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김호진 진행하는 논술 등 모든 스타급 강사의 강의가 무료…메가스터디 세운 ‘대치동 학원가 전설’ 이범 이사 “개방성과 투명성” 강조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안녕하세요. 과 함께하는 논술·구술의 김호진입니다. 시사주간지를 보면 기초 지식을 늘릴 수 있고 철학적 기반도 쌓을 수 있습니다. 시사평론가 진중권씨와 함께 진행해보겠습니다.”(김호진)
“안녕하세요. 진중권입니다. 이번주에는 대선 관련 기사가 많아 논술로 뽑을 만한 주제를 찾기 쉽지 않았는데요. ‘이원재의 5분경영학’에 나온, ‘악플이 매출을 키운다’는 기사를 가지고 얘기해보겠습니다. 김 선생님은 리플 많이 달아보셨나요?”(진중권)
“최근 어떤 동영상에 ‘엽기적’이라는 평가를 한 적이 있는데 리플을 달자마자 ‘그럼 진짜 엽기를 보여줘’라는 반응이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이전과는 참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낍니다.”(김)
“‘인터넷 스타’ 꼭지를 보니까 리플에는 3가지가 있답니다. 선플·악플·베플이 그것인데요. 저는 ‘악플’도 달아보고 ‘선플’도 달아봤지만, 아직 ‘베플’(베스트 리플)을 써보지는 못한 것 같네요.”(진)
“제가 기사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악플도 의외의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김)
“‘상징자본’이라는 말도 있죠. 이름값이 중요하다는 말이겠죠. 그래서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칭찬받는 게 최선이고, 미디어를 통해 욕을 먹는 것이 차선, 미디어가 아무 관심도 가지지 않는 것이 최악이라는 겁니다. 악플이든, 선플이든 관심만 받으면 영화 매출이 늘었다는 기사의 내용이 관심을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발생한다고 모두 사건이 되는 게 아니라 보도되어야 사건이 된다’고 말한 한 미디어 이론가의 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진)
“통합논술, 시사 흐름 읽어야”
12월15일 밤 8시. 서울 대치동 (주)그래텍(대표 배인식) 스튜디오. 시사평론가 진중권씨와 ‘하이논술’ 김호진(38) 대표가 공동으로 진행한 동영상 강의는 마치 ‘전설의 장소팔·고춘자 만담’을 연상시켰다.
이날 처음으로 만나 입을 맞춘 이들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죽이 잘 맞았다. ‘개똥녀 사건’의 배경과 의미를 논하던 강의 내용은 가상과 현실 사이의 관계, 수동적 소비자에서 ‘생산하는 소비자’로 변한 대중을 일컫는 ‘프로슈머’ 개념, 입소문 마케팅으로도 불리는 ‘버즈마케팅’ 등으로 옮아갔다. 강의가 20분이 넘어가자 진씨가 강의를 정리하면서 논술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일상 속에서 상상력을 기르라”는 ‘조언’도 빠트리지 않았다.
무료 인터넷 강의 서비스인 ‘곰스쿨’(www.gomschool.com)이 수능과 논술 교재로 콘텐츠를 강의에 쓰기 시작했다. 콤스쿨은 (주)그래텍이 ‘곰TV’(곰플레이어를 통해 볼 수 있는 무료 인터넷 TV)를 통해 제공하는 교육 채널로, 수능과 논술을 포함한 입시 강좌와 어학·교양·직무·취미 등 다양한 영역의 동영상 강의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조동기·최인호씨 등 스타급 강사 대거 참여
곰스쿨은 12월16일 기사를 교재로 사용한 동영상 첫 강의를 내보냈다. 곰스쿨은 앞으로 매주 한 번씩 기사를 강의 자료로 쓴 동영상 강의를 내보낼 예정이다. 김호진 대표는 동영상 강의 촬영을 마친 뒤 기자를 만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각 대학의 논술 지문이 고전에서 주로 나왔지만, 최근에는 사회의 변화와 흐름을 통계 자료와 그래픽 등을 통해 보여주는 추세여서 교과서를 보는 것만으로는 준비가 불충분하다”며 “과 같은 시사주간지를 꾸준히 읽고 활용하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곰스쿨은 이 밖에도 2008학년도 대입·논술 대비 전략 강좌와 ‘숨마쿰라우데’ 시리즈 강좌도 내보내고 있다. 숨마쿰라우데는 입시 커뮤니티인 ‘오르비스 옵티무스’ 회원들이 만든 과목별 수능대비 학습서다.
곰스쿨의 대학입시 강좌는 무료면서도 스타급 강사들이 즐비하다. EBS 수능강좌와 강남 학원가에서 유명세를 떨친 스타급 강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 영역은 조동기국어논술학원의 조동기 원장과 한샘학원의 정명수 원장, 외국어 영역은 강남구청 인터넷 강의로 이름난 최인호 인호버티브 영어연구소장, 과학탐구 영역은 이범 그래텍 이사가 각각 맡았다. 이 밖에도 이기홍씨(수학), 최강씨(논술), 김정호씨(외국어) 등 모두 17명의 강사가 무료 강의에 참여하고 있다.
곰스쿨은 동영상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된 광고를 통해 수익을 추구한다. 이런 새로운 수익모델이 채택된 데에는 강의에 참여하고 있는 이범 이사와 최인호 소장의 영향이 컸다. 두 사람은 억대 연봉의 스타강사 출신들로 인터넷 무료 강의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뜻을 세우고 지난 몇 년 동안 노력한 이들이다. 특히 이범 이사는 5년 동안 과학탐구 영역에서 최다 수강생을 기록하는 등 강남의 대표적인 스타강사로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와 함께 ‘메가스터디’를 창립한 인물이다. 학원가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가 은퇴한 2003년 그의 연봉은 오프라인 학원 강의료, 온라인 인터넷 강의료, 교재 판매 소득을 합해 모두 18억원이었다고 한다. 그가 은퇴하자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그를 ‘학원가의 서태지’라고 불렀다. 최정상에 있을 때 스스로 물러났다는 점에서 서태지를 닮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에서 학원가에서 은퇴한 뒤 ‘무료강의 리그’를 꿈꾼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메가스터디나 이투스 등의 인터넷 강의 사이트들로 구성된 ‘메이저리그’가 있다면, 무료 강의 사이트들은 메이저리그와 별도로 운영되는 일종의 ‘독립리그’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미국 프로야구계에 메이저리그·마이너리그 구단들 이외에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독립리그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목표는 이 독립리그의 창시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이 책에서 ‘학원가의 로마제국’으로 불리는 메가스터디가 초기의 ‘문화적 선진성’을 잃어버리는 과정도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개방성과 투명성, ‘강사중심성’을 자랑하던 초기의 메가스터디가 독점적인 지위를 갖춘 기업이 되면서 사회적 책임을 철저히 외면해왔다는 것이다. 특히 EBS 강의를 통해 스타강사가 된 이들과 전속계약을 맺어 메가스터디로 데려가는 행태 등에 대해서는 ‘타협과 포용력을 결여한 제국’이라고 꼬집고 있다.
강사의 문호도 열려 있어
사실 대학 입시를 위한 무료 강의 서비스가 그동안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EBS는 무료 강의를 지난 2004년부터 해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무료임에도 방문자 수가 줄어들고 있고, 교재 판매에 치중하는 사업전략도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강남구청이 서비스하는 무료 강의도 있었지만, 내년에 강의 수가 줄어들 예정이다. 이에 비해 곰스쿨은 곰TV라는 강력한 미디어 플랫폼이 인프라로 구축돼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곰스쿨은 강사의 문호도 열어놨다. 누구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수험생에게 주고 싶다면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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