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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이사들이 돈도 벌어줄까

등록 2007-03-16 00:00 수정 2020-05-03 04:24

스타 군단을 거느렸지만 연이은 적자에 자회사도 코스닥 퇴출 위기…길어야 2년 소속돼 있을 연예인들은 단기 주주로서 ‘먹튀’할 가능성도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신동엽·유재석씨 등이 소속된 DY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데 이어 전 문화방송 아나운서 김성주씨까지 영입한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은 이제 다른 연예 매니지먼트사들에 비해 특별한 경쟁우위를 갖게 됐을까? 스타 MC군단을 거느린 팬텀그룹의 주가는 최근 급등락하면서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비정상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팬텀의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판단은 오락가락하고 있다.

재무제표 보면 대부분 영업적자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2005년에 주식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당시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이 대거 보급되면서 온라인 음원시장이 커진다는 기대감이 부풀었고, 또 SK텔레콤이 대형 매니지먼트사인 IHQ를 인수하면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장래 수익성에 대한 장미빛 전망과 인수·합병(M&A) 바람이 크게 부각됐다. 그러나 그 뒤 기대와 달리 국내 연예오락물 시장 규모는 별로 성장하지 못했고, 매니지먼트사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시장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 시장의 크기가 절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팬텀그룹의 잇따른 인수·합병과 스타 MC 끌어모으기는 시장 지배력을 키워 매니지먼트 기업이 방송사보다 우위에 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으로 볼 수 있다. 과연 팬텀은 막강한 스타 군단이라는 인적 네트워크를 배경으로 연예오락 시장을 좌지우지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을까?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개별 스타 연예인한테 수익이 집중되는 비용 구조를 갖고 있다. 시청률이 50%에 육박해도 적자를 내는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다. 사실 스타 연예인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거나 스타 연예인 자신이 지분 투자를 했다는 이유로 각광을 받았던 매니지먼트 기업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팬텀엔터테인먼트는 수년째 해마다 수십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팬텀그룹의 자회사인 도너츠미디어(옛 팝콘필름·코스닥 등록기업)의 경우 최근 DY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는데, 이런 우회상장을 통해 신동엽·유재석씨 등 DY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은 주식을 팔아 큰 차익을 남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도너츠미디어는 2년 연속 자본잠식으로 관리종목에 편입돼 퇴출 위기에 몰려 있다. DY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짧은 오락물 공급에 주력할 듯

물론 이 연예인들이 주식 보유에 따른 자본이득을 실현하려면 도너츠미디어가 코스닥에서 퇴출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강호동·윤종신씨 등 팬텀그룹 소속 연예인들이 3월 말 도너츠미디어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 스타 연예인들은 연예계에서의 유명세를 최대한 활용해 적극적인 ‘연예인 주주’ 또는 ‘연예인 사업가’로 나서고 있다. 매니지먼트 기업의 실적은 매우 나쁜데도 단순히 스타 연예인들이 주주로 참여했다는 이유로 주가가 급등하면 ‘먹고 튀어버리는’ 연예인들도 간혹 있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유명 연예인을 영입했다는 사실만으로 매니지먼트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며 “스타 연예인들도 방송사 소속 월급쟁이에서 나와 자기 사업을 하겠다는 것인데, 스타 연예인들을 끌어오기 위해 매니지먼트사들도 주식 지분을 유인책으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팬텀이 스타 연예인들과 맺은 전속 계약은 대부분 1년이고 길어야 2년이기 때문에 소속 스타 연예인들이 팬텀의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려고 노력할 유인은 낮은 편이다. 바꿔 말해 단기 주주로서 먹튀할 가능성이 그만큼 큰 것이다.

팬텀그룹은 왜 스타 연예인 중에서도 ‘MC’들을 대거 끌어모으고 있는 걸까? 업계 쪽 관계자는 “DMB, IPTV, 유료 VOD 서비스 등 영상 콘텐츠 시장이 확산되고 있는데 1, 2시간짜리 장편 드라마 콘텐츠는 소비자들한테 잘 안 통하고, 대신 20, 30분짜리 짧은 오락물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하다”며 “팬텀은 배우·가수보다는 스타 MC를 활용해 짧은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공급하는 쪽으로 라인업을 재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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