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에서 분리·출범하는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 인터뷰… 유일한 원칙은 ‘투명성과 책임성’… 개인적으론 ‘사민주의’ 옹호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과 한 인터뷰에서 “참여연대에서 (경제개혁센터가) 분리된 가장 큰 이유는 더 전문화된 의견과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경제개혁연대의 탄생은 속칭 ‘장하성 펀드’의 출범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펀드는 중견기업들을 대상으로 기관투자자의 ‘역할 모델’을 제시하고, 개혁연대는 기존의 소액주주운동과 법·제도 개선 노력에 덧붙여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 리포트 생산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8월22일 오후 한성대의 김 교수 연구실에서 이뤄졌다. 인터뷰 당일은 마침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생명보험사 상장 방안’이 발표된 날이어서 빗발치는 전화 문의 탓에 중간중간 인터뷰가 끊기는 가운데 2시간가량 진행됐다.
‘보편적 공익’ 넘어 전문가 단체로
경제개혁센터를 참여연대 본체에서 분리시켜 경제개혁연대라는 별도 기구로 출범시킨 배경은 뭔가? 꼭 분리돼 활동해야 하는 것인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얘기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더 전문화된 의견과 대안을 제시할 필요성이 절실한 때라는 점이다.
사회운동이란 게 재야·노동운동 중심에서 1987년을 기점으로 시민운동이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그러고서 20년 가까이 지났다.

시민운동이 (사회운동의) 한 축을 형성한 건 사실이나 변화의 필요성에 직면했다는 생각이다. 과거엔 시민단체가 공익의 대변자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제 시민단체도 ‘보편적 공익’을 대변한다기보다 특정 가치관과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걸로 여겨진다. 특히 경제 쪽 운동은 이해관계의 충돌과 표현이 더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회원을 둔 일반 시민단체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 단체로 변신하는 게 필요하다.
다른 두 가지 이유는?
=참여연대 조직 구성과도 관련이 있다. 참여연대는 엄브렐러(우산) 조직이다. 9개 활동부서가 모여 있고 경제개혁센터는 그중 하나다. 각각의 활동부서가 사업적·재정적으로 독립 능력을 갖추면 분화 발전한다는 조직 구성 방안에 암묵적 동의가 이뤄져 있었다. 경제개혁센터가 가장 먼저 독립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제개혁센터의 사정이다. 6년 전부터 조직의 목표로 활동부서, 싱크탱크(리서치센터), 로펌(소송전담기구), 기관투자가로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개입하는 펀드 운동, 24시간 우리의 목소리를 내보내는 라디오 방송을 다 갖추는 게 목표였다. 실제 행동하는 활동부서는 경제개혁센터가 맡았고, 싱크탱크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로 구체화돼 있다. 김주영 변호사 중심의 한누리법무법인도 그런 조직 구상에서 설립됐다. 속칭 ‘장하성펀드’가 만들어져 펀드 운동 주체도 형성돼 있다. 라디오 방송은 먼 미래의 얘기지만 6년 전 생각한 조직 구상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 더 본격적인 시너지 추구를 위해 참여연대에서 벗어나 CGCG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참여연대 내부적으로 논란도 있었을 법한데, 내부 논의 과정은 어떠했나.
=조직발전 구상은 6년 전부터 갖고 있었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올해 들어서다. 올 들어 ‘지배구조펀드’ 출범이 가시화하면서 참여연대 내부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특히 5월부터 펀드 조성이 시작돼 더 이상 미루기 어렵게 됐다. 펀드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조직의 분화 발전 쪽으로 결정이 이뤄졌다.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뤄진 건 5∼7월 석 달 정도였다.
반대의견도 꽤 있었을 것 같은데.
=사무처에 계신 분들을 중심으로 “시기상조 아니냐” “왜 기관투자가 운동과 같이 해야 하는가?” 하는 부정적 의견도 있었다. 지배구조펀드 활동은 장하성 교수가 독립적으로 하고 경제개혁센터는 참여연대에 남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저를 포함한 우리(센터)의 발전 목표였고, 지배구조(법·제도) 개선 노력이 실제 운동과 분리될 수 없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소액주주운동, 기관투자자운동을 하면서 법·제도의 미비점을 확인하고, 그걸 개선하기 위한 법·제도 운동을 진행해 그 결과물을 실제(현장) 운동 쪽에도 이용한다는 것이다.
개혁연대와 CGCG, 그리고 장하성 펀드
‘장하성 펀드’(정식 명칭은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는 무엇인가?
=기존의 소액주주운동을 발전시킨 것으로 보면 된다. 소액주주운동은 남(소액주주)의 주식을 빌려다가 소송 같은 ‘문제제기’를 하는 것 이상 나아가기 어렵다. 그래서 지배구조 개선 펀드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지배구조도 개선하고 수익도 올리는 기관투자자의 역할 모델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4년 전부터 구상했는데, 여러 이유로 지지부진했다가 올 들어 (펀드 조성이) 급격히 진행됐다. 이 펀드는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내걸고 국내외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모은 사모펀드(PEF)다. 이는 하나의 독립된 회사이고, 장하성 교수나 CGCG가 소유하거나 직접 운용하지는 않는다.
CGCG와 펀드는 어떤 관계를 맺게 되나?
=CGCG는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해 펀드에 제공하고 고정급의 보수를 받는다. 펀드(운용팀)는 이를 바탕으로 어느 회사에 투자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경제개혁연대가 운용하는 게 아니다. 펀드는 중견회사를 타깃(목표)으로 하고, 개혁연대는 재벌그룹의 핵심 회사들을 모니터링(감시)하게 된다.
그렇다면 예전처럼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로 존재할 때와 독립된 경제개혁센터의 차이점은 뭔가?
=밖으로 드러나는 활동에서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센터 시절에 했던 두 역할, 소액주주운동과 법·제도 개선활동을 그대로 다 한다. 활동 내용이 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전문가 단체로 변신하는 목표에 맞춰 정책 리포트, 주기적인 보고서 같은 전문적 내용의 결과물을 자주 만들어낼 것이다. 예전의 센터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리포트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 추가 기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한 목표다.
왜 그런 기능이 중요하다는 건가?
=우리 사회에서 당분간은 경제개혁센터가 해온 역할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관투자자운동이 정착돼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면 시민단체가 소액주주운동을 하는 게 불필요해질 거다. 또 제도권 정당의 (정책) 역량이 커지면 법·제도 개선운동도 불필요해질 것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경제개혁연대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고, 없어져도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개혁 성향을 지닌 전문 연구단체는 20년, 30년 뒤에도 필요하다. 헤리티지재단, 브루킹스연구소 같은 전문적 연구 기능을 지닌 단체는 계속 필요하다. 당장은 개혁연대 활동이 도드라져 보여도 10년 뒤에는 다를 것이다. 10년 지나면 연대는 없어질지 몰라도 CGCG는 존속하고 그 필요성이 커질지도 모른다. 장기 구상은 개혁연대와 CGCG의 연대성을 강화해 정책역량을 키우고 개혁적 대안을 만들어내는 지속 가능한 연구기관으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다.
(개혁연대와 CGCG의 관계, CGCG의 업무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방송
참여연대-소버린은 협력관계였나
CGCG는 기업지배구조 전문연구소다. 일정한 보수를 받고 회원들에게 정보를 판매한다. 삼성, SK텔레콤, 소버린, SK(주)도 회원이다. 회원에 가입하면 정보는 자동적으로 발송된다. CGCG의 보고서는 소버린뿐 아니라 SK(주)도 받아왔다.
‘SK-소버린 경영권 다툼’(2003∼2004년)과 관련해 참여연대와 소버린의 관계에 의혹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었다.
=2003년 SK(주) 지분 14.9%를 사들인 소버린 쪽에서 먼저 장하성 교수에게 연락을 해왔다. “SK에 투자했으니 협력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장 교수의 답은 이랬다. “우린 시민단체다. 1, 2대 주주의 경영권 다툼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그게 원칙이다.” 실제로 KCC-현대엘리베이터, 칼 아이칸-KT&G, 현대그룹-현대중공업의 경영권 다툼에 일체 개입하지 않았다. 불법이 없으면 개입하지 않는 원칙을 지켰고, 그 이후 (소버린과) 접촉하지 않았다. 그런데 2003년이 지나면서 (SK를 둘러싸고) 난리가 나 2004년 초 주총 시즌을 앞두고 참여연대에서 중재안을 만들었다. 중재안의 핵심은 ‘최태원 (SK) 회장은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고 대신, 회장으로서 지배권 유지에는 동의한다’다. 여기에 SK(주)에서는 긍정적 사인을 보냈지만, 소버린의 챈들러 형제는 거절했다. 그렇게 타협은 실패했고,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그 사태에 개입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SK텔레콤 주총 때 개입했고, 소버린과는 협력적 관계가 전혀 아니었다.
참여연대의 ‘개혁 모델’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많다. 공격 대상인 재벌들은 제쳐두고라도 ‘대안연대회의’를 중심으로 진보 진영에서도 주주자본주의운동이고 따라서 사회적 양극화와 신자유주의적 경향을 심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경제개혁연대에 참여하는 이들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극좌와 극우를 빼곤 다 있다. 한 이데올로기를 갖고 자본주의 모델을 만드는 일은 하고 있지 않다. 그건 오해다. 개혁연대 멤버들 중에는 ‘주주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이들도 있고, ‘사회민주주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기업의 주인을 주주로만 한정해선 안 되고 직원, 소비자, 지역사회 주민 등 이해관계자들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모델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저는 개인적으론 ‘사민주의’ 또는 ‘이해관계자’ 모델에 가깝다. 그럼에도 개혁연대의 유일한 목표와 원칙은 ‘투명성’과 ‘책임성’이다.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서는 어떤 모델도 성공할 수 없다. 책임성과 투명성의 기반 없이는 사상누각이다. 자신의 행동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거기에 책임을 지는 건 사회가 건전하게 작동하기 위한 기본적인 제도적 인프라(기반)다. 참여정부가 왜 대통령의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경제개혁에 실패했는가? 투명성, 책임성의 기본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생 협력’이나 ‘사회적 대타협’을 추구한 자체가 실패로 귀결될 한계를 안고 있었다. 행동을 유인하고 통제할 룰(규칙)의 정립 없이는 어떤 시스템도 작동할 수 없다.
김근태의 ‘대타협 모델’을 따진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뉴딜’ 제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제사범 기업인에 대한 사면 주장,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발언이 나온 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그런 식의 대타협 모델이 작동하기 위한 요소가 뭐냐는 거다. 대타협의 룰을 누가 깬다면 그걸 어떻게 규율할지에 대한 고민 없이 대타협을 주장하는 건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 대타협은 암묵적 룰을 바탕으로 한다. 이게 작동하려면 대타협으로 모두 이익을 본다고 설득하는 일보다 규칙을 깼을 때 어떤 벌칙이 가해지는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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