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내 1인당 화석 연료 소비량 2위 국가 스웨덴이 꿈꾸는 탈석유 시대…난방용 석유 거의 안쓰고 목재에서 바이오 가스 얻는 예테보리가 앞장서
지구촌이 화석 연료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화석 연료를 태우는 것은 지구 온난화 현상을 가속화할 뿐 아니라 경제적 위협이 되기도 한다. 온실가스 감축이 각국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화석 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한 실천 방안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은 화석 연료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국가적 대책을 세우고 있는 나라를 찾았다. 이번호는 북유럽의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에너지 자립이라는 원대한 꿈을 살피고, 덴마크의 예스비야에서 해상 풍력발전의 가능성을 엿본다. 편집자
▣ 예테보리=글·사진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어떤 나라도 에너지 식민지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석유 독립’을 내세우지 못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화석 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확보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여기는 탓이다. 하지만 그것은 책임 회피식 답변에 가깝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이 하늘과 바다, 땅에 널려 있지 않은가. 이런 가운데 ‘오일 프리’ 선언으로 지구촌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스웨덴이 화석 연료 중독에서 벗어날 ‘열려라 참깨’식의 대안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다만 석유의 시대를 뛰어넘으려는 ‘희망사항’을 제시했을 뿐이다. 스웨덴의 석유 탈출 의지를 미리 실천하는 예테보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난방 분야의 석유 의존율 0%?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북유럽 상공에서 내려오는 순간 거대한 숲이 눈을 사로잡았다. 숲을 탐방하려는 여행객이라면 매혹적인 풍경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예테보리 공항에 내리면서 오일 프리의 실체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이 찬바람을 타고 온몸에 파고들었다. 여전히 1인당 화석 연료 소비량이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많다는 나라에서 탈석유의 실체를 찾는 것보다 중독의 흔적을 찾기가 쉬울 것 같았다. 해가 뉘엿뉘엿 깔리자 오일 프리의 꿈도 저물어가는 듯했다. 에너지 효율로 따지면 저만치 밀려나 있어야 할 백열등에 갖가지 장식을 한 집들이 즐비했다.
이미 유럽연합은 9개 도시에서 연료전지 버스를 운행하도록 하는 ‘CUTE’(Clean Urban Transport for Europe)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스웨덴이 추진하는 오일 프리를 선도하는 제2의 도시 예테보리에서 수소 충전소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시내 곳곳에 있는 주유소를 지날 때마다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바이오디젤’이라는 글씨라도 찾으려 했다. 그것마저 여의치 않았다. 이를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시티캡’의 택시 운전사 라세는 “예테보리에서 수소 자동차는 구경도 하지 못했다”며 한마디 덧붙였다. “디젤 자동차의 성능이 좋아져 대기오염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오일 프리라는 말을 뉴스에서 듣기는 했다”고.
그렇다면 예테보리의 에너지 자립은 실체가 없는 것이었을까. 스웨덴은 2004년 기준으로 총에너지 공급량 647TWh 가운데 32%를 석유로 충당하고 있다. 부문별 석유 소비율은 교통에서 97%(95TWh)로 가장 높고, 농수산·임업에서 70%(7TWh), 주거·상업용 건물에서 11%(10TWh) 등이다. 상대적으로 석유가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지역난방으로 8%(4TWh)라는 사실을 떠올려야 했다. 바로 그것이었다. 예테보리가 50년 뒤를 내다보며 에너지 자립의 꿈을 ‘예테보리 2050’ 프로젝트에 새긴 것은 지역난방의 성공적인 정착이었다. 난방 분야의 석유 의존율 0%이라는 꿈을 머지않아 이룰 태세다.
사실 예테보리의 탈석유 몸부림은 국가적 대책에서 비롯됐다. 이미 스웨덴은 1970년대부터 석유시대 뛰어넘기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당시 오일쇼크 여파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 개별적인 석유난방을 바이오 연료를 첨가한 지역난방으로 바꾸면서 방열되는 열을 난방에 사용하는 ‘히트펌프’를 보급하기도 했다. 리우회의 뒤에는 스웨덴의 모든 지자체가 기후 보호를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활동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시작했다. 영국이나 덴마크, 네덜란드 등의 지자체가 40% 안팎에 머물러 있을 때, 스웨덴에선 지자체의 90%가 구체적인 대책을 시행했다.
특히 예테보리의 지역난방 보급 성과는 다른 지자체를 압도했다.
스웨덴은 오일 프리 선언을 하면서 2020년에야 주택이나 상업용 건물의 난방용으로 석유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예테보리는 난방용 석유 사용량이 1%도 되지 않는다. 산화질소 배출량을 90% 가까이 줄인 셈이다. 예테보리에너지공사의 사업분석관 라르스 호름퀴스트의 말이다. “화석 연료 처리 과정의 열과 폐기물 소각장·폐수 처리장 등의 열을 포집해 지역난방에 이용한다. 한겨울에만 석유를 지역난방 보조 연료로 사용하는데 그것도 대책을 세우고 있다. 시민들이 바이오가스를 선호해 보급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동안 예테보리는 에너지공사를 통해 지역난방 시스템을 구축했다. 민간회사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공사가 사들여 지역난방용으로 공급하는 식이다. 지역난방에 쓰이는 천연가스는 주로 수입에 의존하지만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바이오가스도 15% 안팎 들어 있다. 예컨대 폐수를 이용할 경우 메탄으로 분리한 뒤, 메탄을 프로테인으로 전환해 천연가스에 혼합하는 식으로 만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같은 오염물질이 걸러지기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었다. 예테보리시는 바이오가스의 비중을 2010년에 20%, 2020년에 50%, 2050년에 100%로 확대할 계획이다.
버려진 수목에서 전기와 열이…
이런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예테보리 2050은 스웨덴의 오일 프리 선언을 실천적으로 뒷받침한다. 그야말로 석유 독립, 완전한 에너지 자립을 이뤄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예테보리의 정책적 의지는 곧바로 연구와 기술개발로 이어졌다.
전 지역에 넘쳐나는 삼림자원을 지렛대 삼아 탈석유를 구체화하는 것이었다. 예테보리시는 예테보리에너지공사를 설립하면서 재생 가능 에너지로서 삼림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삼림 지역에는 버려지는 수목과 나무 찌꺼기 등이 수두룩하다. 이들이 그냥 썩으면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커다란 생태적 문제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에너지를 얻고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처방’을 삼림에서 찾은 것이다.
최근 예테보리는 2050 프로젝트의 성공적 완수를 예감케 하는 놀라운 결실을 거두었다. 나무를 이용해 전기와 열을 얻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나무를 그대로 이용해 가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미 석탄이나 폐수·농작물 등을 이용해 바이오가스를 얻는 기술은 미국과 덴마크 등지에서 실용화됐다. 하지만 목재를 이용해 바이오가스를 얻는 기술은 세계 최초의 일이다. 에너지공사의 연구원 카린 쇠더그비스트는 “앞으로 수년 내에 목재를 활용한 전력 생산이 예테보리에서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12월 100MW의 가스발전소 공사를 착공하는데 2011년 완공되면 에너지 효율 90% 이상으로 연 8천시간 작동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스웨덴 석유독립위원회가 지난 6월 펴낸 오일 프리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난방 시스템을 활용한 전력생산 잠재력이 2010년 기준으로 25TWh 정도로 추정됐다. 이를 현실화하면 전기와 난방은 물론 연료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 예테보리 같은 대도시에서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지역난방을 확대하면서 공장의 잔열이나 폐기물, 지열 등 버려지는 에너지원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웨덴 정부의 지원책도 기대되고 있다. 소용량 지역난방 플랜트에서 생산되는 전력에 대해 녹색전력 인증서와 세제 혜택 등을 부여하는 방안을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중연료차와 생태아파트의 엇갈린 운명
이렇게 예테보리에서 바이오가스 보급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놀랍게도 스웨덴 오일 프리 전략의 발목을 잡을 것 같았던 교통 부문에서도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동안 시범운행 차원에서 관용차로 사용한 ‘이중연료 자동차’(Bi-fuel Car)가 택시와 자가용 등으로 운행되기 때문이다. 이중연료 자동차는 디젤과 천연가스 등 두 개의 연료 주입구를 지녔다. ‘예테보리 바이오매스 가스화’를 뜻하는 ‘예바이가스’(GoBigas)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천연가스에 들어가는 바이오가스 함유량을 크게 늘리려고 한다. 현재 예테보리 시내에는 바이오가스를 첨가한 천연가스를 충전하는 주유소가 7곳 있다.
아직은 예테보리의 교통이 재생 가능 에너지 대열에 확실하게 합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심의 대로에서 생태적 기운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예테보리에는 17세기에 국왕 구스타프 아돌프 2세가 인접국의 침공을 막으려고 만든 발그라벤·스트루함카날렌 같은 운하와 도시계획 수립 차원에서 뚫은 도로가 그대로 남아 있다. 놀라운 사실은 중앙에 있는 이전 도로가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도로로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가로수 너머에 트람과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가 있다. 교통대책의 근간에 자동차보다는 사람을 위한 배려가 흐르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예테보리가 오일 프리를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운 것만은 아니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건립하기 시작한 ‘생태 아파트’에서 어려운 행보를 예감할 수 있다. 멀리 바닷가가 보이는 린드홀멘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지난 1997년 예테보리 국제주택박람회 때 ‘시범 프로젝트’로 지은 아파트를 아는 이는 드물었다. 한때는 고효율 에너지 주택으로 이름을 날렸다지만 오래전의 일이었다. 벽돌과 나무를 주요 자재를 활용한 생태 아파트는 재건축 과정에서 자재를 재활용하는 것까지 고려했다. 태양열 집열판으로 온수를 공급하고 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설, 자동 조절 통풍 시스템 등도 설치했다. 이를 계기로 예테보리에 생태 건축물 건립 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생태 아파트에서 태양광 집열판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공동주택 1층에 있는 계기판의 태양광 발전량 표지판은 ‘0’과 ‘1’에 머물러 있었다. 기후 여건상 햇볕이 충분히 들지 않아 효과가 별로 없었던 탓이다. 물론 예테보리에서 에너지 고효율 주택의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예테보리의 산업역사가인 트래드 위글레스워드는 “주택 건립에서 환경에 대한 투자는 질 좋은 재활용 자재를 선택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여기에 건물 해체를 고려하고 미적 가치도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관리하고 사용하는 것은 거주자의 몫이지만 정책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기대했던 만큼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 의존하는 한계는 극복해야
이처럼 예테보리의 에너지 자립은 정책적 뒷받침에 의해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까지 이뤄낸 예테보리의 성공신화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예테보리는 에너지 수요의 20% 이상을 재생 가능 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지난 1979년 90%나 됐던 석유 의존율이 절반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석유의 자리가 좁아졌지만 주거와 교통 등의 환경은 이전보다 나아졌다. 예테보리시 도로교통국은 지난해부터 ‘친환경 교통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이중연료차 같은 친환경 자동차 보급을 해마다 5%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석유에서 벗어나는 만큼 삶의 질이 좋아질 게 틀림없다.
예테보리의 석유 탈출이라는 에너지 정책 슬로건이 스웨덴 우파연합 정권에 흔들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앞서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석유 탈출 50년 대계를 마련한 때문이다. 여기에 오래된 친환경적 전통에다 지역난방 시스템의 성공신화가 더해지기도 했다. 다만 시정부의 직접적 지원이 차츰 줄어들 수는 있다. 민간에서도 재생 가능 에너지의 경쟁력이 확보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때문이다. 설령 스웨덴 정부의 정책 구조조정에서 에너지 정책이 한 걸음 물러나도 예테보리 2050은 그대로 간다는 게 시정부 관계자들의 확신이다. 목재를 이용한 바이오가스와 웁살라대학 옹스트롬연구소의 첨단 광전지를 양날개로 삼아서.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스웨덴, 그 무거운 짐을 예테보리가 짊어지고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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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오일 프리’ 선언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 오일 프리 선언은 석유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여나가면서 장기적으로 석유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야심에서 비롯됐다. 예컨대 총에너지 공급량 647TWh(2004년 기준) 가운데 32%를 차지하는 석유를 2020년까지 난방용으로는 한 방울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어쩌면 스웨덴의 오일 프리 선언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인지도 모른다. 에너지청 조세핀 융델 국제사무국장은 “우리는 화석 연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천연가스도 가지고 있지 않다. 활용 가능한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개발하면서 에너지 사용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스웨덴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의 비율은 줄어들었지만 석유 사용량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는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 스웨덴은 전력 생산에서 석유 사용률이 1%에 지나지 않고, 최종에너지 사용으로 따지면 바이오매스에 의한 게 28%나 차지한다.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 사회 전체의 단위 면적당 평균 에너지 소비량도 낮추었다. 문제는 생활공간 면적이 크게 늘어나 에너지 절감분이 사용량 증대분으로 상쇄되고 말았다는 데 있다. 이른바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가 나타나 새로운 전략을 세우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이런 까닭에 석유전략위원회가 지난 6월 내놓은 전략의 핵심적인 기조는 사회 전체적인 에너지 소비의 효율성에 맞춰져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에너지 사용 효율성을 20% 이상 높이겠다는 것이다. 연간 1.5%를 높여야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 이를 위해 건물의 에너지 규제를 크게 강화하려고 한다. 에너지 소모량과 에너지원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안해 마련한 가중치를 적용해 건물마다 에너지 기준을 강화하는 식이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면서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건설 경기도 살릴 수 있다.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개·보수를 꾀하면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던 수송 부문에도 변화의 기운이 감돈다. 석유독립위원회는 승용차의 에너지 효율을 2020년까지 50%로 높일 것을 제안했다. 이를 위한 세부 대책으로는 에너지 효율이 가솔린 자동차보다 20~25%가량 높은 첨단 디젤 자동차를 널리 보급하며, 다른 나라보다 중량이 많이 나가는 자동차의 재질을 경량화하는 방안 등이 있다. 바이오 연료의 보급을 확대하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 경제논리에 따라 브라질산 에탄올을 수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바이오가스나 디메틸에테르(DME), 메탄올 등에서 유래하는 2세대 바이오 연료 자급률을 높이려고 한다.
이런 내용의 석유독립위원회 전략 보고서는 스웨덴의 ‘에너지 대계’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9월 총선에서 신온건당의 프레드리크 레인펠트를 중심으로 하는 4개 우파정당이 정권 교체를 이루면서 에너지 정책의 구조조정이 예상되기도 한다. 정부의 시각이 경제적 효율성에 쏠리면서 시장 메커니즘에 따르는 시행안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핀 융델 국장은 “우리에게도 에너지 경쟁력은 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기후협약에 따라 바이오 연료의 확대를 꾀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메커니즘을 존중해야 한다. 재생 가능 에너지 연구개발도 효율성을 따져 집중과 선택을 해야 한다.”
이런 스웨덴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는 원자력 발전을 ‘유지’하는 데로 이어졌다. 스웨덴은 1980년 국민투표를 통해 원자력 발전 시설을 ‘2010년’까지 모두 없애기로 했다. 그런데 우파정권이 2010년이라는 ‘데드라인’을 슬그머니 삭제했다. 더 이상 개발 여지가 없는 핵을 언젠가는 포기해야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엔 기존 원자로 시설을 개·보수하면서 사용연한을 확대한 게 빌미가 됐다. 조세핀 융델 국장은 “원자로를 더 쓸 수 있는데 없애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말로 현 정부의 판단을 설명했다. 오로지 에너지 효율성 차원에서 오일 프리를 추진해야 하기에 원자력도 받아들여야 하는 게 스웨덴의 현실이라는 말이다.
이런 까닭에 일부에서는 오일 프리 선언의 효력을 의심하기도 한다. 원전 유지 결정과 함께 정부 조직 개편에 따라 지속가능개발부 산하의 에너지청을 산업고용통신부로 옮긴 것도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문제 해결에서 환경적 이해보다는 산업 경쟁력을 내세우는 분위기인 셈이다. 원전을 유지한 상태에서 에너지 경쟁력을 따진다면 재생 가능 에너지 정책이 후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파연합 정권이라 해도 지구온난화의 파고를 원자력으로 돌파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석유독립위원회의 제안은 국민적 합의라는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하다. 스톡홀름의 에너지경제 컨설턴트 퍼 카게손이 “미래 사회의 경쟁력을 생각했을 때, 재생 가능 에너지에 바탕한 오일 프리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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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안전’ 이미지에서 친환경자동차로 업그레이드
스웨덴을 대표하는 자동차인 볼보의 매력은 기능적 단순함에 있다. 볼보가 럭셔리한 이미지보다 탁월한 안전성을 고려한 때문이다. 볼보 자동차가 안전에 관한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지구촌 100여 나라에서 판매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볼보는 3점식 안전벨트(1959), 헤드레스트(1968) 등 자동차 안전장비의 대부분을 개발했다.
한 국내 외교관은 파리에서 볼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볼보는 강철판 하나에도 안전을 고려한다는 이미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볼보는 안전을 절대적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이런 볼보가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하려고 한다. 바로 기존의 친환경 이미지를 에너지 고효율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소비자를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볼보자동차 앤더스 케베리 이사는 “친환경 자동차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생산 단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따지고 재생 가능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현재 유럽에서는 재생 가능 에너지 자동차 비중이 15%에 이른다. 세계적 차원에서 사용 전망이 밝은 만큼 볼보에서도 친환경 자동차 생산을 확대하려고 한다.”
최근 볼보는 목재나 사탕수수 등에서 추출한 에탄올이 85% 차지하는 ‘E 85’를 개발했다. 하지만 ‘E 85’의 상용화를 낙관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차량 가격이 기존 자동차보다 5천달러 이상 비싸고, 연료탱크가 늘어나는 만큼 차체의 중량도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케베리 이사는 “에탄올은 에너지 함유량이 디젤보다 30~35%가량 낮아 연료를 많이 싣고 다녀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게다가 디젤이나 천연가스의 연료탱크까지 장착한다면 차체의 중량이 주행거리를 갉아먹을 게 틀림없다.
이처럼 친환경 자동차의 미래가 탄탄대로는 아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돌파할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이미 볼보는 미세먼지를 모아 재연소시키거나 스모그가 많은 지역에선 오존 컨버터를 장착하는 식으로 환경을 자동차에 적용했다. 이런 식으로 차체의 중량을 줄일 기술적 대안을 찾고 있다. 각종 내장 부품을 석유에서 유래하는 고분자 재료 대신 식물에서 나오는 아마(Flax)와 셀룰로오스 같은 천연재료를 이용하려고 한다. 볼보는 강철 부품 대신 플라스틱 재질로 중량을 줄이면서 자연섬유를 활용할 예정이다.
현재 볼보가 생산하는 자동차 44만여 대 가운데 친환경 자동차는 에탄올 7천 대, 천연가스 3천 대로 모두 1만여 대에 지나지 않는다. 재생 가능 에너지를 연료로 주입하는 자동차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예테보리에 고작 7곳의 친환경 연료 충전소가 있을 뿐이다. 정보와 자동차회사, 연료업체 등의 협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케베리 이사는 “정부 지원으로 친환경 연료 보급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면 재생 가능 에너지의 외연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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