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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법을 정말 해쳤을까

등록 2006-08-18 00:00 수정 2020-05-03 04:24

이용석 교사의 징계 근거가 된 두 조항, 법적으로 타당성 없어 … 징계가 오히려 교권과 자유권에 대한 침해가 된다는 사실이 심각

▣ 김진 변호사

전화를 받고 처음에는 과장된 말인 줄 알았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안 하겠다고 한 교사를 징계하겠다니, 그런 일이 있을 리 없지. 과장하기 좋아하는 기자가 부풀린 이야기겠거니 했다. 보나 마나 다른 징계 사유들이 잔뜩 있고 그중의 하나일 거라 짐작했다.

그런데 징계요구 사유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정말 수업시간에 한 몇 마디 말 때문에 징계를 요구한다는 것이 전부다. 국기 경례를 하지 않는다고 한 말, 군대는 되도록 안 가는 게 좋다고 한 말,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 이란다.

국기에 관한 ‘법령’ 어긴 적 없다

그래서 당연히 초등학교 교사인 줄 알았다. 초등학교 아이들이라면 이런 말에 나쁜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보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될 테니까. 그런데 그것도 아니다. 고등학교 3학년 교사라는 것이다. 그것도 다양한 사고와 가치관을 가르쳐줘야 하는 ‘독서’ 선생님이란다. 징계 결과가 경징계도 아니고 정직 3개월(겨우 3개월이라는 생각은 금물, 보직·연금이 제한되고 교원 징계 가운데 해임 다음으로 중한 징계이다)이라는 말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문제된 언급이라는 것이 사실과 다르고, 그동안 금지된 모의고사를 진짜 못하게 하고 ‘튀는 언행’으로 학부모들과 긴장관계를 빚어왔다거나, 부장교사가 학부모 명의의 진정서를 대필했다든가 하는 주변 이야기는 일단 접어두고, 순전히 “18살 학생들 앞에서 수업시간에 이런(그들이 주장하는 그대로) 이야기를 한 것”만으로 본다면, 이것이 과연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을까.

경기도교육청이 법률상 근거로 인용하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는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는 법령 준수 및 성실의무이고, 제63조는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품위유지 의무이다.

먼저 법령 위반이라는 부분. 어떠한 법령인지 징계요구 사유서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일단 ‘국기’에 관한 법령을 생각해본다. 우리 헌법은 국기에 대해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국기에 관한 규정으로 국기를 모욕할 목적으로 이를 손상시키거나 비방한 자를 처벌하는 형법 제105·106조가 있고, 법률상의 근거는 없지만 ‘제작·게양 및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한 대통령령인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과 역시 법률상의 근거는 없이 국무총리가 훈령으로 정한 ‘태극기사랑운동 실천지침’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뒤의 두 가지는 모두 법률에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내용 역시 관리나 운동에 관한 지침 정도에 불과해 누군가를 징계하는 근거가 될 수 없고, 이 교사가 태극기를 모욕할 목적으로 손상하거나 비방한 일도 없으니 형법도 적용될 수 없다. 공무원법에도 청렴과 성실의무, 정치활동 금지 규정은 있지만 국기를 존중해야 한다거나 국기 경례를 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법령을 위반했다는 것인지.

두 번째 징계 사유는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라는 것이다. ‘품위’라는 것이 보는 사람과 계층에 따라 다를 수 있기는 하지만, 교육공무원에게 요구되는 ‘품위’란 “국민에 대한 교육자로서의 직책을 맡아 수행해나가기에 손색이 없는 인품(대법원 2000년 6월9일 선고 98두16613판결 등)”을 말하지, 학교 관리자나 학부모들의 취향에 맞는 성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수업시간에 국기 경례나 이순신 장군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그것이 이 법에서 말하는 품위유지 의무에 위반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교권의 핵심 ‘교육 내용 결정권’ 흔들어

그러나 이렇게 법률상 징계 사유가 없다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이 두 가지 더 있다. 그 하나는 이것이 교육 내용에 관한 제한으로 헌법과 교육기본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 존중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 내용 결정권’은 교권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서, 이를 헌법에서 특별히 보장하는 이유는, 교육이 외부 세력의 부당한 간섭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교육자 내지 교육전문가에 의해 주도되고 관할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비롯되며, 인간의 내면적 가치 증진에 관련되는 교육문화 관련 분야에서는 개입이 가급적 억제되는 것이 온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헌법재판소 1992년 11월12일자 89헌마88 결정). 미성년자인 학생들을 지도하기 때문에 대학 교수와는 달리 교육의 ‘자유’를 가지지 않는다는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교육 내용을 마음대로 정하는 ‘자유’의 문제가 아니라(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문제 삼은 것은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교육과정을 따르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해진 교육과정의 틀 내에서 한 구체적인 수업 내용을 문제 삼는 심각한 수준이다.

독서를 지도하는 교사가, 전체주의와 소수자의 권리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언급한 것을 가지고 징계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바로 이런 식의 국가적 개입이 주입식·획일적 교육의 폐해를 낳는다는 것은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아무리 ‘곰표 씽크빅’으로 머리를 키우면 뭐하겠는가. 이런 말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교실에서 12년을 갇혀 있어야 하는데).

또 하나의 문제는 교육 내용의 결정권 문제를 떠나 이 교사가 자연인으로서 가지는 표현과 사상의 자유도 침해하고 있다는 데 있다. 문제로 삼고 있는 발언은 이 교사가 행한 수업의 전체적인 흐름도 아니고 자신의 견해를 아이들에게 말한 ‘표현’ 부분이며, 사회적 이슈에 대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의견’이다. 교사 역시 한 시민으로서 시민이 가지는 모든 권리를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교육 목적에 위반되거나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이상 온전히 보장돼야 한다.

“교원은 그의 수업 또는 교육활동에 있어서는 종속적 행정 집행자나 법규의 적용자가 아니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사립학교의 설립·경영자나 학생들의 부모 및 그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3자들의 지시에 단순히 복종하는 사람도 아니다. 미래지향적, 가치창조적 입장에서 홍수같이 밀려드는 정보를 학생들이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학생들에게 사고방식을 길러주며 학생들로 하여금 이해력과 통찰력을 개발하도록 하여 지적인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도록 하고, 학생들이 사물에 대한 자기 나름의 견해를 가질 수 있도록 가치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학생을 지도하는 사람인 것이다.”

헌재의 91년 판결을 다시 보라

내가 하거나 어느 무정부주의자가 한 말이 아니다. 바로 15년 전 헌법재판소의 다수 의견이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므로 노동조합을 가질 수 없다”(헌법재판소 1991년 7월22일자 89헌가106 결정)고 하면서 근거로 단 말이다. 이제 이 말을 그대로, “전교조 교사의 편향 교육”이라는 일부 학부모 단체의 진정과 일간신문의 기사를 근거로 한 징계 앞에 되돌린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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