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대표발의한 토지 임대+건물 분양 방식 논란 발상은 획기적이나 국공유지 부족·재건축 비용 부담 등 돌파할 수 있나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왜 흙 속에 막대한 돈을 묻어놓고 사는가? 평생 토지 임대료를 내게 되지만, 계약이 갱신되므로 내 집처럼 생각하고 자손대대로 살 수 있다.” 이른바 ‘반값 아파트 공급 방안’(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특별법안은 지난 11월20일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노동당 등 여야 의원 48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됐다. 이 법안이 서민의 내 집 꿈을 실현시켜주는 획기적인 주택 공급 방식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과연 현실성이 있는 것일까?
“둔촌동 33평 분양가 절반 가능”
현행 주택 공급 방식은 토지·건물을 모두 완전히 소유하는 방식과 완전히 임대하는 두 가지뿐이다. 반면 이 법안이 도입하는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방식은 말 그대로 대지(토지)는 임대하고 건물은 분양하는 제3의 방식이다.
이렇게 주택 공급 방식을 바꾸면 아파트를 반값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경우 땅값이 분양가의 60∼70%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론상 분양가를 절반 이하로 내릴 수 있다. 대지 소유권은 택지를 조성한 자(국가·지방자치단체·지방공사·신설되는 ‘대한토지주택공사’)가, 건물에 대한 소유권은 분양받은 자가 갖는데,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사업은 국가·지방자치단체·대한토지주택공사가 주로 맡고 민간 주택사업자도 공공기관으로부터 택지를 임대받아 이 방식으로 분양할 수 있다.
임대기간은 40년이다. 분양받은 자의 60% 이상이 동의하면 임대기간이 40년 더 연장되고 수차례 갱신이 가능하다. 법안은 대지임대부 방식의 경우 비록 토지 소유권은 없어도 임대기간 동안 그 대지 위에 ‘지상권’이 설정된 것으로 본다. 따라서 대지 임대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재건축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재건축 주택도 대지임대부 주택이 된다. 대지임대부 주택은 무주택자와 서민한테 공급하고 1가구1주택으로 제한된다. 기존 임대주택과 달리, 건물은 입주자가 소유하는 것이므로 매매가 가능하다. 다만 10년 동안은 전매가 제한된다. 10년이 되기 전에 생업 등의 이유로 전매가 불가피한 경우 토지 소유자가 다시 매입(환매)한다.
분양가와 임대료는 건설교통부와 각 시·도에 ‘중앙(또는 지방)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분양가 및 임대료 심의위원회’를 둬서 여기서 심의·결정한다. 임대료는 월 임대료 또는 보증금 형태(토지 임대료를 현재가치로 예치)로, 그리고 이 둘을 혼합한 방식으로 납부할 수 있다. 홍 의원이 제시한 분양가·임대료 산정 방식은 따로 없다. 그러나 건물 분양가는 토지와 건물을 모두 포함하는 전체 평당 분양가에서 토지에 해당하는 평당 조성원가를 빼는 식으로 산정할 수 있다. 토지 임대료(지대)는 해마다 또는 몇 년마다 물가상승률과 토지 가치 증가분을 고려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서울 강동구 둔촌동 32평형 임대아파트는 월 임대료가 25만원 수준이다. 홍 의원은 이에 비춰, 대지임대부 방식의 경우 33평 아파트 분양가는 총 분양가의 2분의 1 정도가, 토지 임대료는 월 3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의원 쪽은 “한 달에 30만원씩 낼 경우 10년이면 3600만원인데 40년간 내는 토지임대료를 다 합해도 지금의 땅값보다 훨씬 싸다”고 말했다.
‘제2의 임대주택’으로 전락할 수도
현실성 논란은 우선, 대지임대부 방식에 쓸 국공유지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대한주택공사 부설 주택도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공유지 비율은 22.5% 수준인데, 그나마 대부분 임야·도로로 이용되고 있고 주거용은 고작 0.1%에 불과하다. 대지임대부 방식을 많이 도입하고 있는 싱가포르·이스라엘·스웨덴·핀란드 등은 국공유지 비율이 40∼85%에 이른다. 현실성이 없다는 쪽은 “서울·수도권의 비싼 땅에다 대지임대부 방식으로 분양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기존 임대주택처럼 변두리나 신도시 일부 지역에 미미한 물량만 건설되면서 ‘제2의 임대주택’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홍 의원은 국공유지뿐 아니라 신도시, 기업도시, 도심 재개발·재건축, 강북뉴타운 단지에도 대지임대부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법안에 도입한 것이 용적률 특례인데, 대지임대부 방식으로 분양하는 토지는 용적률을 400% 이상으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용적률 180% 정도가 적용되는 강남 은마아파트 재건축 단지의 경우, 재건축조합과 국가·서울시·대한토지주택공사가 협상해서 용적률 400% 이상을 적용해 건물 분양분을 대폭 늘려주고 대신 대지의 절반은 대지임대부 방식 사업을 위해 기부채납하도록 유도한다. 이 법안은 특별법이므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용적률 조항과 상관없이 우선 적용된다. 홍 의원은 “이런 방식으로 공공기관의 토지 소유를 늘리면 국공유지 비율도 점차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토지를 분양하지 않기 때문에 택지 조성원가가 조기에 회수되지 않아서 초기에는 자금 압박이 커 수익성 문제에 부닥칠 수 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개발 이익이 임대료 형태로 안정적으로 계속 환수되고, 공공기관의 토지 비축량이 늘면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구조가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업 시행자가 토지 임대료를 통해 안정적으로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말은, 뒤집어보면 입주자가 부담하는 토지 임대료를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에 책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 된다. 토지가치만큼을 임대료로 환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홍 의원이 32평형의 월세 30만원 정도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존 전세 형태보다 임대료가 더 올라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용적률과 관련해 주택도시연구원 관계자는 “10년 뒤에 서울·수도권에 주택이 많이 늘어나 있으면 용적률을 올릴 필요가 없다고 정책 판단을 고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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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통과되면 정부가 알아서 하라?
흥미롭게도 홍 의원 쪽은 10년 뒤에 매매가 가능할 때 대지임대부 방식의 아파트가 현재 분양가보다 오히려 더 높은 가격에 팔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사실 아파트 가격은 사람이 생산·공급할 수 없는 토지의 가치 상승분이 건물에 반영되기 때문에 오르는 것인데, 토지 소유권이 없다면 건물 내구연한(약 40년)이 다 되면 건물의 잔존가치는 제로가 되는 것이 자명한 이치다. 그러나 홍 의원 쪽은 “이 법안이 토지 이용권(지상권)을 입주자가 갖도록 설정해서 재건축이 가능하고, 또 평생 동안 계약을 갱신해 사실상 영구적으로 살 수 있으므로 임대기간 중에 자본이득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임대료를 토지조성 원가기준으로 깎아주거나 강남의 금싸라기 땅에 대지임대부 주택이 들어서면 실제 토지가격과의 차액만큼이 분양건물의 프리미엄으로 흘러들어갈 수도 있다. 대지임대부 주택 수요자가 아파트를 재산증식 수단으로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건물 가격이 점차 제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를 수 있다는 주장은 눈길을 끌만하다. 물론 재건축할 경우 임대계약을 갱신하는 사람은 일반 재건축과 달리, 새로 짓는 재건축 비용을 전부 또다시 부담해야 한다. 예컨대 2007년에 건물 분양가 1억원에 들어갔다면 2047년에 이 1억원의 가치는 완전히 소멸된다. 주택도시연구원 관계자는 “건물의 잔존가치 평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고, 10년 뒤에 분양 건물에 대한 매매가 가능해도 매수자가 제한되어 팔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북대 김윤상 교수(행정학)는 “대지임대부 방식이 빨리 정착되려면 ‘앞으로 신규 공급하는 공공택지는 모두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건설한다’는 강력한 약속을 내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법안은 대지임대부 주택분양을 도입하자는 총론적인 성격이 강하다. 논란과 쟁점이 되는 구체적인 내용은 법안이 통과된 뒤에 앞으로 시행령(대통령령)으로 정해야 한다. 홍 의원 쪽은 “모든 것을 법안에 담게 되면, 된다 안 된다, 몇%로 하느냐를 둘러싸고 논쟁으로 날이 새고 국회 통과를 자신할 수 없다. 일단 도입한다는 원칙만 넣어서 통과시킨 뒤에 구체적인 방안은 정부가 정책 의지를 갖고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표 참조). 홍 의원은 자리만 깔아주는 역할에 그치겠다는 뜻이다. 서민을 위한 ‘아파트 반값 공급’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선전효과는 홍 의원이 충분히 거두고, 논란이 되는 핵심 내용은 나중에 노무현 정부가 여러 난관을 뚫고 알아서 잘 처리하라는 속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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