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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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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든 자리, 희망이 싹트다

등록 2006-12-07 00:00 수정 2020-05-03 04:24

원전 건설 막고 ‘태양의 도시’를 건설한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의 선택…주차장 없애고 태양광 전지판 쓰며 21만 시민이 태양에너지로 융합하다

우리는 석유에서 벗어날 탈출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일부에서는 20여 년 동안 석유가 풍부한 지역을 탐사해 유전을 개발하지 않은 탓에 화석 연료 고갈을 염려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무리 유전을 개발해도 예정된 마감 시한을 조금 미루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적어도 후대에 재앙의 불씨를 남기는 원자력 발전을 ‘대안 없는 대안’으로 여기지 않으려면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 유럽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독일을 찾아 에너지 자립형 신도시와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석유 독립의 현주소를 살핀다. 편집자

▣ 프라이부르크=글·사진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독일 남서부 프라이부르크시 보방(Vauban)지구에 사는 주부 마리아 뮤로나. 지난 2002년 30만유로(약 3억5천만원)를 들여 115㎡(약 35평) 남짓한 공동주택에 입주할 때는 도시 생활의 편리함을 포기해야 한다는 게 고민스럽기도 했다. 여느 집처럼 주차장이 따로 없었고, 태양열 주택의 기본 모델에 따라 건축자재를 조달해야 했다. 집을 장만하느라 무리를 한 탓에 자동차를 살 처지는 아니었다. 설령 자동차가 있어도 집에서 몇 블록이나 떨어진 공용 주차장에 둬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스페인 이주자로서 공동체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을 듯했다.

그렇게 4년을 보낸 지금 마리아는 “이보다 쾌적한 도시 생활은 없다”는 말을 실감한다. 여러 주택에 주차장이 들어섰다면 아이들의 자유로운 놀이공간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일 자동차가 있다면 보행자의 걸음 수준인 시속 4km로 마을에 들어서야 한다. 가끔 생수와 맥주를 한 아름 들고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게 버겁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도 집 옆으로 ‘트람’(전동열차) 노선이 보방 지역까지 확장되면서 가볍게 해결됐다. “무엇보다 자동차가 사라진 자리에서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어서 좋다. 주민들의 참여 의식이 높아 공동체를 이루다 보니 이주자로서 견뎌야 했던 차별도 느낄 수 없다.”

분데스리가 경기 입장권이 버스표

그야말로 꿈의 작은 신도시를 일궈낸 보방 지역은 프랑스로부터 지역명을 물려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주둔한 프랑스군이 독일이 통일된 직후인 1992년 철수하면서 신도시 건설이 추진됐다. 당시 프라이부르크시는 독일 정부로부터 10만여 평의 면적을 사들어 5천 명이 거주할 미니도시를 만들기로 했다. 이때 신도시 기획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 '보방 포럼'을 결성해 보방 지역의 밑그림을 그렸다. 이들은 1997년 신도시 건설이 본격화될 즈음 입주자의 의견을 모아 프라이부르크시 주택국과 보방신도시조성위원회의 정책적 뒷받침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주차금지 같은 보방 지역의 자치 규약도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자동차가 주차장 이외의 곳에 없는 것은 아니다. 만일 마리아의 가족이 급하게 자동차를 이용하고 싶다면 곳곳에 있는 ‘카 셰어링’(Car Sharing) 자동차를 이용하면 된다. 보방 지역에만 20여 대가 있어 인터넷이나 전화로 예약한 뒤 사용하면 그만이다. 자동차가 없어서 느끼는 불편은 거의 없다. 트람과 버스가 연계된 교통 시스템을 이용하면 1주일에 400km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마리아의 가족은 자동차를 구입할 계획이 없다. “이제는 물건을 들고 이동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목돈이 생기면 아이들이 크니까 방을 하나 더 늘려 각자에게 방을 주고 싶다.”

보방 주민들이 자동차가 없어도 불편을 느끼지 않는 데는 시 정부와 기업 등의 협력이 중요한 구실을 한다. 프라이부르크에서 열리는 문화공연이나 스포츠 등 각종 행사 때 입장권에 교통요금을 포함한다. 예컨대 분데스리가 지역 연고팀인 SC프라이부르크의 경기 입장권으로 트람이나 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식이다.

프라이부르크의 교통수단이 자전거와 대중교통 중심으로 바뀐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82년 39%이던 자동차 비중이 20년이 지난 2002년 30%로 줄었고, 자전거는 15%에서 28%로, 대중교통은 11%에서 18%로 늘었다. 도시 전역에 400km의 자전거 도로가 있는데, 전용도로가 46km나 되고 도심에 자전거 전용 육교까지 있다.

이처럼 자동차 중독에서 벗어난 보방 지역에선 프라이부르크가 ‘태양의 도시’로 이름을 떨치는 데도 한몫한다. 마리아의 집은 태양열 집열판에서 나오는 열로 난방을 한다. 건물 벽체에 30cm의 단열재를 사용해 열 손실도 거의 없다. 주민들이 커뮤니티센터로 이용하는 ‘하우스37’의 지붕에도 200㎡ 면적의 태양광 전지판이 있다. 여기에선 최고 26.4kW를 생산하는데 1년에 2만2천kWh를 공공건물 등지에 공급한다. 600여 명의 학생들이 생활하는 기숙사 건물의 지붕에 설치된 태양열 집열판을 이용해 매일 1만ℓ의 온수를 인근 지역에 공급한다. 이로 인해 절약되는 가스가 1만㎥으로 추산된다.

“시민들이 판을 키우고 있다"

애당초 프라이부르크는 1970년대 원자력발전의 희생양이 될 운명이었다. 당시 서독 정부는 프라이부르크 인근에 빌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려고 했다. 이때 주민들이 포도주와 목재 산업이 망가질 것을 우려해 대규모 반대시위를 벌였다. 결국 원전 건설 계획이 중단됐고, 반대운동을 주도했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풍부한 일조량을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관심을 기울였다.

프라이부르크시의 태양에너지 홍보를 대행하는 이노베이션투어의 한스 쉬반더 자문역은 “태양에너지를 중심으로 시 정부와 시민이 융합되고 있다. 이제는 시민들이 판을 키우면서 태양에너지의 의미가 시간이 지날수록 확장되는 흐름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태양의 도시 랜드마크가 보방 지역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바로 태양 건축가 롤프 디쉬를 중심으로 건설을 추진한 슐리어베르크(Schlierberg)의 ‘잉여에너지 주택단지’다. 보방 지역이 시민과 지자체의 협력으로 조성된 생태형 마을이라면, 슐리어베르크는 민간 주도로 들어선 에너지 자립 마을이라 할 수 있다. 슐리어베르크 단지에는 롤프 디쉬가 설계한 첨단 태양열 주택 ‘헬리오트롭’(Heliotrop)의 건축 기술을 적용한 50여 주택이 들어섰다. 태양광 전지판과 조화를 이룬 형형색색의 외벽은 미적 감각만으로도 보는 사람의 눈을 사로잡는다. 물론 안팎에 햇볕을 활용하는 장치들이 수두룩하다.

슐리어베르크 주민들은 남는 에너지를 전력회사에 팔기도 한다. 한 주택에 설치한 태양광 전지판은 최고 7.5kW의 전략을 생산한다. 전체 단지에서 연간 40만kWh 남짓 생산하는 셈이다. 4인 가정에서 1년에 평균 4천kWh를 사용하니까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 남는다. 이를 지역 전력회사인 바데노바사에 판매하는 것이다. 슐리어베르크의 주택은 설계에서 시공까지 에너지 ‘절약’의 기술을 적용했다. 전체 주택을 배치할 때 조도가 15도로 낮아질 때도 거실에 햇볕이 들도록 했고, 3중 유리창의 가운데에 아르곤가스를 넣어 단열 효과를 높였다. 게다가 환기 설비에 ‘열 회수 장치’를 장착해 체온으로 데워진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했다.

이쯤 되면 프라이부르크가 명실상부한 태양의 도시로 느껴질 법하다. 프라이부르크시는 5천유로(약 600만원)에 거래되는 1kW 태양광 전지판을 300유로(약 36만원)에 보급하고 있다. 시민들이 전기를 구입할 때 1kWh에 비싸게 받아 1센트씩 적립해 보조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태양에너지로 충당하는 전력량은 2.9MW로서 전체 소비량의 0.3%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재생 가능 에너지를 합해도 4%가 채 되지 않는다. 프라이부르크시는 2010년에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량을 818MW로 늘려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0%를 충당할 계획이다. 이 목표를 이룬다 해도 태양에너지의 비중은 9.5MW로서 1.2%에 그친다.

태양에너지 0.3%의 위력

이렇게 숫자로 확인한 프라이부르크는 거대한 태양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태양에너지 0.3%의 위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6%의 비용을 더 내면서 태양광 전지판 보급에 이바지하며 태양의 도시를 이끌고 간다.

이들의 힘으로 태양광 전지판 생산회사인 ‘졸라 파브릭’ 같은 회사가 일자리를 만들어내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기도 한다. 프라이부르크시 에너지정책 담당관 토마스 드라이젤은 “독일에서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킨 도시는 프라이부르크밖에 없을 것이다. 도시가 확대되는데도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줄어들고 있다. 시민의 친환경 의식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 태양의 도시를 향하는 프라이부르크의 햇살은 따사롭다. 태양을 엔진으로 삼아 미래형 도시로 거듭나려는 프라이부르크의 선택은 오늘을 위한 게 아니었다. 여전히 미래로 가는 다리의 주춧돌을 놓았을 뿐인데도 태양에너지의 산실로 자리잡았다. 독일 프라운호프연구소의 태양에너지연구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연구시설과 함께 40여 개의 에너지 벤처기업이 프라이부르크에 둥지를 틀었다. 프라이부르크에 거주하는 21만 시민이 연구소와 벤처기업의 홍보 인력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들은 콘센트에 꽂힌 전원 플러그를 빼는 것에서부터 태양에너지 전도사 노릇을 시작한다.



태양의 도시, 그 상징을 찾아라

태양을 피할 수 없는 집·축구장·호텔… 알고 보면 재미 쏠쏠


프라이부르크 도심에는 자동차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자동차 통행을 막은 것은 아니다. 자동차가 도심에 들어오면 불편하기에 진입하지 않을 뿐이다. 자동차 주차장으로 쓰일 만한 공간에는 어김없이 자전거가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다. 만일 여행객으로 프라이부르크에 간다면 태양의 도시라기보다는 자전거 도시로 느끼기 십상이다. 알지 못하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 곳곳에 숨어 있는 태양의 도시를 상징하는 공간을 소개한다.



헬리오트롭: 태양 건축가 롤프 디쉬가 1994년 설계한 주택으로 예술 스튜디오로 이용하며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에너지를 소비하는 주택이라는 개념을 무너뜨리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주택을 모토로 삼았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400도의 회전폭을 가진 원통형 3층 목조주택으로 160만유로(약 20억원)를 들여 완성했다. 높이 14m의 원통형 주기둥을 중심으로 240개의 구슬을 이용해 직경 11m, 연면적 200㎡의 주택이 태양을 향해 회전한다. 태양광 전지판에서 주택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5~6배를 생산한다. 3중 단열유리로 열을 차단하거나 받아들이고, 빗물을 세탁에 활용하며, 진공관을 이용한 집열기, 습지식물을 이용한 자연 정수장 등을 갖추고 있다.

바데노바 스타디움: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은 분데스리가 축구 경기를 보면서 태양에너지의 가능성을 자연스럽게 터득한다. 1995년 남쪽 스탠드 지붕 60㎡에 태양열 집열기를 설치하면서 태양에너지를 활용했다. 당시 6천ℓ의 온수를 생산해 하루 사용량 4천ℓ를 웃돌았다. 가스응축보일러를 이용해 한 해에 2만5천kWh의 전력을 생산했다. 그 뒤 1999년에 60kW, 2000년에 46kW의 태양광 전지판을 확충했다. 여기에서 연간 25만kWh의 전력을 생산한다. 60여 가구에서 한 해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량이다. 바데노바 스타디움에 이어 프라이부르크 축구학교의 뫼스레 스타디움 중앙 스탠드 지붕에도 태양열 집열기를 설치해 소비되는 온수의 40%를 공급받고 있다.

제로에너지 호텔:


프라이부르크 도심에 있는 호텔 ‘빅토리아’에 들어서면 정면 거울에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호텔에 오셨습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이 호텔은 쾌적한 분위기에서 에너지 절약을 실감하도록 한다. 우선 욕조의 모양이 인체를 닮아 신선하다. 이 욕조를 설치하면서 30%의 물을 절약했다고 한다. 호텔 비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난감해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비누 대신 액체비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운송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아낀다는 취지로 식료품은 지역 농산물로 충당한다. 지붕에는 태양광 전지판이 설치됐고, 지하실에는 우드칩을 사용한 보일러가 있다. 석유 난방을 할 때 사용하던 기름탱크 자리가 우드칩 창고로 쓰인다.

졸라 파브릭 건물:


솔라 파브릭에서 생산하는 태양광 전지판의 설계를 담당하는 시설로 1996년 5월에 건립됐다. 건물 기획 단계부터 건축가와 에너지 전문가가 공동으로 작업해 태양에너지의 활용도를 높였다. 건물 전면의 유리벽 한쪽에 275㎡의 광전지 모듈을 설치했고, 유리벽의 창문은 계절에 따라 태양 조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건물 바닥에 깔린 대리석 벽돌은 들어온 햇볕을 가장 오랫동안 머금을 수 있는 16cm 두께다. 이곳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태양광 전지판을 제작한다. 연중 10~12도를 유지하는 3m 깊이에 환기장치를 설치해 차가운 공기가 안으로 들어가면 예열되고, 더운 공기가 들어가면 냉기를 품은 상태에서 올라오도록 했다.





[인터뷰/태양에너지 건축설계 전문가 롤프 디쉬]“에너지 정책은 생존의 문제”

원자력 반대운동 계기로 ‘잉여에너지 주택단지’ 조성을 주도

독일 프라이부르크가 태양의 도시로 알려지는데 ‘헬리오트롭’이 큰 구실을 했다. 이 주택구조물을 기획해 세운 건축가 롤프 디쉬는 원자력 발전소 건립 반대운동을 하면서 태양에너지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헬리오트롭을 완성한 뒤에는 슐리어베르크의 잉여에너지 주택단지 조성을 주도했다. 지금은 ‘태양마을’ 운영위원장을 맡아 에너지 자립형 빌딩 ‘손넨쉬프’(Sonnenschiff·햇볕으로 가는 배를 뜻함)에서 태양에너지 주택을 널리 알리고 있다. 그에게 태양에너지 주택의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태양에너지 주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하면서 자연과의 조화를 꾀하려고 했다. 에너지 소비를 최대한 줄이면서 자연에서 에너지를 얻는 데 태양이 제격이었다. 석유 가격이 올라가면 가정 경제도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위협에서 벗어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데 태양이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기존 주택에 견줘 건축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나.
=일반적인 건축물을 지을 때보다 15%가량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화석 연료에 의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당면 과제를 해결하면서 삶의 질이 좋아지기도 한다. 기존 주택보다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냉난방 비용을 줄이며, 쾌적한 실내 공기를 즐길 수 있다.
태양에너지 주택이 실질적으로 경제성이 있는가.
=물론이다. 목재를 주요 자재로 사용해 에너지 흡수력을 높이고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였다. 창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겨울철에 일조량이 적을 때는 목재를 태워 난방을 한다. 이렇게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연간 8%의 이자 효과를 낸다. 투자 금액을 은행에 맡기는 것보다 이율이 높을 것이다.
온수와 난방은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않는가.
=충분히 자체적으로 해결할 기술은 있다. 하지만 보방 지역에 열병합발전소가 있어서 태양열 집열기는 설치하지 않았다. 다만 공급받은 온수와 난방을 소모하지 않았을 경우 별도로 비축했다가 하루, 이틀 뒤에 사용할 수 있는 장치를 집집마다 갖추고 있다. 에너지 손실을 최대한 막으려는 것이다.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도 태양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가.
= 베를린 포츠담광장을 비롯해 여러 아파트에 설치했는데 성공적이었다. 아파트 설계 과정에서부터 에너지 효율을 고려해 자재를 선택한다면 에너지 자립을 이뤄낼 수 있다. 당장의 비용과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창의적으로 계획해 기술적인 도움을 받으면 얼마든지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시민들이 내는 보조금이 태양에너지의 버팀목 아닌가.
= 태양마을의 잉여 에너지를 구매할 때 보조금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앞으로 시설이 대중화되면 태양광 발전 설비 가격이 내려가 전기를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 미래 경제성이 전혀 없는 원자력에 대한 지원을 생각해봐라. 우리의 생존을 위해 재생 가능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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