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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사모’가 뜰 것인가

등록 2006-09-08 00:00 수정 2020-05-02 04:24

미니홈피 방문자 10배로 늘어나는 등 네티즌 ‘자유손’응원 열기… 폭발적 반응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감성적인 계기’ 필요할 듯

▣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직접 부딪히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체득하시기 위해 몸소 나서는 모습이 진정성이 있는 것 같아서 너무나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단언합니다. 우리 지도자가 지금 여기 있다는 것을.”(7월1일 민심대장정(www.hq.or.kr) 자유게시판, 아이디(ID) 이명중씨의 글)

“1~2주 사이 골수팬 늘어”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100일 민심대장정’이 네티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농민, 어부, 공장 노동자 등 서민과 함께 일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네티즌들의 공감대를 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치쇼라는 논란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손 전 지사가 흘린 땀마저 부인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하루에 30개 이상의 지지글들이 민심대장정 게시판을 가득 메운다. 특히 손 전 지사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물론 한나라당에 반감을 가진 네티즌들조차 격려의 글을 올려 ‘손풍’은 단순한 ‘미풍’을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노동당 지지자라고 밝힌 ID 장병춘씨는 7월29일 “이런 분(손학규)이 정치를 한다면 아무리 한나라당이라지만 주목할 것”이라고 민심대장정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같은 날 ‘연일 씹혀대는 열린우리당 지지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ID ‘흐르는 강물처럼’은 “바닥 민심까지 내려온 움직이는 행동에 점수를 주고 싶다”고 썼다.

민심대장정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손 전 지사 팬카페와 싸이월드 홈피도 더욱 활성화하고 있다. 이수원(44) 전 경기지사 공보특보는 “민심대장정을 하기 전에 싸이월드 미니홈피 방문자가 하루 평균 200~300명뿐이었지만, 대장정 이후 그 10배인 1천~3천 명이 방문할 만큼 방문객 수가 급격히 늘었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의 손 전 지사 응원 열풍에 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연상케 한다. 2007년 대선을 앞둔 지금 ‘자유손’(손 전 지사의 별명) 응원 열풍이 시작된 느낌”이라고 평했다. 과연 제2의 노사모인 ‘손사모’의 태동은 가능할까?

적어도 그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민심대장정을 하기 전에는 이명박 전 시장을 지지했다는 벤처사업가 이복영(38)씨는 “손 전 지사의 일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아 8월19일부터 ‘아름다운 손’이라는 카페를 직접 만들어 운영하게 됐다. 최근 1~2주 사이에 노사모처럼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싶어하는 골수팬들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말했다. 20~30대 젊은 층의 참여도 눈에 띈다. 상명대학교 3학년 이종은(22)씨는 “보수적인 이미지의 한나라당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민심대장정을 하는 모습에 진실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요즘은 하루에 한두 번씩 꼭 민심대장정 홈페이지에 들러 손 전 지사의 일정을 확인하고 그가 쓴 글들을 꼼꼼하게 읽어볼 정도로 골수팬이 됐다. 특히 홈페이지에 수해복구 자원봉사 공고가 올라갔을 때 신청을 해서 참여하는 등 오프라인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손 전 지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활동이 노사모와 같은 파급력을 갖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 국민대 교수(정치학)는 “대중이 정치인에게서 정서적인 일체감을 느끼고 가슴으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계기가 형성되지는 않았다”며 제2의 노사모가 등장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노사모는 지역주의에 대한 분노와 ‘바보 노무현’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네티즌들의 마음이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따라서 팬클럽이 만들어진 지 열흘 만에 가입자가 300명이나 됐고, 유사 사이트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이런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감성적인 코드’를 손 전 지사에게서 찾기에는 아직 무리다. 손 전 지사가 대중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것도 네티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이수원 공보특보는 “대중들 귀에 꽂힐 수 있는 ‘저잣거리 언어’로 말하지 못하고 점잖게 말을 해서 참모들이 답답해 한다”고 말했다. 이 특보는 “그래도 민심대장정 이후 서민들과 일하면서 대중적 언어로 변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손학규는 주몽이다?

카페 활동이 조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민심대장정 이후부터 손 전 지사를 지지하게 된 이태헌(43)씨는 ‘파워손’(다음카페)에 가입을 했지만, “주도적으로 정보를 알리고 활동을 이끄는 사람이 없어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며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는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학규 전 지사는 요즘 인기 드라마 의 주인공 주몽과 비유된다. 부여의 셋째 왕자 주몽이 궁 밖으로 나가 민심을 탐방하는 모습이 손 전 지사의 민심대장정과 유사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민심 탐방 뒤, 주몽은 소금산을 찾아내 백성들의 신망을 얻는다. 결국 손 전 지사도 민심대장정 뒤 소금산과 같은 백성들이 필요로 하는 뭔가를 찾아낼 때만이 폭발적인 ‘넷심’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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