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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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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도 하나님께 바치려는가

등록 2007-01-26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 별양동 ㅇ교회 짓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사고있는 과천시…신축 관련 소송서 패하고도 지구단위계획 명분으로 관련 규정 바꿔 진행</font>

▣ 과천=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경기 과천시 별양동에 사는 신은숙(51)씨는 과천을 “하나님의 땅”이라고 불렀다. 과천의 총인구는 2005년 현재 5만6587명이고, 기독교 인구는 그 가운데 30%인 1만6934명(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기준)이다. 이에 견줘 불교 인구는 그 절반 수준인 8308명이다. 전국적으론 불교 인구가 1070만 명으로 기독교 인구(861만명)보다 200만 명 이상 많은데, 과천에선 역전 현상이 두드러지는 셈이다.

과천에서 시와 교회를 둘러싸고 주민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별양동에 사는 이재옥(50)씨는 “과천시가 교회 증축과 신축이 가능하도록 여러 편법을 써 애꿎은 주민들이 큰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2002년 대법원 “교회 신축 불가”

무슨 사연일까. 이씨는 “별양동에 ㅇ교회가 들어서면서 고통이 시작됐다”고 성토했다. 출석 교인 수가 700명쯤 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ㅇ교회는 과천에서 두 번째로 큰 교회다. 교회가 과천시 별양동에서 문을 연 것은 1984년 1월7일이다. 별양동 주택의 한 지하실에서였다. 주택가의 작은 개척 교회는 과천시의 인구 증가와 더불어 어엿한 중견 교회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교인 수가 늘어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곳 주민들은 “교인들의 차가 비좁은 골목을 메워 주차와 소음 문제 때문에 교회와 갈등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그것뿐이라면, 큰 문제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교인이 늘면서 ㅇ교회도 한국 교회의 최대 숙원사업인 ‘교회 신축’을 준비하게 된다. 주민들은 “과천시가 관련 규정을 교묘히 비껴가며 교회 신축 과정에서 여러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ㅇ교회 새 성전이 신축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의 작동을 확인할 수 있다.

새 교회 건물이 신축되기 전까지 ㅇ교회가 자리했던 곳은 과천시 별양동 18-16번지다. ㅇ교회는 교회 주변 터를 매입해 옛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ㅇ교회 터 주변이 애초 종교시설을 지을 수 없는 일반주거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교회는 예배당 신축을 위한 첫 걸음으로 1996년 교회 터와 맞붙은 부지(18-15번지)를 사들였다. 당시 별양동 주민이었던 이경수(53)씨는 “18-15번지에는 종교시설이 들어서면 안 되기 때문에 건축 허가를 해주면 안 된다”고 항의했지만, 과천시는 “(교회가 아닌) 주택지로 쓸 것”이라며 허가를 해줬다. 그러나 18-15번지에 지어진 건물은 교회 연수관으로 쓰였고 이씨는 ㅇ교회를 건축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소했다. 항소와 상고를 거듭하는 긴 싸움 끝에 2002년 3월29일 대법원은 “도시계획상 용도가 단독주택으로 지정된 터를 종교집회장으로 용도 변경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 터에 교회를 지으면 불법이라는 얘기다. 주민들은 교회 신축은 물 건너간 것으로 판단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교회를 신축할 수 있는 길은 사라졌다. 그러나 역전의 기회는 남아 있었다. 교회 터 주변에 종교시설을 짓지 못하도록 못박은 관련 규정을 바꾸면 될 일이었다. 과천시는 2000년 7월 도시계획법 개정 때 새로 도입된 제도인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면서 종교집회장이 들어설 수 없는 별양동 ㅇ교회 터 주변에 종교집회장을 만들 수 있도록 단서 규정을 삽입했다. 과천시가 종교집회장 신축을 허용한 터는 별양동에서 ㅇ교회가 자리한 18-10번지 등 4개 지번뿐이다. 과천시는 왜 그 지역만 ‘콕 집어’ 교회 신축이 가능하도록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한 것일까. 주민들은 “과천시가 ㅇ교회 신축을 배려한 것이라고밖에는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ㅇ교회 장로는 선거운동 의혹

과천시가 지구단위계획을 만들기 시작한 2000년 무렵의 과천시장은 이성환씨였다. 그는 ㅇ교회의 신자다. 현 여인국 과천시장도 과천교회를 다니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김영태 ㅇ교회 장로는 이성환 전 시장과 여인국 현 시장 재임 기간을 거치면서 과천시 체육회 부회장과 과천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별양동 주민들은 “김영태 장로가 여인국 시장의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김 장로와 여 시장 쪽에서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보이지 않은 손의 힘은 그 뒤로도 계속됐다. 교회를 신축하려면 터가 있어야 한다. 애초 ㅇ교회가 지어진 터는 새 성전을 신축하기에 턱없이 좁았다. ㅇ교회는 주변 부지들을 사들여 여러 필지를 하나의 필지로 만드는 ‘합필’에 나선다. 이 과정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과천시의 지구단위계획을 보면, 합필은 인접한 두 필지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ㅇ교회의 경우 별양동 18-16번지와 18-15번지를 먼저 합병한 뒤 18-17번지를 추가로 합필해 3필을 2002년 5월에 합병했다. ‘1+1’만 가능한 규정을 비껴가기 위해 ‘1+1’을 합쳐 1로 만들어놓고 다시 ‘1+1’을 한 셈이다.

그 뒤 2003년에는 다시 18-17번지를 분할해 주차장으로 건축 허가를 내더니, 2006년에는 설계를 바꿔 18-15번지(18-16번지와 18-15번지는 18-15번지로 통합됨)와 18-10번지를 통합한다. 계산은 좀 복잡하지만 ‘1+1+1-1+1’을 한 셈이다. 엄연한 편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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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과천시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8-15번지와 18-16번지는 지구단위계획이 만들어지기 전에 합쳐졌기 때문에 한 필지로 인정되고, 그 뒤에 18-10번지와 합쳐졌다는 것이다. 김규범 과천시 건축팀장은 “지구단위계획이 세워지기 전에는 합필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합필이 무한대로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교통부 쪽 얘기는 다르다. 건교부 관계자는 “별양동 ㅇ교회는 비상식적인 중복 합필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많고, 감사한다면 지적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교부는 이미 2006년 11월에 지구단위계획 민원에 관한 회신에서 “토지 합병은 두 필지를 초과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란 해석을 내렸다. 쉽게 말해 과천시는 1+1+1=2라는 말이고, 건교부는 1+1+1=3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과천시는 지구단위계획에서 ‘건축선’(건축물의 담·기둥이 넘어서면 안 되도록 설정한 선)을 지정해 별양동 주택의 3분의 1인 73가구를 건축선 1m 안에 포함시켰다. 앞으로 주민들은 집을 새로 지을 때 이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과천시는 건축선 설정 이유를 묻는 주민들의 질문에 “교회로 진입하는 길이 좁아 앞으로 이 터에 도로를 넓혀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축선 안에 포함된 주민들의 집터는 적게는 3평, 많게는 13평이나 된다. 그 땅은 앞으로 도로가 개설되면 과천시에 강제 수용된다. 이재옥씨는 “몇몇 집들이 건축선에 지정됐다는 별도의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2003년부터 과천시와 교회 쪽에 항의를 하고 있지만, 반응은 없다.

관련 규정을 바꾸거나, 교묘히 피해가는 방법으로 과천시는 ㅇ교회 신축 준비를 끝냈다. ㅇ교회 터에 종교집회장을 지을 수 있도록하는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돼 효력을 발휘한 것은 2003년이고, 교회당 신축이 시작된 것은 2004년이다. 우여곡절 끝에 ㅇ교회는 2006년 12월 249평(전체 면적)짜리 성전 신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건축선 지정해 주민들 재산권도 침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주민들은 “도시 행정에서 시장의 권한이 너무 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ㅇ교회 신축을 가능하게 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지구단위계획은 과천시장이 입안해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장이 최종 결정했다. 김유경 과천시 도시계획팀장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때 시장이 입안한 것은 주민들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물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송향섭 전 시의원(1995~2002년 재임)은 “그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단위계획이 부당하게 이뤄졌다”는 주장의 시의회 의견서를 작성해 시장에게 제출했다. 그는 의견서에서 “시당국이 주민들이 전혀 구독하지 않는 신문에 지구단위계획을 입안한다는 공고를 했고, 건축선을 설정하면서도 주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김유경 팀장은 “지구단위계획 공문이나 편지를 보낸 적은 없지만 신문 공고를 했고, 세부 내용에 대해 주민들이 관심이 없었다”며 “절차상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 신은숙씨는 “막판 끼워넣기식으로 주거지역에 종교시설을 만들 수 있게 하는 등 계획적으로 주민들을 우롱한 것인데, 전문가가 아닌 이상 어떻게 옳고 그름, 불이익을 따질 수 있었겠냐”고 말했다.

1만7천 과천 기독교인에 잘 보이기?

여인국 과천시장이 지난 두 차례 지방선거에서 얻은 표는 1만3천 표 안팎이다. 과천의 기독교도는 1만7명 가량이고, 그가 다니는 과천교회의 교인 수만도 약 1만3천 명이나 된다. 이런 이유로 과천에서는 “시장들이 일요일에는 교회를 다섯 곳씩 다닌다”는 농담이 오가기도 한다. 별양동 주민 신은숙씨는 “이러니 과천시와 교회의 관계를 어떻게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은 여인국 과천시장에게 별양동 주민들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한 해명을 전화 통화와 서면 질의를 통해 요구했지만, 여 시장은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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