고했는데, 신고자한테 증거까지 제시하라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경인TV 개국, 결과에 따라 조건부 허가

국회의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기존에 수사 중인 두 당사자 간 명예훼손 및 무고 고소 사건과 병합해 처리할 계획이다. 이어 기소가 되면 진실 공방은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이와 별도로 연기를 거듭하던 경인TV의 개국 문제는 방송위의 ‘조건부’ 허가 추천으로 오는 11월 개국할 수 있게 됐다. ‘조건’은 백 회장을 둘러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경인TV의 1대 주주인 영안모자가 주식을 처분한다는 것이다. 진실 공방은 진행형이며, 경인 TV의 운명과 개국 일정에도 불씨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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