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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병역거부 입법 권고

등록 2006-11-18 00:00 수정 2020-05-03 04:24

권고안 낸 자유권규약위원회는 국제인권법 해석에서 권위 있는 준사법 기구…한국 정부에 보내는 강한 비판과 권고 메시지…개인통보 2건도 시정 권고 예정

▣ 최정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편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10월25~26일 대한민국 정부가 제출한 인권보고서를 심의했다. 그리고 정부 보고서와 사회단체의 반박보고서를 심사해 11월3일 최종견해를 채택했다. 1999년 이후 7년 만에 한국 정부에 대해 나온 이번 심의는 한국의 자유권 상황을 평가하는 데 큰 의미를 갖는다.

병역거부권은 인간의 기본권

유엔은 병역거부권을 여러 인권규약으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인간의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엔 인권위원회는 1989년에 채택한 결의안 59호를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세계인권선언과 자유권규약으로부터 도출되는 권리라는 점을 천명했고,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점을 확인한 바 있다. 자유권규약위원회 또한 1993년에 채택한 일반논평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법적 기초를 확정했다. 유엔은 양심에 따른 이유로 군복무를 거부하고 있는 개인들의 권리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상황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 동일노동에 대해 동등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징벌적이지 않은 기간 동안 대체복무를 받을 수 있는 권리, 민간 성격의 대체복무를 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이 병역거부자들에게 보장되어 있다. 유엔은 병역거부자들이 사회적으로 공정한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권고안은 이와 같은 맥락에 위치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병역거부 수감자를 양산하는 한국 정부에 강력한 비판과 권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위원회는 “병역거부자들의 현역복무 거부로 인한 처벌이 최대 3년 징역형이나 되고, 특히 예비군 훈련 소집 거부의 경우 한 번 처벌받은 뒤에도 계속 소집될 뿐만 아니라 반복 처벌받는 것에 대해 입법적으로 제한이 전혀 없으며, 정부나 공공기관의 고용에서 배제되고 유죄 선고를 받은 뒤에는 일반 전과자와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점들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리고 한국 정부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가 병역 의무에서 면제되는 것을 인정하기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규약 제18조에 일치하는 입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자유권규약위원회는 ‘도덕적으로 높은 인격과 인권 분야에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18명의 위원들로 구성된 준사법적 기구이며 국제인권법의 해석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구로 인정받아왔다. 이번 3차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도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고에 대한 효력을 부여하기 위해 국내법과 제도를 개정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역 의무에서 면제되도록 모든 조처 취하라”

이번 결의안은 유엔이 사실상 한국 정부에 병역거부를 최초로 권고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 위원회는 조만간 2004년 10월 자유권규약위원회에 제출한 한국 병역거부자의 개인통보 2건에 대해서도 시정 권고를 채택할 예정이다. 이러한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조처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니, 보편적 인권이니,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이니, 우리 외교의 승리니, 이런 얘기를 하려면 먼저 50년이 넘도록 해마다 600여 명의 젊은이들이 양심상의 이유로 감옥에 가고 있는 현실부터 개선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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